사랑은 천천히 걸었다

The right time

by 양윤미

사랑은 천천히 걸었다.

소처럼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걸어서

부지런히 단단해졌다.


돌다리 하나

허투루 딛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고스란히 담느라

오래 기다리는 것이 사랑이었다.


조급한 마음으로 낚아채면

주르륵.

깨져버린 알만 흘러내릴 뿐.

그러나 사랑은 게으르지 않았다.


눈사람을 굴리던 소년과

반딧불이를 쫓던 소녀처럼

모든 순간을 영원처럼

모든 시간을 거꾸로 걸었다.


천천히 천 리를 걷고

느릿느릿 망망대해를 건너

때가 되면 날아드는 철새처럼

사랑은 언제나 제시간에 왔다.

너와 나의 시간이 만나는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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