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쓰레기 거절하기(산드라크라우트바슐)
당신은 쓰레기 자가 처리가 힘든 도시들이 다른 지역으로 쓰레기를 떠넘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혹은 선진국들이 쓰레기 매립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으로 쓰레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쓰레기 수출국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쓰레기 처리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다. 쓰레기를 어디에 매립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지만 우리는 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까?”
매년 일본 아사히글라스 재단(Asahi Glass Grant)과 한국 환경재단은 세계 환경파괴 정도를 나타내는 환경 위기 시각을 조사하는데 지난 3년간 세계 환경 시각은 계속 위기 수준으로 9시 47분을 유지했다. 이에 비해 2020년 한국의 환경 위기 시계의 시각은 9시 56분으로 9분을 빠르게 앞서 나가는 위험 상황이다. 대중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정책과 제도로서의 뒷받침, 잘 구비된 사회 인프라라는 삼박자가 잘 갖춰질 때까지 우리는 대책을 세우고 삶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쓰레기 거절하기>의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은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영화를 본 후 딱 한 달만이라도 플라스틱 없이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한다. 플라스틱 제로 실험을 가족의 일상으로 데려온 그녀는 2015년 슈타이어마르크주 녹색당 의원이 되어 생태환경을 지키는 삶의 태도를 지금까지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저자는 환경을 사랑하고 인간과 자연을 사랑하자는 공허한 구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쉽게 사고파는 물건들, 음식들, 그리고 소비 패턴과 우리가 사는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심도 있게 이야기한다. 공유 경제의 이점, 차량 쉐어링, 새 것을 사게 만드는 시스템, 비행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항공사, 채식을 실천하면서 부딪히는 아들과의 이야기, 냉장고 절반 채우기와 식품 구조 운동 등, 생각의 전환을 주는 많은 이야기들은 단숨에 읽어나갈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나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좋은 삶에는 과잉 소비가 필요 없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소비 시스템이 필요하다.”
저자는 너무 많이 가진다는 것이 또 다른 측면에서 결핍이라고 한다. 사람은 결코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나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허전함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충분한 양, 올바른 양이 어느 정도인지 찾아가야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음식과 물건들이 필요한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너무 많은 불필요한 옷을 샀다가 한 두 번 입고 옷장에 모셔놓은 일, 1+1이란 광고에 싼 가격에 매혹되어 샀다가 다 먹지 못하고 버린 음식과 같이 이런 일들은 누구나 경험하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이나 성향, 혹은 취향에 따라 필요한 양이나 충분한 양들이 다를 수는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과소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개개인이 실천 가능한 환경 존중의 일들은 환경시계를 멈추게 하고 다시 거꾸로 돌리는 데 큰 힘이 된다. 책을 읽으며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잠시 돌아보았다. 나는 보통 김밥집에서 김밥을 주문할 때 비닐봉지와 그 안에 들어있는 젓가락은 사양하고 포일에 싸진 김밥만 들고 나오는 편이다. 배달 음식을 시킬 때도 배달 오토바이를 통해 유발되는 환경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동네 음식점 위주로 포장 주문을 하고 직접 찾으러 간다. 보일러가 온수를 데우기 위해 계속해서 대기상태로 머물지 않도록 수도꼭지는 냉수 쪽으로 돌려서 잠근다. 나보다 좀 더 적극적인 지인은 반찬 통을 가지고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담아오고 심지어 중국집에도 냄비를 들고 가서 음식을 받아온다. 또 다른 지인은 세탁 세제를 넣을 때 대부분 눈대중으로 적당히 부어왔던 것을 돌이키고 이제 반드시 계량컵을 사용한다고 한다.
개개인의 삶에서 실천 가능한 행동들을 떠나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휴대폰 수리비보다 새로 사는 비용이 더 저렴하거나 오래된 전자기기의 부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새로운 물건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스템은 개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산드라는 생태환경을 위한 삶을 선택했을 때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시스템이 생태환경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문제다.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새로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고안된 소비 시스템에서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오래된 제품을 고쳐가면서 쓴다는 것은 눈물 나게 존경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물건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환경 존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택배 상자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지나치게 많은 포장지들, 생수통을 감싸고 있는 광고 문구가 들어간 비닐포장재, 플라스틱 통에 담아 랩으로 감싼 과일을 다시 한번 비닐봉지에 싸주는 과일가게들에서 의아함을 느낀 적은 없는가? 개개인의 일상 속에서 포장재들을 거절하는 작은 실천들도 중요하지만 더더욱 중요한 것은 생태 환경을 고려한 시스템을 사회 구조적으로 갖추는 일이 될 것이다.
<쓰레기 거절하기>는 환경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하고 독자에게 강요하는 책은 아니다. 산드라는 자신이 실천하고 있는 일들이 스스로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오거나 포기하기 힘든 일일 경우에는 가족들과의 상의를 통해 어느 정도 타협하기도 했다. 당장 텀블러와 반찬 통을 들고 다니며 비닐 포장지는 죄다 갖다 버리라는 말은 없다. 그렇게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죄책감에 빠지게 하는 표현도 없다. 다만 장바구니를 들고 차량 대신 도보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분들의 멋진 실천의 삶을 존중하며 당신의 일상 속에서 불편함 없이 기쁜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라는 책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동참할 때 모든 실천은 꾸준해질 것이다. 자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들이 우리와 우리의 삶, 우리가 사는 지구를 좀 더 건강한 곳으로 바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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