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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Jul 12. 2021

[디카시] 불경기

견디고 버티는 경기의 목표는 그저, 완주


캄캄해지는 중에도

해를 쫓았다


온 힘을 다해









또렷했던 것들이 흐려지는 순간이 있다. 익숙했던 사람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분명했던 일들이 막막해지고, 늘 해오던 일이 사실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임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애당초 길을 잘못 들었거나, 누군가 길을 바꿔놓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자신만만했던 나의 해답들이 전혀 들어맞질 않아 망연자실하고,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홀연히 종적을 감춘 것 같고, 손전등 하나 없이 어두운 거리에 놓인 기분이 드는 순간, 그런 순간을 우리는 “Hard times”라고 일컫는다.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을 수도 있다. 잠깐 흐려진 것이라며, 여전히 환한 대낮이라고 우길지도 모르겠다. 하늘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캄캄해지는데 선글라스를 벗지 않을 수도 있다. 이깟 어둠쯤은 철저히 대비해 왔노라고 의기양양할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어둠을 내 힘으로 막아내고 싶어서,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애쓰고, 공부도 열심히, 인간 관계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믿었다. 삶의 모든 영역은 부메랑처럼 내가 뿌린 만큼 돌아오고, 내가 심은 만큼 거두게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고 믿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어떤 종류의 어둠은 그 어떤 장비로도 예측할 수 없고 그 어떤 조건으로도 막아낼 수 없는 무자비한 것이기도 했다.


가장 어려웠던 시절은 가장 많이 애를 쓴 시절이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시절이다. 우리가 현재 팬데믹에 맞서 버티는 것처럼 말이다. 순탄한 삶을 가로막는 강력한 어둠 앞에, 눈을 크게 뜨고, 온몸의 감각을 깨우고, 영혼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버텼던 날들. 우리는 그 순간을 종국엔 지나쳐 갈 것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비추는 태양을 쫓아, 온 힘을 다해 나아갈 것이다. 다행히 칠흑 같은 밤과 얼어붙은 새벽을 거치면 동이 텄다. 그리고,


태양도 언제나 우릴 쫓아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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