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윤미 Apr 01. 2022

 "자기 드러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실이와 라라는 언제나 줄다리기를 합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헛것인 줄 알면서도
그것을 쫓아가는 동안 나는 시인이다."

-안도현의 문장들 <고백>


내 마음 속에는 위험부담(risk-taking)을 피해다니는 현실이가 산다. 그는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무조건 안전한 길로만 걷는다. 그는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파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모험을 거부한다. 현실이는 파이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렇게 살아온 덕분에 높고 튼튼한 벽에 둘러싸인 호화로운 성에 산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가치(보람, 자기 만족, 명예, 선한 삶, 연대와 연합)를 추구하는 데는 큰 관심이 없다. 그의 십팔번 멘트는 이거다. 그게 밥먹여주나?


현실이의 휘황찬란한 성 근처에는 밀라논나 할머니를 닮은 라라가 산다. 라라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그리고 꿈과 열정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굳이 누군가를 이기려 하지 않고도, 반드시 무언가를 쟁취하려 하지 않고도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꿈꾼다. 라라는 작은 울타리가 있는 낡고 소박한 집에 산다. 신기하게도 라라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대부분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를 얻는다. 그건 아마도 라라의 십팔번 멘트 때문이리라. 네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게 뭐가 됐든 난 찬성! 

 

'어떤 것에 좀 더 무게를 둘 것이냐'라는 가치 판단이 때마다 달랐기에, 나는 현실이와 라라를 왔다갔다 했다. 일상 속에서 현실이와 라라를 똑 닮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전자는 "땅 파면 돈이 나오냐? 총 쏘고 싶어도 총알 없으면 못 쏘는 법이여."를 외치고, 후자는 "안해보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해."라고 외쳤다. 나는 지금 라라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간을 앞두고 생기는 막막함과 쓸데없는 걱정들은 어차피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는다. 마음을 다잡고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해보기로 한다.


요즘은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던데, 마케팅 알못, 홍보 알못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휴대폰 메모장에 생각나는대로 마구 끄적여 본다. 뉴스레터 구독자를 모아 작품 속 비하인드 스토리 보내드리기. 시 읽고 쓰는 모임 운영하기. 디카시 전시회에서 책 홍보하기. 등등. 그 중에서 왠지 당장 실현 가능할 것 같은 아이디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시집을 미리 읽어본 분들의 한줄평" 뭐가 됐든 난 찬성! 이라는 라라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더럽고 후미진 구석까지도 정직하게 적어내는 일이다. 비릿하고 볼품없는 속내는 용감한 사람만이 끄집어낼 수 있다. 오직 용감한 자들만이 스스로를 직면하고 자기 정화를 거쳐 비로소 도약하는 글로 나아간다. “서정은 세계의 자아화"라는 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가 쓴 시 속에도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비판하고, 그러다 한껏 고양되고, 어느 순간에 분명히 깨닫는 모든 과정들이 드러난다. 부디, 가감없이 보여지는 나의 '자기 드러냄'이 밉지 않기를 바란다. 밉지 않다는 확인을 받고자, 몇몇 분들께 용기내어 감상평을 부탁드렸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흔쾌히 적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천사같은 분들의 찬사와 같은 소감을 공개한다. 초보 작가의 소소한 홍보 탬플릿을 보면서 곧 세상에 태어날 시집을 같은 마음으로 기대해 주시라! (coming soon!!)






조만간, soon, 곧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이 슬픔이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