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아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처절히 느끼다
“안녕하십니까. 경찰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경찰’이라는 나름 특수성을 지닌 직업을 갖고 있다.
엄마역할 13년차, 경찰 업무는 16년차다.
지난 16년간 경찰업무를 수행하며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처한 가정 사건들을 접해왔다.
그 과정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지만 한편으론 엄마의 마음으로 자연스레 민원인의 상황에
내 아이와 가정의 모습을 대입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제대로 크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쁜 길로 빠질 확률도 클 것이라고 말이다.
막상 현장에서 겪어보니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가정과 관련된 112신고를 접하면 애매한 상황에는 직접 가정을 방문해서 대화하고 추가 피해 가능성이 없는 지를 살펴봐야 했다.
“누구세요오~~”
방문 가정의 현관문을 열 때마다 햇빛처럼 반짝이는 생기 가득한 아이들이 맞아 주곤 했다.
반지하의 어둠 따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드는 아이들도 많았다. 대부분, 아이들은 무난한 삶을 살고 있었다.
오히려 남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강남의 가정들이 의외였다.
30억 넘는 아파트에 거주하며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삐뚤어지는 모습들을 다수 목격했다.
분명 현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나보다 훨씬 지적이고 현명한 부모가 많았다.
부모 대부분은 품위가 넘치고 당당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자녀들은 행복하지 않아 보였고 부모와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 닫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타 지역의 가정을 접했을 때보다 강남 부유한 가정이 더욱 살벌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내가 근무한 지역이 경기도 분당, 서울 강남구 일대라서 더욱 그랬던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내가 현장에서 만난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잘 배운 부모들도 알지 못했던 아이의 인생 전반적인 행복은 어디서 얻어야 할까?
그 이유를 치열히 고민해보니 바로 ‘인성교육’ 부재에 답이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며 확실히 배운 것 중 하나가 있다.
잘 모를 땐 무조건 먼저 그 길을 간 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라는 것이다.
아이 낳고 기르며 인성교육이 단지 성격 좋고 친구들과 폭 넓게 잘 사귀는 단순한 교육이 아니었다.
아이 인생 다양한 영역에서 영향을 끼치는 가장 핵심교육이 '인성'임을 인지했다. 이를 위해 본격적으로 많은 육아서, 인성교육도서를 읽고 필사하며 고군분투했다.
아이의 인성교육 시작은 아이와 함께 들른 강남 굿윌스토어 구석에 있던 단돈 천 원짜리 <명심보감>이었다.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
아이와 함께 명심보감을 읽고 필사하며 가정 내에서 적극적으로 인성교육을 행했다.
육아휴직 일선 복귀 후 여성청소년과에서 가정폭력·아동학대 전담 경찰관 업무를 하게 되었다.
이때 특히 이론과 실제 현실 간 갭 차이를 느끼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교육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 세대는 어릴 때 인성교육을 딱히 배운 경험이 없다.
시중에 나처럼 인성교육을 전혀 못 받은 시민들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지며 한 아이에게 인성교육을 매일 행하는 저자가 쓴 ‘살아 숨쉬는 생생한 인성교육책’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간 지구대 및 파출소 지역경찰 5년, 교통관리계 3년 교통안전교육 및 홍보업무, 여성청소년계 3년 가정폭력아동학대 전담 업무, 기동대, 경무계 등 각 분야에서 접한 인성교육 부재의 현장 속 아쉬웠던 적이 많다.
현장에서 기억나는 사건들이 몇 개 있다.
고등학생이 문을 부수고 어머니를 위협한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 차 가정으로 찾아갔다.
갈등의 주 원인은 역시나 공부였다. 아이는 서울대 합격이라는 목표만 바라보며 초등학교부터 오랜 시간 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공부했다. 놀랍게도 아이는 ‘엄마’ 라는 단어 대신 ‘저 여자’ 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관계는 틀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도 부모와 아이가 주장하는 내용은 같았다. 서울대만 가면 절대 함께 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이 일류대 합격말고는 의미없다고 느껴졌다.
현장에서 보면 부모마저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가정이 많이 있다.
오로지 가정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공교육에서도 주기적인 인성 교육을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생각나는 가정이 있다.
아버지는 전문직 종사자였고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외동딸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전담케어하며 학원픽업 및 공부 등을 봐 주고 계셨다.
처음 만난 아이는 온순하고 학교에서도 모범생으로 선생님의 신임을 듬뿍 받는다고 하였다. 딱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이는 어머니에게 모든 것을 시킨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원하면 어머니는 뭐든 들어주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이런 상황을 당연히 여기기 시작했고 목마를 때 “물 갔다줘” 같은 자잘한 심부름부터 부모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루 종일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기도 했다.
엄마가 차가 막혀 학원 끝나는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자 말 없이 사라져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자주적으로 할 수 있는 것 마저 부모가 해주다 보니 이런 과잉 사례가 만들어 지기도 하는 것이다.
일찍이 가정에서 인성교육부터 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갈등은 덜 했을텐데 참으로 아쉬운 기억이 있다.
나는 이렇게 직접 피부로 느낀 현장의 아쉬움과 더불어 내 아이들을 모델 삼아 행해본 인성교육의 상세한 팁들을 여기에 전부 담아내고자 한다.
특히 가정 내에서 인성교육의 핵심이자 교육담당 주체가 될 부모(혹은 주 양육자)가 실천하면 좋은 방법들/학습법/꿀팁, 노하우, 경험담 등을 이야기 나누고 싶다. 왠지 모르게 거창해 보이는 인성교육은 아니다. 부담 없이 그대로 따라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부모가 의식적으로 인성을 익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러면 기본 인성 위에 지식과 경험의 체득을 통한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원리로 깊은 생각을 통해 훌륭한 인성을 지닌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엄마로써 아이를 키우다보니 알게 된 사실이 또 있다.
일찍 그리고 지속적으로 배워둔 것일수록 아이의 것이 되어 신체와 한 몸이 된다는 것.
어릴 적부터 축구를 배워 놓으면 언제든 가벼운 공 하나로 모르는 친구들과 어울린다.
수영을 배우면 강,바다,수영장 가리지 않고 두려움 없이 물 속 순간을 즐긴다.
태어날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히면 쉬고 싶을 때는 게임이 아닌 책을 찾게 된다.
내 아이를 ‘제대로’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은 아이에게 좋은 인성을 일찍이 물려주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실로 아이 교육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사실을 믿자.
무엇보다도 내 아이를 믿으며 아이의 행복과 빛나는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인성교육’을 영어,수학보다 더 중요하게 다루며 서서히 진행해 나가면 된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인성과 아이는 한 몸이 될 수 있는 적기이다.
우리 아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특별한 존재들이다.
이러한 아이들이 인성교육을 통해 세상 속으로나가 존재 가치를 알고 결국엔 행복해지기를,
양육자와 더없이 가까워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