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행복론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언니가 어느덧 결혼 4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수술을 하든지, 시키든지 해서 아이도 낳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말하더니, 얼마 전 임신 소식을 알려왔죠.
한 번 내뱉은 말은 꼭 지켜야 직성이 풀리는 저로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이럴 거면 그러질 말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돌이켜 보면, 내가 말한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이 분명히 존재하긴 하더라고요.
절대 좋아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던 사람을 그리워할 때도 있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불현듯 스쳐 지나가고, 어딜 가려고 계획 세우면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언제부턴가는 원하는 게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실망하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안 만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셈이죠.
그래서일까요, 삶은 전보다 편해졌고, 동시에 무미건조 그 자체가 되어버렸어요.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한 생활이 마냥 심심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배웠거든요.
반복적인 일에 지루함을 느끼고 모험을 즐기지만 동시에 평범함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저로서는 인내력을 기를 수 있는 감사한 나날을 보냈어요.
그런데요, 편안해진 것과 편안한 건 조금 다르더라고요.
익숙함, 낯설지 않음, 적응함... 이런 건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세상살이에 모두가 해낼 수 있는 것들인 거죠.
내게 주어진 환경에 맞게 살아내는 거 말이에요.
반면에 편안한 건요, 약간 귀찮더라도 하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고 뿌듯하고, 그래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그런 느낌이에요. 행복인 걸까요?
침대에서 일어나기 너무 귀찮은 주말 오전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일어나 운동 후 씻으면 그렇고요,
예상 못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짠 여행 일정을 모두 해내지는 못하더라도 그 순간에 품었던 감정과 사고를 경험하면 또 그렇습니다.
제 경우에는 그랬어요. 그래서 매일 같은 열차 밖 한강 풍경을 보며 출퇴근하는데도 설레더군요.
쉽지 않은 회사 생활이지만, 취준생으로 마음 썩힐 때보다 훨씬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요 지키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하곤 해요.
약속을 해놓고 어긴다는 얘기가 아니라, 굳이 틀어져도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아무런 폐를 끼치지 않는 사소한 일을 만들어본다는 말이죠.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그러니까 뭔가 더 여유로워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물론 성격을 완전히 뜯어고치지는 못할 거예요.
그래서 함부로 말을 내뱉지는 않겠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라면 더더욱이요.
언니와는 달리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사람이 없다면 억지로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게 되겠네요.
처음에는 형부한테 이걸 어떡하냐고 그렇게 히스테리를 부렸던 언니가 지금은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대요.
언니한테 아이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겠지만, 소중한 일부가 될 거 같습니다.
언니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간절히 소원할게요.
여러분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