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북 쇼퍼홀릭,
나는야 서점광

좋아하는 것들 , 그 네 번 째

by merry go round

난 서점을 참 좋아한다.


약속장소를 가기전에 시간이 남거나,

모처럼만의 휴일에 특별히 할 것이 없다거나,

혹은 무언가를 해야할지 모르겠는 붕 뜬 시간이면

어김없이 서점으로 발길을 향하곤 한다.


내 책장에 꽂힌 책 중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은 정말이지 단 한 권도 없다.

개중의 몇 개는 친구에게 선물 받거나 물려받은 책, 그 외에는

전부 다 서점에서 두 팔 무겁게 , 낑낑거리며 다 하나하나 사 모음 책들이다.


서점을 들어서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오로지 모든 정신이 책으로 쏠리게 된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의 베스트셀러들도 알 수 있고,

좋아하는 수필, 잡지, 만화, 여행기, 인문학을 비롯해 심지어 어린이 도서까지

잘 모르는 분야의 대해 쉽게 책을 통해 배울수도 있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한다.

편식이긴 하지만, 그래도 머릿속 어지러울때 정말이지 서점만한데가 없다.


요즘은 독립서점이라는 곳도 많이 생겨서

대형서점과는 또 다른 재미에 독립서점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는데 재미를 좀 붙였다.

이유는 모두 매한가지, 다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너무나도 시끄럽고 멍청한 내 인생이 이어지는 시기인지라

이 모든걸 그냥 책속으로 다 털어내버리고 싶어져서이다.


출퇴근을 하면서, 회사에서 잠시 쉬는 점심시간이라던가

무튼 틈틈히 이런 저런 책들을 읽는게 너무 좋은데

때론 주변에선 그게 어떻게 쉬는거냐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한다.


하지만 난 그게 휴식이다.

독서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다른 잡생각들이 떠오르지 않고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속이 시끄러울때 특히,

더 집요하게 책을 집어들고 읽어 내려가곤 한다.


요즘은 전자책도 많이 발달되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책은 그 책장을 넘기는 맛을 빼 놓을수가 없다.

전자책을 계속 눈으로 보고 있자면 세상 너무나 눈이 피로하기도 하고,

여하튼 나는 새 책이면 그 새 책만의 특유한 냄새를,

헌 책이면 헌 책 만의 그 쿰쿰한 냄새까지도 즐기는 것이 나의 독서시간인 것이다 .


특별하게 장르를 가리지도 않는다.

뭐 엄청나게 전문적이라거나, 되게 심도깊은 그런 책은 사실 거의 안본다.

편식아닌 편식을 하는데

주로 보는 책들은, 평소엔 어라운드나 컨셉진 같은 매거진,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 생각도 않고 싶을 때에는 이야기에 집중해서 몰두하게 만드는 추리소설,

마음속이 시끄럽고 어지러워 일렁거릴땐, 마음을 다독여주는 에세이 등을 읽는다.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을땐, 새로운 것이 탐구하고파서 인문학이나 미술관 서적등을 읽고

그 때 그 때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직접 사지는 않지만)

유명 브랜드 매거진을 휙 휙 넘겨 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어지럽고, 시끄럽고, 후회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는데,

이런 어지러운 속을 잠재울만한건 오로지 책 밖에 없었다.

올해 초, 그 당시 아직 회사 출근을 하기 전이라

특별하게 수입이 있을 때도 아니었는데,

일단 당분간 생활비로 쓰라고 엄마가 쥐어준 카드로

먹거리는 안사고 서점에 달려가 책만 한무더기를 샀다.


온갖 종류별로 책을 거의 한 열 권은 사서

그걸 굳이 낑낑거리며 노끈으로 묶어 들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풀러놓고 무작정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떠한 이유도, 목표도 없었다.

단지 너무 힘든 그 상황을 벗어나는 도피처로 책을 선택했을 뿐이었다.


나에게 하는 말들은 아니었겠지만 전부 나에게 하는 말들로 들렸고,

소설 속 대사 한 마디, 에세이 속 글귀 한 구절 한 구절이 전부 내게 향하는 것만 같았다.

단 맛도, 쓴 맛도 다양하게 있었으나 책이어서 그랬을까, 그냥 다 곧이 곧대로 마음속에 흡수되었다.


본가 집에 빼두고 온 것들을 제외하고

지금 내 책장에는 ㅡ 글을 쓰며 세어보니 약... 300여권의 책이 있는 것 같다.

뭐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숫자도 아니지만, 또 그리 적은 숫자도 아닌것 같고.


여하튼 한 번 보면 책장에 넣어두는 스타일이 아니라,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한 번 보고 그게 인상깊었으면 돌려보고 돌려보고 또 다시 보고 또 보기에

나에게 저 300권 가량의 책들은, 독서횟수 300번 그 이상의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겠다.



요 며칠 다시 책을 들고 도피처를 삼고 있다.

어느방향으로 흘러가는것이, 어떻게 행동하는것이 맞는건지

내 생각이나 내 행동의 대해 확고했던 생각이 너무나도 흔들리는 시기가 또 찾아와서

그 도피처로 책을 선택해 그 속으로 머리를 내집어던졌다 .


그 안에서 또 위로와 쓴소리를 번갈아 듣고 새기며,

내일은 좀 더 나아지겠지 ㅡ 하고 스스로에게 당근과 채찍질을 번갈아 휘두르는 것이다.


달콤함도, 쓴 맛도, 매운맛도, 밍밍함까지 다 주는 책

이 계절 , 가을 뿐만 아니라

나에겐 사시사철 정말로 마음의 양식이 된다.


올해 남은 연말까지의 목표는

책장에 있는 책들을 전부 한 번씩은 다 꺼내서 훑어보기라도 하는 것.

전부 다 읽자니 직장인에게 주어진 시간으론 택도 없어서. 하하.

그렇지만, 저 책들을 서점에서 집어들고 사던 순간, 그리고 읽었던 그 순간들을

다시금 새겨보며 지난 날의 나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싶다.


오늘밤도 남은 시간동안,

잠들기 전 책 속에 내 마음을 내던져두고 자야지.

그렇게 연휴 마지막 날, 푹 좀 잘 수 있게 되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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