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열 번 째.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ㅡ
가을의 절정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근무하다가 잠시 창 밖으로 내다본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다가
오늘은 하늘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 브런치를 열었다.
나는 교회도 다녔고, 아빠따라 절도 갔었다.
하나님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분명 신적이 존재가 있다고 믿는다.
알라신이던, 고양이신이던, 인도에서 모시는 소던간에,
분명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하지 못하는, 그런 영적인 힘이 어딘가에 있기는 있을거라고 믿는다.
너무너무 힘들때면, 늘 하늘을 올려다 보는 습관이 있는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을 다 찾게 되는 것 같다.
신이시여, 정녕 이게 제가 겪어야만하는 고통의 인내란 말인가요 ㅡ 하면서.
아주아주 어린 시절, 여섯살 ? 그 즈음부터
내 꿈은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사는것 ㅡ (이라기엔 사주팔자부터 도와주지도 않았지만)ㅡ이었는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참 많이 힘들었던 유년기였다.
우리집은 그 당시 각 층마다 한 가구씩 총 세 가구가 사는 형태의 3층짜리 빌라의 제일 끝 층인
3층에 살았었는데, 덕분에 옥상을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긴 복도를 따라 가다 그 끝에서 꺾어져 계단을 올라가면 옥상으로 갈 수 있었는데,
거기서 아빠엄마는 고추나 상추를 심은 미니 텃밭을 만들거나, 이불빨래한 것을 널 때
종종 옥상을 사용하시곤 하셨다.
옥상에 올라가면, 넓은 평상이 하나 있었는데,
엄마아빠가 일 때문에 늦거나, 어쩌다가 동생도 돌보지 않아도 되는, 나 혼자만의 자유시간이 주어질때면,
늘 나는 방에서 돗자리랑 덮고 자는 이불, 베개를 들고 옥상으로 호다다닥 올라가
평상위에 돗자리를 펴고, 베개를 베고, 이불을 덮고는 누웠다.
파란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도, 공기도 느껴져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좋았다.
어떤 날은 슬로우모션처럼 구름이 정말 아주 천천히, 천천히 흘러갔고,
어떤 날은 정말 하늘에 타임랩스라도 걸어놓은 냥 ( 그 당시에는 타임랩스라는 말도 몰랐지만)
비디오 빨리감기처럼 엄청난 속도로 구름이 흘러가곤 했다.
그리고 이런 가을날이면, 구름이 두 개, 세 개 층으로 나뉘어
뭉게구름 새털구름, 모양도 제각각 ㅡ 어떤건 오른쪽으로, 어떤건 왼쪽방향으로 두둥실 떠다녔다.
눈에 걸리는 그 무엇도 없이 끝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어떤 고민도 근심도, 전부 그 순간만큼은 잊어버릴 수 있었고,
그렇게 난 그 집을 참 좋아했었다.
이사할때마다 매번 꼭 옥상을 쓸 수 있는 집으로 가자고 부모님을 졸라댈 만큼.
그렇게 나는 지금도 여전히, 누울수만 있다면, 꼭 누워서 하늘을 본다.
가만히 자리에 앉거나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과는 느낌이 아예 다르다.
반드시 꼭, 누워서, 돗자리가 없으면 그냥 맨 바닥에라도,
누워서 온전하게 하늘을 있는 힘껏 만끽해야,
쏟아지는 별들도, 발 끝을 간질이며 불어오는 바람도, 뺨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들도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습도 전부 온 몸으로 담아낼 수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로 이사를 온지 이제 거의 한 달 째가 되어간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 기대했던 것들은, 오히려 전부 무너져내려 이사온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주변 환경이 좋고, 산책할 곳이 있고,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픈 존재가 가까이에 있어서
굳이 굳이 전철을 두 번씩이나 갈아타가며 출퇴근을 해야하지만, 이사를 했던 건데.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집 밖으로 나갈 자신도 없고, 산책도 , 주변을 익히고 싶지도 않아졌다.
하지만, 하지만. 가까워진 거리만큼, 분명 지금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생각의 합을 좁혀나갈 수 있을거라 믿으며
일단 오늘도 버틴다.
이번 주말에는 꼭 산책로에, 공원에 나가봐야지.
햇볕이 좋은 시간에, 돗자리 들고 나가서
잔디 위 아무데나 펼쳐서 드러누워 하늘을 실컷 , 아주 실컷 봐야겠다.
그렇게 새파란 하늘로, 얼룩덜룩한 내 마음의 상처들을 소독하듯 잘 닦아내야지.
덧나지 않고, 잘 아물어 가도록. 그렇게 나를 잘 보살펴야지.
파란하늘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가을이라, 조금은 더 견딜만 한 것 같아서.
그래서 다행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하늘이 참 고맙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