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Bye , Yellow Brick Road ㅡ

좋아하는 것들, 그 스물 네 번 째

by merry go 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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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삶의 안정을 찾고 싶어서, 정말 앞만 보고 달려왔다. 성인이 됨과 동시에 학업과 내 삶을 책임져야 했기에, 이십 대 청춘을 대부분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빈틈없이 살아왔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출근. 일을 마치면 대학교 야간 수업.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 막차를 타고 귀가하면 새벽 한 시. 그리고 과제. 세 네 시간의 쪽 잠, 다시 돌아오는 아침. 그 안에서 원하는 미래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도전했다. 원하는 삶을 위해 그렇게 일에 매진하며 살아온 지 어느덧 14년째. 회사의 정해진 틀이 싫다며 대기업을 뛰쳐나와 프리랜서로 8년의 시간을 보낸 나는, 다시 돌고 돌아 회사원이 되었다.


엘튼 존의 <Good Bye Yellow Brick Road>는 1939년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영화 <오즈의 마법사>를 각색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노래이다. 그 영화에서 도로시는 세 명의 친구들과 오즈의 마법사를 찾기 위해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가도록 전달받았으나, 결국 그들이 찾고 있던 것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노란 벽돌 길은 종종 “삶의 환상으로 가는 길”이나, “삶의 해답을 얻는 길” 로 일컬어지곤 한다. 이 노래의 가사를 쓴 작사가 버니는, 오즈의 마법사를 보고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상상을 더해 가사에 투영했다고 한다. 본인은 단지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행복한 중간 정도의 성공을 바랐던 것 같다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내 능력을 높이 사준 주변 사람들 덕분이었다. 등 떠밀리듯 시작하게 되었던 사업이어서 그랬을까? 나는 기본이 부족했다. 아이디어도 넘쳤고 열심히 하는 덕에 성과도 좋았지만, 늘 성에 차지 않았다. 나에게 일을 맡긴 모두가 만족했지만, 정작 나는 그러질 못했다. 일은 즐거웠지만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수많은 파티 현장을 만들어 내며, 반짝거리는 이들과 어울리면서도 결국 나는, 사실 이건 내가 바라던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화려한 현장 속에 그 현장을 만들어내는 손을 가진 내가, 화려한 가면 속에서 울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등 떠밀리듯 시작했던, 하지만 꽤 오랫동안 애써왔고, 사랑했던 내 회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그렇게 싫다고 뛰쳐나온 회사라는 곳으로 돌아왔다. 기본을 배우기 위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사랑했고, 원했던 멋진 음악을 하는 엘튼 존의 이 노래를 듣던 어느 날, 난 왠지 마음이 울컥했다. 멋진 노래속에 엘튼 존의 목소리가 내 가슴 속을 마구 휘저어 놓았다. 노란 벽돌 길이여 안녕을 외치는 엘튼 존의 목소리에, 폐업신고를 하고 밖을 나와 걷던 지난 2월의 어느날. 난 길가에 서서 엉엉 울고 말았다. 화려함을 뒤로 하고,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담았던 엘튼 존처럼. 모두가 원했지만, 정작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확신이 없는 채로 무작정 앞으로 내달렸던 나는, 이제 그만 처음 시작했던 그 길로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으면서, 한편으론 후련했지만 또 한편으론 그간의 시간이 너무 찬란히 빛났기에, 알 수 없는 감정에 휘감기며 정말 엉엉 울었다. 그렇게 시원하게 울고, 훌훌 털고, 다음날부터 이력서를 마구 넣기 시작했다. 엘튼이 이 노래를 통해 환상과 성공을 쫓는 노란 벽돌 길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숲으로 돌아가길 원했던 것처럼.

So, GoodBye Yellow Brick road. 안녕 노란 벽돌 길이여. 난 다시 쟁기질하러, 부엉이들이 우는 숲이 있는 곳으로. 단단한 껍질이 있는 두꺼비를 잡으러 다시 돌아갑니다. 드디어 난 노란 벽돌 길 너머로 내 미래를 정했어요. 돌아온 이 길의 대한 완벽한 확신은 없지만, 분명 화려함에 물들어 본래의 내 모습을 놓치며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초심의 길로 들어선 것이라 믿으며. 돌아온 이 길에서, 처음 걷던 그 때 보다 더 탄탄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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