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덜어주는 수라상궁같은 존재.
오븐.
음... 보자, 내 머릿속에서 오븐, 이라는 물체가 처음으로 입력된 게 언제인지.
오븐, ?
아마도ㅡ 무슨 외국 영화를 보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막 뽀글뽀글 파마한 외국 아줌마가
허리를 구부정-허니 구부려서
되게 예쁜 행주 같은 걸 앞치마 허리춤에 감고 있다가
수납장 같이 생긴 손잡이를 여니까
그 안에서 열기가 쉭쉭 뿜어져 나오고
허리춤에 걸쳐져 있던 마른 행주로
떡복이 담는 접시보다 좀 더 깊은 그릇 같은 걸 꺼냈던 것 같다.
거기엔 뭐더라? 뭐 막 치즈같은게 지글지글 갈색 빛을 내며
숨을 쉬는 듯 솟아 올랐다가 가라 앉았다가.
아마도 그건, 녹아내리는 그것이 치즈스파게티였을라나 뭐였을라나.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오븐스파게티였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나 어렴풋한 기억속의 오븐.
외국 영화 같은거나 틀어야 테레비 속에서 봤던 오븐.
뭔가 대단한 걸 만들어 내는 것 같던 그 오븐.
안에서 마법이라도 펼쳐지는건지,
뭐가 맨날 그렇게 지글지글거리면서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음식을 내어주던 마법사 같은 오븐.
실물의 오븐을 처음 마주한 건 이모네 였다.
요리를 참 못하는 우리 이모는
결혼을 하면서 신혼 살림으로 가스오븐렌지라는걸 들였다.
요리에 너무나도 능숙한 나의 엄마아빠조차
태어나 처음 본 가스오븐렌지.
이모는 위에선 가스렌지로 후라이팬 냄비를 써서 요리를 하고,
한 칸 밑에선 생선을 굽는 작은 그릴 이라는게 따로 있고
바닥에 그 큰 수납장 같은 문을 열고 거기에 음식 재료를 넣어 주면
요리가 뿅 하고 되어서 나온다고 했다.
요리에 참으로 일가견이 있다 못해 넘치던 우리 아빠는
자고로 요리란 손맛이라며,
무슨 그런 고철덩어리 같은 게 무얼 만들겠냐며
핀잔 아닌 핀잔을 줬고
(아마도 아빠는 그 고철덩어리가 좀 갖고 싶으셨나보다)
요리의 "요" 자도 모르던 막내동생이 시집을 가서는
그래도 요리라는걸 해보겠다며 이상한 신문물을 들였다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이모를 기특해 했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지금 우리 이모는 혼자서 김장을 담글 줄 아는
능숙한 요리 숙련자로 거듭났다.
(이모, 본의 아니게 지난 과거사 들춰서 미안!)
결국 그 고철덩어리 오븐은
정말로 이모가 잘 쓸 줄 몰라 우리집에 오게 되었다.
당시 내 나이 고등학생 때 였고,
온 가족이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식구는
그 요망한 고철덩어리가 우리집에 들어오자마자
서로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나는 외국 영화에서 본 것 처럼
무언가 스파게티 같은 것을 만들어
위에 치즈를 잔뜩 얹어 오븐에 집어 넣기 일쑤였으며,
아빠는 어디서 본건지
이런걸론 고기를 하는거라며
마장동까지 가서 고기를 뚝 뚝 끊어와서는
집에 있는 온갖 양념을 더할 수 있는만큼
정말 최선을 다해 뿌리고 문질러
큰 고깃덩이를 오븐에 넣었다 뺐다 해댔다.
그 요상한 고철덩어리가,
그 때의 우리 가족을 참 즐겁게 해 줬던 것 같다.
세월은 흘렀고,
이제는 가스오븐렌지보다 전기오븐렌지가 훨씬 많으며,
뭐 그 브랜드야, 감히 셀레야 셀 수도 없을만큼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하게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머릿속엔,
특히나 엄마아빠 세대의 머릿속엔
오븐은 여전히 뭔가 어마어마한 걸 해내는
이상하고 대단한 그런 문물인걸까.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던 대장금이 있던 시절,
그 시절에도 수랏간에 오븐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우리네는 오븐을 아주 손쉽게 쓰고 있었을텐데.
(그리고 수랏간 상궁들도 요리를 세상 편하게 탱자탱자 할 수 있었겠지)
서양의 줄리아에게 오븐이 있었다면
동양의 장금이에겐 장작을 떼는 아궁이가 있었다.
결국 그 끝의 목표는 매한가지.
날 것의 식재료를 익혀서, 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무엇이든 자주 써봐야 익숙해진다.
오븐도 요리를 쉽게 해주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난 직업이 이래서 그런가 사실 빵이나 케이크보다도
요리를 할 때 오븐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는데
가끔 문의가 들어와 답변을 해드리다보면
아직까지도 오븐 = 베이킹 (빵이나 케이크, 디저트 만드는 것) 의 용도로
쓰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오븐은 내부의 열선이 달아오르며
오븐 내부의 온도를 뜨겁게 데워, 그 뜨거운 공기가 오븐 안을 뱅글뱅글 돌며
그 안의 재료를 익혀주는 도구이다
가스나 인덕션처럼 후라이팬 혹은 냄비를 올려
직접적으로 재료에 열을 닿게 해 익히고 조리하는 것이 아닌
오븐 내부의 뜨거운 공기로 날 것의 재료를 뜨겁게 달궈 익혀주는 방법이다
밀가루를 반죽해서 넣으면 빵이 되고
야채를 뚝 뚝 썰어 소금후추 뿌려 넣어주면 야채구이 또는 찜이 된다
서양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후라이팬에서는 하기 어려운 -
커다란 소고기 덩이를 넣으면 거대한 로스트 비프 같은걸 만들수도 있고
고등어나 삼치 같은 생선구이의 비린내의 부담을 덜고 구울 수 있다
(아무래도 후라이팬에 굽는 것보단 온 집안에 베어드는 냄새가 확실히 덜하다!)
난 요리가 귀찮을 때 오븐을 적극 활용한다.
자고로 요리란, 정성이 가득 들어가야 그만한 맛이 깃드는 것이라 했지만
그건 정말로 아궁이에 장작불 떼던 시절 이야기이고,
지금은 이렇게나 뛰어난 문물이 가득한 현대사회에
내 정성의 시간을 현명하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문물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조금 더 오븐의 편리함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뭐 이런것 까지 할 수 있어? 싶은 것들을
하나하나 해보려 한다.
얼마 전 오븐으로 떡을 만들었는데 이렇게나 잘 될 줄이야 !
찜기에 쪄서 만드는 것보다
배는 더 편하고 배로 더 맛있었다.
주말이 되면 하루에도 두 세 번씩 돌려대는 오븐
비단코 요리가 귀찮아서 ㅡ 라기 보다도
너무나도 바쁜 현대 사회에
내 시간을 조금이나마 알차고 현명하게 쓰기 위함이다.
그 옛날처럼 오븐에 넣어놓고 제 때 꺼내지 않는다고
요리가 다 타들어갈 염려는 없으니,
요리가 완성되면 자동으로 또로롱 소리를 내며 꺼지고
때때로 기능에 따라서는 자동으로 보온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내가 사용하는 브레빌 오븐의 최애 장점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집에 가서 무조림을 만들 예정이다.
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모퉁이를 깎아주고,
베이컨과 꽈리고추를 함께 넣어
짭쪼름하고 뭉근하고 매콤하게,
밥 반찬이라 적고 술안주라 읽겠지만
추운 겨울날이 미처 다 흘러가기 전에
뜨끈뜨끈 뭉근한 시간이 깃드는 요리들을 할 것이다.
오븐으로.
온 집 안 가득 뜨끈하고 짭짤한 향이 깃들겠지.
이렇게 또 하나의 요리와 함께, 주말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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