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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Feb 14. 2021

일요일 늦은밤의 부르스케타

순간 정성들임의 시간, 요리, 그리고 기록.


매일 매일 똑같은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하루의 끝에서 준비시간이 각각 다르게 느껴지는건

아무래도 요일이 주는 각기 다른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중에 가장 지치는 요일을 꼽자면,

역시나 아무래도 일요일 저녁이 될 듯 싶은데

그건 지금의 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을 하기 전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에는 

아예 요일 감각조차 없었다. 


평일이 주말인듯, 주말이 평일인듯.

그냥 내가 일하는 날이 평일이었고,

일하지 않고 쉬는 날이 휴일이었다.


그 휴일은 2주에 한 번 오기도 하고,

한 달 내리 아예 없기도 했다. 

그것은 비단 나 뿐만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과 평범한 프리랜서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것이라 생각이 든다. 


일요일 밤을 하루 앞 둔 지금

지나간 사진을 한 장 꺼내들고 적어 내려가 보는

어느 날의 기록.



한 건물에 사는 동생을 알게 되었다.

저녁 식사시간은 지나간 늦은 밤.

간단히 수다나 떨자며 찾아온 동생에게 주려고 

간단히 먹을 거리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토마토가 있고, 냉동실에 빵이 있다면

언제나 가장 손쉽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부르스케타.


부르스케타에 완벽하게 빠져들게 된 건,

다름 아닌 영화 줄리앤줄리아를 본 다음 부터인데

영화 속 줄리가 버터를 듬뿍 머금은 바게트를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

그 위에 큼직하게 썰어 버무린 토마토를 얹어 먹는 장면을 본 뒤

나는 완전히 토마토 부르스케타에 홀릭하고 말았다. 


너무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너무나 그럴싸하면서

너무나 완벽한 달콤 + 상큼 + 짭짤 + 바삭 의 네 박자의 향연.


버터는 항상 가염버터를 사용한다

짭짤한 맛이 베어드는 게 좋으니까.

이 날은 오븐으로 빵을 아주 살짝 바삭하게 굽고

버터는 곁들여 먹을 생각으로 그냥 그대로 함께 곁들여 내었다. 


별 다를 것 없는 메뉴 하나와 와인 한 잔.

그리고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은 대화의 시간.

때로는 조금 무겁고 때로는 조금 가벼운 듯 

그렇게 또 새롭게 알게 된 친구와 관계를 다져 나간다. 




살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될까.

더 이상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거라 생각한 내 일상인데,

하루하루 이렇게나, 새롭고 또 달라지고,

수 많은 인연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고 끊어진다. 

끊어지고, 맺어진다. 


요리를 할 줄 안다는 이 작은 재주 하나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복을 지니게 된 것 같다. 


빵 좀 굽고, 토마토 좀 얹었을 뿐인데, 

그 날 밤 나는 또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얻었다. 

이럴 땐 참 고맙네 내 이 잔재주가. 


문득 또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아 본다. 

이 잔재주로 누군가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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