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정성들임의 시간, 요리, 그리고 기록.
매일 매일 똑같은 시간이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하루의 끝에서 준비시간이 각각 다르게 느껴지는건
아무래도 요일이 주는 각기 다른 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중에 가장 지치는 요일을 꼽자면,
역시나 아무래도 일요일 저녁이 될 듯 싶은데
그건 지금의 내가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을 하기 전
오랜 시간 프리랜서로 일하던 시절에는
아예 요일 감각조차 없었다.
평일이 주말인듯, 주말이 평일인듯.
그냥 내가 일하는 날이 평일이었고,
일하지 않고 쉬는 날이 휴일이었다.
그 휴일은 2주에 한 번 오기도 하고,
한 달 내리 아예 없기도 했다.
그것은 비단 나 뿐만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과 평범한 프리랜서 모두가 느끼는
감정일것이라 생각이 든다.
일요일 밤을 하루 앞 둔 지금
지나간 사진을 한 장 꺼내들고 적어 내려가 보는
어느 날의 기록.
한 건물에 사는 동생을 알게 되었다.
저녁 식사시간은 지나간 늦은 밤.
간단히 수다나 떨자며 찾아온 동생에게 주려고
간단히 먹을 거리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토마토가 있고, 냉동실에 빵이 있다면
언제나 가장 손쉽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부르스케타.
부르스케타에 완벽하게 빠져들게 된 건,
다름 아닌 영화 줄리앤줄리아를 본 다음 부터인데
영화 속 줄리가 버터를 듬뿍 머금은 바게트를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
그 위에 큼직하게 썰어 버무린 토마토를 얹어 먹는 장면을 본 뒤
나는 완전히 토마토 부르스케타에 홀릭하고 말았다.
너무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너무나 그럴싸하면서
너무나 완벽한 달콤 + 상큼 + 짭짤 + 바삭 의 네 박자의 향연.
버터는 항상 가염버터를 사용한다
짭짤한 맛이 베어드는 게 좋으니까.
이 날은 오븐으로 빵을 아주 살짝 바삭하게 굽고
버터는 곁들여 먹을 생각으로 그냥 그대로 함께 곁들여 내었다.
별 다를 것 없는 메뉴 하나와 와인 한 잔.
그리고 깊다면 깊고 얕다면 얕은 대화의 시간.
때로는 조금 무겁고 때로는 조금 가벼운 듯
그렇게 또 새롭게 알게 된 친구와 관계를 다져 나간다.
살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 될까.
더 이상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거라 생각한 내 일상인데,
하루하루 이렇게나, 새롭고 또 달라지고,
수 많은 인연이, 사람들과의 관계가
맺어지고 끊어진다.
끊어지고, 맺어진다.
요리를 할 줄 안다는 이 작은 재주 하나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복을 지니게 된 것 같다.
빵 좀 굽고, 토마토 좀 얹었을 뿐인데,
그 날 밤 나는 또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얻었다.
이럴 땐 참 고맙네 내 이 잔재주가.
문득 또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아 본다.
이 잔재주로 누군가와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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