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이후로 많이 아팠다.
시작은 바이러스성 감염이었던 듯한데 전신 혈관염 증상으로 진행이 되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가만히 있으면 더 심해지는 신경과 근육 통증이 심해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어떻게든 잠시라도 자보려고 했지만 새벽 5시가 되었을 때 심각성을 깨닫고 응급실에 갔다. 설마설마했는데 모든 lab 결과가 다 와장창 깨져있었다.
토요일에는 환자가 많은데 이번 주 유난히 예약 환자가 많아 퇴원하고 일하러 왔다. 무슨 정신으로 쳐냈는지 모르게 일하다 귀가해 잘 수 있었다.
스테로이드를 먹고 있다. 가만히 1-2초만 서있으면 허벅지 뒤쪽이 터질 듯 아프고 관절이 붓고 잘 움직이지 않는 증상과 소화 기관이 멈춘 증상이 아직 계속되고 있다. 완전히 좋아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친구들과 계획했던 강릉 여행도, 가족들과의 스키 여행도 아쉽지만 포기했다. 미사에 가서도 서 있지 못하고 앉아서 미사를 드렸다.
몸이 아프니까 마음도 위축되고 용기가 없어진다.
가족과 동료, 주변 사람들에게 끝없이 미안한 일들만 생기고 내 일을 전가하게 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 더 힘들게 한다.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알아간다.
하루 이틀 지나도 호전이 없으니 나도 모르게 계속 이렇게 아프면 어떡하지, 아니면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지면 어떡하지, 하고 부정 회로가 돌아간다. 내 나이도 있는데 역시 새로운 도전은 무리인가. 하는 생각까지 확장된다.
평소에는 마음을 잘 다스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조그만 자극에도 크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마음 수련이 한참 부족하다. 나는 참 부족하면서도 오만한 사람이구나 다시 한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