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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ACE SEOUL 21K

10km는 힘들구나

by Claire mindfulness


지난 겨울, 달리기를 거의 하지 못했다.

1월 말부터 서있는 것도 힘들 정도로 아팠고 근력도 많이 떨어졌다.

그 와중에 한참 힘이 없던 시기인 2월 말에 러닝 대회가 하나 잡혀있었는데 그게 바로 더레이스서울 21K 대회였다.


서울시청에서 동대문운동장을 지나 왕십리까지 갔다 오는, 도심을 완전히 가로지르는 코스였는데

당시 도심 집회로 통제가 어려워 그 대회가 4월로 미루어졌었다.

2월에 대회가 열렸다면 아마 출전을 포기했을 것이다.

4월 초로 미루어지면서 강행했는데, 그 사이에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훈련은 거의 하지 못한 상태로 나가서 그냥 걸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심지어 한 번도 달려본 적이 없는 10km.




지난 주말 도심 10km를 달리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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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문제가 있었다.


다른 대회들이 보통 8시 집합, 9시 시작이었던 터라 이 대회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느지막이 집에서 나섰다.

보통 집결지에 가까이 가면 참여하는 인파로 난리인데, 시청역에 도착했는데 지하철에 달리기를 할 것 같은 사람이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고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걸어야지 하는 마음에 안일하게 전날까지도 안내 홈페이지를 확인하지 않았는데

대회 당일 아침, 안내 홈페이지는 다운이 되었고

알고 보니 집합 시간이 7시였다.


시청역에 내린 것이 거의 8시 20분.

심지어 집합 장소도 중간에 한번 바뀌어서 시청광장이 아니라 광화문 광장이었다.

시청역 6번 출구로 나가보니 이미 앞 그룹들은 출발해서 한창 열렬히 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오늘 대회 참가는 못하겠구나 싶었다.


달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좌절감에 광화문 광장 쪽으로 걷는데

대회 참가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아직 마지막 그룹은 출발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다행히 숨을 잠시 고르고 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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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룹이 되는 바람에 내가 목표한 대로 걷지를 못하고 계속 뛰었다.

도심이라 차량 운행을 제한한 상태였는데 마지막 그룹인 내 뒤로 길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룹에서 뒤처져 걷고 있다가는 내 앞에서 길이 사라질 것이었다.

7km가 될 때까지 길이 없어지기 전에는 들어가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쉬지않고 줄곧 달렸다.

물론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린 것은 아니지만 7km 까지는 그렇게 힘든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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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km에 도달했을 때쯤, 허재 아저씨를 만났다.

허재 아저씨와 그 무리들을 보니 저 뒤에만 붙어 있으면 길이 없어지지는 않겠다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뒷모습이 보이는 한에서 잠시 걸었다.

근데 아저씨도 계속 걷지는 않고 인터벌 러닝을 하셔서 따라가기가 쉽지 만은 않았다.

아저씨 고마워요.


8-9km 사이가 정말 마의 구간이었다.

한참을 온 것 같은데 대체 왜 9km 사인이 보이지 않는 건지!

9km 이후에는 힘은 들었지만 속도를 조금 높였던 것 같다.


훈련도 하지 않고 몸도 저질인 상태에서 길이 없어질까 봐 억지로 내달린 10km는 쉽지 않았다.

끝나고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오랜만에 시내에서 맛있는 거 먹어야지 했는데, 그냥 눕고만 싶어 택시를 잡아 타고 겨우 집까지 기어 들어갔다.


하지만,

마지막 피니쉬 라인에 들어오는 순간의 벅참은 어느 경기보다 짜릿했다.


훈련에 대한 의지가 다시 생긴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다음번에도 10km에 도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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