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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ire mindfulness Apr 29. 2024

사춘기의 뇌와 과소비


굳이 분류하자면 나는 검소한 편이다. 물건이 늘어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늘어나는 통장 잔고는 좋아하기 때문에 검소한 생활을 어렵지 않게 이어나고 있다. 


이런 나에게도 가끔 지름신이 강림할 때가 있다. 


소비는 인간의 감정과 아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고 한다. 무언가가 꼭 필요해서, 또는 있던 것이 소진되거나 고장이 나서 하는 소비는 과소비라 하지 않는다. 우리는 꼭 필요하지 않음에도 물건이 너무 이쁘고 멋져서 손에 넣고 싶거나 저걸 가지면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아 지갑을 연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이 충족되지 못하고 공허하거나 외모나 내 능력에 대해 자존감이 떨어져 있거나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불필요한 쇼핑 욕구가 강하게 올라온다.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쇼핑을 통하여 '나 이런 사람이야~ 나 그렇게 후지지 않았어.'라고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는 거다. 쇼핑을 하면서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무척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술을 마시면 내가 좀 더 괜찮은 사람인 듯 느껴지고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비슷한데 순간적인 도파민 분비 증가에 따른 생리학적 반응의 결과이다. 이 모든 것이 무의식 중에 일어난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청소년기는 일생 중 가장 자존감이 낮은 시기인 경우가 많다. 그 시기에는 누구나 자기 외모가 불만스럽고 우리 가족과 우리 집 사는 모습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이 없고 왕따 은따가 될까 걱정스럽고 마음엔 외로움이 항상 도사리고 고개를 들 준비를 한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부모님 등골이 휘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들이 다 가진 비싼 옷을 사야만 하고 교복처럼 다들 하고 다니지만 어른들 눈에는 예쁘지 않은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이 이해가 된다. 


옷과 신발에 관심을 쏟는 대신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좀 높여봐 라고 하는 조언은 도움이 안 된다. 언제 철들래 라는 핀잔도 역시 도움이 안된다. 


본인이 얼마나 멋지고 괜찮은 사람인지 알기 힘든 그 나이의 아이들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점차 단단해지기를 바란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그 길이 예쁘게 닦이도록 그 아이들을 향한 표정 하나, 말 한마디에 사랑을 담고자 다짐한다. 


#소비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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