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수험생 생활의 시작
그동안은 온갖 이사 준비로 눈코뜰 새 없이 바빴고, 이사 뒤에는 루틴이 만들어지지 않아 전업 생활을 실감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에서 보낸 짐 정리까지 마치고 나니, 매일 아침 다들 떠나고 집에 남는 백수의 생활을 체감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한 이래 백수가 된 것이 처음이다.
게으른 편이라 백수가 되면 큰일 날 줄 알았는데 빈둥대는 것도 하루이틀이고
또 얼른 이 시험을 마무리하고 의사로서 일을 하든 못하든, 뭐가 되었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기에 그래도 매일매일 공부를 이어나가고 있다.
도서관에 며칠 가보았다.
쾌적하고 좋다는 생각은 드는데 2-3시간만 있어도 기가 빨리고 배가 고파 오래 있기는 힘들었다. 오래 있기 힘들어 점심때 집에 오니 그다음부터는 늘어지고 오히려 공부 페이스 유지가 안 되는 느낌이었다.
이곳은 하루를 굉장히 일찍 시작한다.
아침 6시가 되기 전에 식구들이 일어나서 씻고 나갈 준비를 한다. 나는 6시가 조금 넘어 강제 기상을 하게 된다. 원래는 올빼미인데, 전업이니 그래도 아침은 차려 줘야지. 그래서 밤 10시 전에 피곤해서 자게 된다.
7시에 다들 나가고 나면 조금 쉬다가 공부를 시작하는데,
집에 있다 보니 그 시작 스위치를 켜는 게 어렵다.
시작 스위치를 켜기 위해 '출근을 한다.'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출근하는 것처럼 가볍게 다시 세수하고 선크림이라도 바르고 옷도 괜히 갈아입은 뒤,
손목시계를 차고 차나 커피를 내려 책상에 앉아 출근 시간이라며 기록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비록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공부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수입을 창출하는 준비의 일환이라는 의미에서,
문제를 풀 때 한 문제당 $1, 그리고 해설을 공부할 때 한 문제당 $2로 계산해서 하루 일당을 기록해 놓고 있다. 나중에 나를 위한 선물로 어디서든 정산을 받겠다는 희망사항이다. :)
오후가 되면 청소와 빨래, 저녁 준비로 다시 바빠진다.
나는 최단 시간 안에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선호한다.
요리를 오랜 시간동안 하면 나만 힘들기 때문에.
하여 최대한 미루다가 준비하는 경향이 있어,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면서 저녁을 준비해 차리고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몸이 나른해진다.
가볍게 운동이나 grocery shopping을 갔다 올 때도 있고 한국 주식시장이나 한 번 들어가 보면서 쉬다가 일찍 잔다.
이렇게 살고 있다.
여기에서도 하루하루 시간은 참 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