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는 없다
날은 참 좋다. 하지만 이 좋은 날을 즐기러 나갈 마음의 여유는 나지 않는다.
Step2 준비 과정은 여전히 절망감에 압도되었다가 다시 애써 기운을 차려보는 것의 연속이다.
작년 1월부터 UWorld를 결제하고 들락날락거렸으니 공식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풀타임으로 근무하던 7개월간 한 공부는 아무리 잘 쳐줘도 '구경 한 번 했다' 이상은 아니라는 것을 처절하게 체감한다. 일하면서 그 조차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지만 잠깐잠깐 나는 자투리 시간에 깊은 고민 없이 휘리릭 문제를 풀고 대충 해설 읽고 나중에 공부해야지~ 하며 지나갔던 것이 공부는 아니었다.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pathway까지 마치는 선생님들을 깊이 존경한다.
12월 한국에서 system 별로 오답과 마킹한 문제들을 주로 다시 보았고,
1월에 집으로 돌아와서는 cms를 조금씩 풀어보고 subject 별로 랜덤 문제를 생성하여 20문제씩 계속 돌리면서 두려움을 극복해보려고 하고 있다.
매 순간 절망이 찾아왔다.
분명히 공부했다고 했던 것들인데 매번 완전히 새로울 때,
일독도 아닌데 50%도 안 되는 정답률이 터져 나올 때,
과연 가능성이 있기는 한 걸까?
마음이 약해진다.
그때 예전에 들여다본 것이 공부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동안의 것들은 다 잊고 제대로 하기로 했다.
속도와 하루 문제풀이 양에 연연하지 않고 지문 전체를 샅샅이 파악하고 선택지 하나하나를 정답이 되는 이유와 안 되는 이유를 다 파악하고 넘어가는 훈련을 시작했다.
일정한 양을 정해놓고 달성하자고 약속하는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면 좋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럼 또 속도와 양에 집착하게 되어 나에게는 독이 될 것 같았다.
노련하고 영리하게 찾아보려 했던, 왕도는 없었다.
특히나 두려웠던 MSK, surgery, psychology, social 파트는,
나의 낮은 점수의 원인이 일차적으로 많이 공부하지 않아서일 뿐이라는 것을 느꼈다.
피하지 않고 계속 노출하고 노출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하나이다. 더 많이 부딪히는 것.
가능성을 따지고 들면 마음이 약해진다.
그 무엇도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 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를 내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할 수 있다.
이에 감사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