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뭘 조심하면 되나요?"
퇴원 후 처음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을 때, 나는 의사에게 물었다. 재발을 막기 위해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의사는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담배연기요. 담배연기는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요리할 때 나는 연기도요, 건강에 나쁜 건 다 피하세요."
역시 막연했다. 건강에 나쁜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찾으며 공부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자료를 찾고, 읽고, 분석해 보고, 실제 경험해 보며 실수도 하면서 배웠다. 1년이 거의 다 돼 가는 지금,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 본다.
가장 명확한 답은 담배다.
폐암 환자의 85% 정도가 흡연과 관련이 있다. 비흡연자라 해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간접흡연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배를 피워보지 않은 여성들의 폐암 발병률이 급증하는 데는 간접흡연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내 아버지는 매일 집에서 담배를 피웠다. 손주가 태어나면 담배를 끊겠다고 나와 약조하셨지만 끝내 지키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가족 중 흡연자가 있다면, 집 안에서는 절대 피우지 못하게 한다. 발코니에서 피워도 연기는 들어온다. 옷에 배인 냄새도 유해하다. 3차 흡연이라고 하는, 담배를 끄고 난 후에도 남아있는 화학물질도 위험하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회식 자리도 조심한다. 흡연자들이 있는 모음에는 가능하면 참석하지 않는다. 혹시나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들어오면 이제는 가장 먼 자리에 떨어져 앉는다. 미안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생명과 내 몸이 더 중요한 것을!
집 밖에서 걸어 다닐 때도 꼭 어디서든 담배연기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나는 그때부터 비상에 걸린다. 얼른 가방을 뒤져서 KF94 항균 마스크를 꺼내 쓰고, 손가락으로 마스크를 꾹 누른다. 마스크를 누르지 않으며 가는 입자의 담배연기는 그대로 마스크 안으로 들어온다. 꼭 눌러줘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리고 가능하면 먼 길로 재빨리 뛰어서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서 멀어진다. 이미 한쪽 폐를 다친 내게, 담배연기는 죽음과 같은 말이다.
담배만 피하면 될까? 아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유해물질을 들이마시며 산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외출을 자제한다. 꼭 나가야 한다면 KF94 마스크를 쓴다. 창문을 열지 않고, 집에서 공기청정기를 돌린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한쪽 폐로 살아가는 내게, 공기의 질은 생존의 문제다.
주방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도 조심한다. 고기를 굽거나 튀김 요리를 할 때는 반드시 환풍기를 최대로 돌리고 창문과 보조문도 활짝 연다. 요리하는 동안 나오는 연기에는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기름에 굽거나 튀기는 요리는 하지 않는다.
차량 배기가스가 심한 대로변도 피한다. 산책할 때는 공원이나 한적한 길을 선택한다. 아스팔트나 찻길은 각종 유해물질이 범람하는 곳이라 피하는 곳이 좋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쇼핑몰과 같은 사람이 많은 곳에도 오래 있지 않는다. 가능하면 마스크를 착용한다.
새집으로 이사하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도 주의한다. 새 가구에서 나오는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 폐에 해롭다. 충분히 환기하고, 공기청정 식물을 둔다. 가능하면 가장 순한 형태의 원목 가구로 바꾸는 것이 좋다.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 하나하나가 바로 내 폐를 통과한다. 폐는 불순물을 거르는 필터가 없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는 바로 내 몸속 전체를 돌아다니게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가공육은 끊었다. 햄, 소시지, 베이컨은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식품들이다. 편의점 도시락에 들어있는 햄도, 샌드위치 속 햄과 베이컨도, 저녁 식탁 단골 메뉴였던 소시지도 이제는 없다.
역시 발암물질로 분류된 붉은 고기도 줄였다. 소고기, 돼지고기를 꾸준히 먹던 습관을 바꿨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소량 먹는다. 대신 생선과 콩류로 단백질을 채운다.
튀긴 음식은 가능한 한 피한다. 치킨, 탕수육, 튀김. 고온에서 튀긴 음식은 트랜스지방과 발암물질을 만든다. 가끔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할 때는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거나 남편에게 대신 구워달라고 한다. 이를 위해 새로 에어프라이어를 장만했다. 구울 때도 기름을 아주 소량만 떨어트린다. 마스크를 쓰고 요리하라는 말도 있지만, 그건 너무 힘들어서 하지 않고 있다.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도 줄인다. 흰 빵, 흰 쌀, 과자, 케이크. 이런 음식들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염증을 일으킨다. 만성 염증은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인스턴트식품과 초가공 식품도 멀리한다. 컵라면, 냉동식품, 레토르트 식품. 편하지만 몸에는 독이다. 나트륨, 방부제, 첨가물이 가득하다.
매 끼니를 준비하며 묻는다. 이 음식이 내 몸을 살리는가, 죽이는가? 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
"한 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수술 후 몇 달이 지나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의 모임, 회식 자리, 가족 모임에서 혼자 물만 마시는 게 어색했다. 그래서 가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술자리에서 술을 마셨다. 어느새 느슨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자료를 찾아보며,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인식하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회복되고 있다는 기쁨에 취해 '술 한잔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자축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제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잘 참고 있다. 어느 순간 다시 느슨해지면 술을 한 잔 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 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으려 결심한다.
알코올은 발암물질이다. 적당한 음주라는 것은 없다. 한 잔도 안전하지 않다. 특히 암 환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알코올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암 재발 위험을 높인다.
술을 권하는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말하려고 한다. "저 폐암 수술했거든요. 못 마셔요." 대부분은 이해하지 않을까? 무안해할 필요 없다. 내 건강이 체면이나 위신보다 중요하다.
대신 무알코올 맥주나 음료를 마신다. 요즘은 맛있는 논알콜 음료가 많다. 분위기를 즐기는 것과 술을 마시는 것은 별개다.
가끔 외로울 때가 있다. 다들 술잔을 부딪치며 웃을 때, 나만 물 잔이나 음료 잔을 들고 있으면.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후회하지 않는다. 깨끗한 정신, 개운한 몸이야말로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스트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를 죽인다.
만성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분비시킨다. 이는 면역계를 무너뜨린다. 우리 몸은 암세포와 싸울 힘을 잃는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병이 든다.
나는 스트레스의 근원을 찾아 하나씩 제거했다.
독성 관계를 정리했다. 만날 때마다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비난하고, 불평하고, 요구만 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었다. 미안하지만, 내 생명이 더 소중하다.
불필요한 약속도 줄였다. 가고 싶지 않은 모임, 하기 싫은 일. 'No'라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미안했지만 조금씩 편해졌다. 내가 행복해야 살아갈 힘을 얻고, 다른 사람도 도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까.
완벽주의도 내려놓았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 실수해도 괜찮다. 느리게 가도 괜찮다. 나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연습을 했다.
SNS 사용도 줄였다. 다른 사람의 완벽해 보이는 삶과 나를 비교하면 우울해진다. 다른 사람들로 인해 내가 흔들리는 것이 싫다. 그래서 대신 책을 읽고, 산책하고, 글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내 선택으로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피할 수 있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스마트폰을 보고, 드라마를 보던 습관을 버렸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증가시킨다. 암 재발 위험을 높인다. 단 하루의 수면 부족도 면역세포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가 있다.
밤 10시 이후에는 핸드폰을 멀리 둔다. 블루라이트가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한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보지 않으니 오히려 내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일도 밀리지 않는다.
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 염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노력은 내 폐뿐만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을 위해, 나의 맑은 정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잘 알았으니 이제 잘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실천은 또 다른 영역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간에 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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