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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에게

by 끌레린

당신은 지금 숨을 쉬고 있다.

의식하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호흡한다.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고, 당신은 그저 살아간다. 양쪽 폐가 온전히 작동하고, 숨쉴 때마다 두렵지 않고,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막히지도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당신은 아직 모를 수 있다.


나도 몰랐다. 1년 전까지는.

'나는 아직 젊은데,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CT 촬영 결과를 보며 의사가 폐에 혹이 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젊으면 병에 걸릴 리 없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나는 알게 되었다. 건강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젊다고, 운동한다고, 담배를 안 피운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는 것을.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나는 괜찮을 거야. 아직 젊으니까. 건강하니까. 설마,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겠어?'하고 말이다.


무시했던 신호들

지금 돌이켜보면, 신호는 있었다.

가끔씩 느껴지던 가슴의 답답함이나 운동할 때도 유난히 숨이 차던 날들. 오래 지속되던 기침. 내 폐는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시했다. 피곤해서 그럴 거야. 미세먼지 때문이야. 감기가 오래가나 봐.

병원 갈 시간이 없었다. 아니,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가기 싫었다. 다녀오면 몸이 더 아파지니 힘들어 집에서 쉬면 되겠지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아무것도 아닐 거라는 부정으로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결국, 응급실에 몇 번 갔었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지금 무시하고 있는 몸의 신호가 혹시 있지 않은가?

몇 주째 계속되는 증상이 있지 않은가?

검사받아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나도 그랬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병을 더 키우지 않으려면 지금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 다음 달이 아니라 당장 이번 주에 시간을 내서 말이다.


'나중에'라는 말

"나중에 운동 시작해야지." "나중에 담배 끊어야지." "나중에 건강검진 받아야지."

나도 그렇게 살았다.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일이 좀 한가해지면,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하지만 '나중에'를 기다리다가 내 몸은 망가졌다. 나의 과거로 인해 나의 현재는 상처입었다.

당신이 미루고 있는 '나중에'는 언제일까?


멋진 운동화를 사놓고 신지 않고 있다면,

금연을 결심하고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건강검진 안내문을 받아놓고도 서랍에 넣어두고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오늘 10분이라도 걷고, 오늘 담배 한 갑을 버리고, 오늘 병원 예약 전화를 하자. 내일은 너무 늦을 수 있으니까.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는 매일 죽는다. 왜냐하면 매일 우리의 삶에서 한 부분이 우리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때문이다." 라고 미셸 드 몽테뉴가 말했다.

수술 후 처음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현관문을 열며 감회에 졎었다. 다시 문손잡이를 잡을 수 있는 것. 내 침대에 누울 수 있는 것. 모든 것이 새로웠다. 모든 것이 감사했다.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온전한 양쪽 폐로 숨 쉬던 그때는 몰랐다. 숨 쉬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아프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말이다.


건강한 당신이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 뜨는 것.

아무 통증 없이 움직이는 것.

가족과 함께 밥 먹는 것.

직장에 출근하는 것.

친구를 만나는 것.

여행을 가는 것조차.


그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다. 병실에 누워보면 안다. 그 모든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건강을 잃고 나서야 깨닫지 말고, 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


가족을 생각하자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나는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겉으로는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면서 억지로 짓는 웃음 뒤에 숨겨진 내 두려움을 마주하며 그 때서야 깨달았다. 내 몸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아프면 온 가족이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당신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배우자, 아이들, 친구들. 당신이 건강을 잃으면, 그들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싶은가?

"나 하나쯤 대충 살아도 괜찮아"라고 생각하지 말자. 당신의 건강은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까.

가족을 생각한다면, 지금 담배를 끊자.

가족을 사랑한다면, 오늘 운동을 시작하자.

가족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면, 지금 건강검진을 받자.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말자.


"자기 관리를 못 해서"라는 말

"고통받는 자는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라고 알베르 카뮈가 말했다.


병원에서, 때로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관리를 잘 못 하셨나봐요."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신 거 아니에요?" "원래 건강이 약했나요?"

그 말들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내가 병에 걸린 게 내 잘못이라는 듯,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듯 말이다.


맞다. 나도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잘 알고 있다. 피곤해도 쉬지 않았고, 아파도 참았고, 검진을 미뤘다. 그것은 내 책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을....

나는 아이들을 먹이고 재우느라 내 끼니를 대충 때웠다. 가족을 위해 필요한 것을 우선하느라 내 검진을 뒤로 미뤘다. 늙은 엄마를 돌보느라 내 몸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직장에서 살아남으려고 늦게까지 야근하고 주말에도 일했다.


나 혼자만을 위해 살았다면, 내 건강만 챙겼다면, 어땠을까? 좀더 이기적으로 살았더라면 지금과는 달러졌을 텐데...

우리는 혼자 살지 않는다.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동료다. 살아간다는 것은 때로 내 건강을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

그러니 부디, 아픈 사람을 보며 "자기 관리를 못 해서"라고는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들은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을 수 있으니까.

대신 이렇게 물어주면 좋겠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이제는 당신을 돌볼 시간이에요."


아픈 사람을 대하는 방법

"인간은 절대 고독 속에서 고통받지 않는다. 고통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 속에서 배가된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했다.


병이 알려진 후,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어떤 이들은 멀어졌다. 어색해하고, 피하고, 연락이 끊겼다. 암이 전염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이들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했다. "괜찮으세요? 힘드시죠? 많이 아프시죠?"라며 계속 물었다. 나를 환자로만 봤다.

어떤 이들은 조언을 쏟아냈다. "이거 먹으면 좋대요. 저 치료 받아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 근거 없는 이야기들. 그들은 도와주려 했지만, 오히려 나를 지치게 했다.


하지만 고마운 사람들도 있었다.

그냥 옆에 있어준 친구. 말없이 손을 잡아준 가족. 예전처럼 농담을 건네며 웃게 해준 동료. "오늘 뭐 먹고 싶어?" "이 전시회 같이 볼래?" 일상적인 질문들을 던져준 사람들.

나를 환자가 아니라, 그냥 나로 대해준 사람들.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건 동정이 아니라 존중이다. 조언이 아니라 경청이다. 치료법이 아니라 시간이다.

아픈 사람도 여전히 자신이다. 아프기 전과 같은 사람이다. 다만 지금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뿐이다.


TIP, 아픈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라면

"자기 관리 못 해서"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자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권하지 말자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대하지 말자

동정하지 말고, 함께하자

"힘내"가 아니라 "내가 옆에 있어"라고 말해주자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자

그들이 말하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리자

그저, 예전처럼 대하면 된다

아픈 것은 약점이 아니고, 실패도 아니다. 그저 인간이 겪는 일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죠"

"슬픔을 억누르려 하지 말라. 슬픔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라. 그것이 지나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 룸이


"힘내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나아요!"

이런 말도 많이 들었다. 사람들은 내가 항상 희망적이고, 밝고, 긍정적이기를 바랐다. 마치 그래야만 병이 나을 것처럼. 하지만 아픈 사람은 항상 희망적일 수 없다. 두려운 날도 있고, 절망하는 날도 있고, 화가 나는 날도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사람의 마음 속도 알기 어려운데, '아픈'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복잡할까!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라는 말은 때로 폭력이 된다. 아픈 사람에게 감정을 억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두렵다고, 힘들다고, 포기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든다.

부디, 아픈 사람이 약한 모습을 보여도 괜찮다고 말해주자. 울어도 괜찮고, 화내도 괜찮고, 절망해도 괜찮다고. 그런 감정들도 치유를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희망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방은 치료보다 쉽다

폐암 수술 후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렸다.

수술 자국은 여전히 아프고, 한쪽 폐는 반으로 줄어들어 살아가는 것 자체가 매일 도전이었다. 계단을 오르면 숨이 차고, 날씨가 추우면 호흡이 어렵고,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찾아오곤 했다.


하지만 예방은 간단하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 채소를 많이 먹는 것.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 정기검진을 받는 것.

이것뿐이다.

병에 걸린 후 치료하는 것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백 배, 천 배 쉽다.

지금 당신이 하는 작은 선택들이 10년 후, 20년 후의 당신을 만든다. 오늘 먹는 음식, 오늘 하는 운동, 오늘 자는 시간. 그 모든 것이 쌓여 미래의 건강이 된다.

예방하자. 병에 걸린 후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스스로를 먼저 돌보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에리히 프롬의 말이 생각난다.


비행기 안여러분은 전 수칙을 기억하는가? 산소마스크가 내려오면, 자신부터 먼저 착용하라고 한다. 그래야 옆 사람을 도울 수 있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위해, 회사를 위해, 부모님을 위해. 우리는 늘 누군가를 먼저 챙긴다. 내 건강은 뒤로 미룬다. 나중에, 나중에. 하지만 당신이 쓰러지면, 그 모든 것이 무너진다. 당신이 아프면 가족도 같이 고통받는다. 당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스스로를 먼저 돌보는 것은 이기적인 게 아니다. 오히려 책임감 있는 행동이다. 당신이 건강해야 다른 사람도 돌볼 수 있다.


TIP. 지금 당장 실천할 것들

가족보다 내 검진을 먼저 예약하라

아이 밥 챙기듯 내 밥도 잘 챙기자

회사 일보다 내 수면을 우선하자

다른 사람 걱정하듯 나를 걱정하고 돌보자

당신이 건강해야, 당신이 지키려는 모든 것도 지킬 수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당신이 건강하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오늘은

담배를 피운다면, 지금 끄고 다시 피우지 말ㅈ

병원 예약을 미뤘다면, 지금 전화하자

운동화를 신고 10분만 걷자. 동네 한 바퀴라도

주변의 아픈 사람에게 연락하자. "오늘은 뭐 해?" 일상적인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이번 주에는

놓쳤던 건강검진 일정을 잡고 예방접종을 하자

냉장고에 채소를 채우자

술 약속을 취소하자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말하자


이번 달에는

금연클리닉을 찾아가자

헬스장을 등록하자

수면 습관을 바꿔 12시 전에 일찍 자자

나만을 위한 시간을 스케줄에 넣자

이 작은 실천들이 당신의 생명을 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일부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삶을 더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라는 하루키 무라카미 셍각을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나는 당신을 겁주거나 불안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너무 늦게 깨달은 것들을 당신은 미리 알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잃은 것들을 당신은 지키기를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 아플 때,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기를 바란다. 판단하거나 평하지 말고, 조언하지 말고, 그저 함께 있어주기를...


건강은 회복할 수 있지만, 때로는 되돌릴 수 없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시간은 당신 편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건강하다면,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기억하자. 그리고 그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늘 무언가를 하자. 작은 것이라도 좋다.


양쪽 폐로 숨 쉴 수 있는 지금이, 아프지 않은 지금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부디, 건강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자.

부디, 나처럼 수술대에 누워서야 깨닫지 말자.

부디, 지금 시작하자.

그리고 부디, 아픈 사람을 만나면 따뜻하게 대해주자.

당신의 건강한 내일을, 그리고 서로를 돌보는 오늘을 위해.


이미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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