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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도전기
D2. 처음 열어본 생기부의 충격

by 끌레린

아이와 나는 담임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우선 특목고에 지원할 서류를 부리나케 접수하였습니다.

아이의 자소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장점과 중학교 때 활동했던 내용을 알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이후 생기부라고 간략하게 칭함)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 알아야 하죠.

중학교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를 관찰하여 적어준 생기부가 처음으로 궁금해진 순간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아이의 생기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었어요.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에 오랜만에 나이스 사이트에 들어가서 학부모 아이디로 로그인했죠. 그런데, 아이의 생기부는 열람할 수가 없었어요.

얼른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을 드렸어요. 학생부 기록은 정해진 기간에만 열람할 수 있다고 하네요. 생기부 없이 자기소개서(이후 자소서라고 간략하게 칭함)를 작성할 수는 없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생기부 파일을 부탁했어요. 가은이에게 특목고를 지원하라고 격려해준 담임 선생님은 바로 파일을 보내주며 잘 협조해 주었어요.


가은이는 중학교에 와서는 임원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도 시험점수는 곧잘 나왔죠. 공부도 어느 정도 하는 편이었어요. 전 학년 주요 과목은 모두 A등급이었거든요. 물론 영어 한 번을 제외하면요. 그래서, ‘가은이 생기부는 웬만한 수준은 되겠지.’라고 기대했었나 봐요. 하지만, 생기부 파일을 열어본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제 큰 아이가 이미 대학교에 입학한 터라, 그동안 고등학교 생기부를 계속 봐왔거든요. 큰 아이 생기부와 아주 차이가 뚜렷하게 보이더라고요.


우선 생기부의 전체 길이가 매우 짧았어요.

교과목별 세부 내용? 당연히 매우 짧았죠.

정말이지, 생각한 것보다 내용도 형편없었어요. 생기부에 적힌 내용에는 아이의 장점이 눈에 띄지 않았거든요. 아이가 잘난 구석이 무엇 하나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았어요. 활동도 아주 열심히 하지 않았는지 '무슨무슨 활동을 했다' 정도로만 나열이 되어 있는 생기부였어요. 너무나 평범하고, 일반적인 학생의 보통의 생기부였던 것이죠.


수업시간에 했던 활동부터 동아리 활동이 아주 간단하게 나열만 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큰 아이 입시를 치르면서 보아왔던 고등학교 생기부에는 엄청나게 많은 활동들과 탐구한 계기와 관심사가 깊이 보였거든요. 그리고 아이의 장점과 인성도요. 이 생기부가 특목고로 넘어간다면 우리 아이는 합격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제 머리를 강타했어요.


절망했던 저는 정신을 차리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입학 전형 자료를 꼼꼼히 읽어 보았죠. 정말 다행이도, 자사고와 달리 특목고에 넘어가는 자료는 생기부가 아니라 평가 대상이 되는 교과성적만이었어요. 영어, 국어, 사회 성적만 특목고로 넘어간다는 거예요. 교과활동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내용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참 다행이었죠. 참고로 자사고에 지원할 경우에는 학생과 학교, 지역 정보가 도말된 '생활기록부 II'가 넘어가기 때문에 학교 생활을 정말 잘 해야 합니다.


저는 가은이가 중학교에서 했던 활동을 기반으로, 활동 속에 숨겨져 있는 가치를 일일이 찾아서 잘 뽑아내 보자고 결심했어요. 학원에서는 아이가 하지 않은 활동도 넣어준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와 함께 준비하면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비양심적인 행동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가지고 자소서를 써보기로 했어요. 이를 위해서,

1. 생기부에 적힌 활동들을 찬찬히 읽어 보면서, 명확하지 않은 점들을 찾아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이의 활동에서 입학부 선생님들이 궁금할만한 내용을 모두 뽑아 질문으로 만들었죠. 그리고,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주요 활동이라 할만한 것을 몇 개 뽑았어요. 과목별 세부활동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인 동아리, 자율 활동까지 모두 골고루 골랐어요. 그리고 아래와 같이 탐구활동이라면 들어가야 할 다섯 가지 요소를 세부적으로 자세히 정리해 보도록 했어요.


첫째, 그 주제를 선택하고, 탐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 아이가 관심 있거나 주도적으로 탐구활동을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둘째, 구체적인 활동 내용은 무엇이며, 진행 과정은 어떠했는지,

셋째, 탐구 활동을 진행하면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문제가 있었는지, 어떻게 해결했는지, 또는 해결하지 못했는지,

넷째, 탐구 활동의 결과와 성과는 무엇인지,
팀의 성과와 개인의 성과 양 측면에서 모두 생각해 보기.

다섯째, 탐구활동을 통해 깨달은 점과 본인이 성장했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탐구 활동에 대한 위 다섯 단계에 대한 답변을 아이가 예쁘게 잘 적어오면, 아이의 숨겨진 장점과 잠재성이 충분히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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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작가. 자녀교육에 진심인, 아이들 안의 원석을 찾아 밝혀주는 작가입니다. 분석과 전략, 컨설팅이 취미고 전략/마케팅 분야 20년 이상 경력의 (前) 전략컨설팅사 공동창업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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