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특목고의 단점을 뛰어넘을 수만 있다면
지금까지 특목고의 장점에 대해 두루두루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특목고의 단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이다. 장점이 지나치면 단점이 된다. 특목고의 단점에 대해 냉정하게 짚어보겠다.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만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가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대학교 진학 문제이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 등급이 좋지 않은 아이들은 특목고를 입학하며 기대했던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할 수 있다. 특목고에 입학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들어가기만 하면 학교에서 알아서 명문대에 보내줄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의 명문대 입학과 연이은 인생대로에서 성공하기를 희망하며 특목고에 보내지만, 명문대 합격이라는 그 원대한 꿈을 단 번에 실현하는 아이들은 정해져 있다. 바로, 고등학교 3학년 내내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는 끈기 있는 아이들이다. 결국 전체 학생의 절반은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하여 재수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차라리 집 근처 일반고를 보냈더라면...'이라는 후회를 뒤늦게 하는 부모들도 보아왔다. 따라서, 아이와 진지하게 대화를 해보고 아이가 과연 특목고의 단점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할 것인지를 잘 판단하여 보내는 것을 추천드리는 바이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안 하니까 일반고보다는 특목고에 가면,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자극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겠지?'라는 섣부른 기대는 접어두길 바란다. 공부 습관이 안 잡혀 있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이 안 되는 학생이라면, 특목고에서 돌아가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 속에 매몰되어 공부는 계속 뒷전일 수 있다. 또한 중학교 때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수준 높은 수행과제의 폭탄 속에 헤매다가 내신 공부는 흐지부지되어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물론, 늦게라도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하여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아이들도 있다. 성격이 독하고 내 것을 잘 챙기고 끈기 있게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라면 가능하다. 가끔은 성적에 대한 기대보다는, 내 아이가 좀 더 좋은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 속에서 좋은 선생님과 좋은 친구들을 만나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훌륭한 마음으로 특목고를 희망하는 학부모도 존재한다. 그런 경우라면 특목고에 보내도 괜찮다. 특목고에는 성적이 안 좋아도 친구들과 좋은 교우관계를 유지하면서 항상 밝은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특목고에서 3년 동안 많은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우 아이는 행복하더라도 부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습을 보아왔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아이와 부모의 몫이다.
과목별 '넘사벽'들이 존재하므로 웬만큼 뛰어난 아이가 아니라면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 너무 못났다.'와 같은 자기 비하와 자존감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 열등감과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새벽에도 기숙사에서 소리를 지르는 학생이 있는 등, 공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생긴다.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신경정신약물을 복용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시험 성적을 위해 각성용으로 일부러 약을 복용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아이의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갉아먹는다. 신경성 위장염, 지나친 혹사로 인한 몸살과 감기, 독감과 전염병 감염은 특히 기숙사형 특목고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휴학을 하든, 전학을 하든, 퇴학을 하든... 힘들게 준비해서 특목고에 입학했는데, 버티지 못해 다시 학교를 떠나게 되면 그 아이의 정신상태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당연히, 자존감은 떨어지고 의욕도 떨어진다. 바뀐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환자나 마찬가지 일 수도 있다. 정신적 문제는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가슴이 찢어지는 부모들을 보아왔기에 감히 이렇게 말씀드린다. 아이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만한 정신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특목고는 보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특목고에 올 정도면 '에고 ego'가 강하고 머리도 좋은 아이들이다. 경제적으로도 별 부족함 없이 윤택하게 살아온 아이들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칭찬받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들이다. 본인이 예전과 같이 칭찬을 못 받거나, 성적이 안 나오는데, 내 옆의 친구는 칭찬받고 공부를 잘한다고 했을 때,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만큼 우리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다. 그 결과 아이들 간의 알력이 나타나게 된다. 한창 사춘기 가운데 있는 아이들은 친구와 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오히려 공부 스트레스는 견뎌도 친구들 간의 관계 변질로 인한 스트레스-물론 그 속에는 공부 스트레스가 함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에는 버티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되면 친구 간에 불화가 생기고 주변 친구들도 두 아이의 입장으로 서로 갈리게 된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누군가는 버티지 못하고 영영 기숙사 생활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생각해 보라. 치열하게 공부하는 분위기에서 잠재적 경쟁자와 24시간을 함께 생활해야 한다면? 아무리 공부해도, 아무리 95점을 받아도 등급이 4,5등급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은가? 그리고 내 등급이 떨어진 이유가 내 옆에 있는 친구 때문이라면? 스트레스가 극에 다다르면 이상행동을 보이게 되면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생긴다. 평소에는 모범생에 학급 임원이었음에도, 그 아이의 스트레스가 참을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가면 사건이 생긴다. 따라서,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못 참아하며 열심히 하는 아이라면 특목고에서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동안 직접, 간접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공부와 인성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즉 모범생 중에서도 빌런 같은 학생은 반드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숙사와 같이 합숙생활을 해야 하는 사립학교나 특목고에서는 면접 시 잘 짜인 인성문제를 통해, 학생의 인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학교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학생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다른 사람에게 푸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익혀가야 한다.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푸는 방법을 모른다면 특목고에 가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내신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내 자녀뿐만 아니라, 주변 학생들에게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그대로 아이 내부에 축적이 될 것이고, 어느 순간 아이가 참을 수 있는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면 아이의 정신이 폭발할 수 있다.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중학교 때 했던 공부는 놀이 수준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선 공부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며 시험문제가 중학교 때 수준보다 훨씬 어려워진다. 시험 대비 공부를 꼼꼼히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모의고사든 내신시험이든 기대한 것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중학교보다 고등학교의 공부량이 2배 이상 늘어난다고 말하는데, 특목고는 일반고의 3배 정도 더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특목고라면 내 아이 점수가 90점을 넘겼음에도 4,5등급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과목별로 점수 편차가 커진다. 중학교 때야 시험에서 망쳐도 보통 80점대는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특목고는 이와 다르다. 선생님들이 변별력을 이유로 마음먹고 시험문제를 내면 과목 평균이 40점대가 나오는 경우도 발생한다. 아이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점수와 등급은 아이를 절망에 빠트린다. 아무리 멘탈이 강하고 공부를 잘하는 상위권 아이라 하더라도 시험이 끝나고 울었던 경험은 한 번씩은 다 있을 만큼.
내 아이도 매번 100점 맞던 과목을 심하게 망친 적이 있었다.
"공부를 얼마나 안 했으면 그 점수가 나와? 어떻게 공부했는데?"
"아니야. 열심히 했어, 5번밖에 못 봐서 그런가 봐. 다음 시험 때는 10번은 봐야겠어..."
내가 물어보자 아이가 했던 대답이 너무 기막혀서 기억에 남는다.
공부량과 시험범위는 또 어떠한가. 예를 들어 국어라면, 교과서와 부교재 1, 프린트, 부교재 2가 시험범위가 되는데, 부교재 2는 수업시간에 단 한 번도 다루지 않는 수능어휘와 같은 교재로 학생 스스로가 온전히 공부해야 하는 범위이다. 영어도 매 시험에 천 개 가까운 단어를 포함하여 여러 부교재에서 출제된다. 평소 논문을 참조로 하는 수준 높은 수행과제를 하고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고 또 학생 자치회 활동까지 일정이 꽉 차있어 보통 새벽 2시까지는 잠을 못 자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시험범위가 그러하니 제대로 소화하기는 실로 어렵다.
"그럼, 학교활동을 최소화하고 내신공부 위주로 하면 되지 않나요?"
라고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수행과제 보고서를 보면 아이가 얼마나 고민하고 쓴 글인지 아주 명확하게 드러난다. '30분짜리 글이군', '2시간은 고민했네. 그래도 평범한 걸.' '오, 3시간은 고민했네, 잘 썼는데?' 하는 글이 있다면, '와, 생각지도 못했던 시각이다. 선생인 나보다 더 잘 썼다.'라는 정성적 평가가 저절로 된다. 따라서 수행과제도 너무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그리고 특목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원하는 학생부전형에서는 당연히 아이들의 주도적인 수행과제 역량과 꼬리를 잇는 심화탐구 역량이 매우 중요한데, 이는 모두 시간이 걸리고 고민을 해야 평균 이상의 수준을 도출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분의 아이가 내신공부든, 수행과제든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잘하여 상대적으로 약한 다른 분야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도 문제가 없을 만큼 대비를 했다면, 특목고에 자신 있게 지원하면 된다. 두 분야에서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아이는 특목고에 입학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내 아이가 특목고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 최상위권에 든다면 선생님의 관심을 받고 애정 어린 조언도 받을 수 있다. 또는 아이가 수업시간에 두드러지는 경우라면 선생님과의 관계는 좋을 것이다. 아이가 수업시간에 열중해서 듣고, 선생님께 질문도 잘하고 대답을 열심히 하는 등 수업에 기여한다면 선생님은 그 아이를 예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가 중위권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다면, 또는 수업시간에 조용한 아이라면 사실상 선생님과 학교의 배려는 적을 것이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아이의 학생부에 나타나게 된다. 교과 세특을 보면 선생님이 내 아이를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힘과 에너지를 얻고, 에너지를 많이 주는 아이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아이가 어느 한 분야에서 똑똑하거나, 성적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거나, 적극적이고 활달하거나, 선생님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아이라면 특목고에 가서도 잘 적응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잘 고민해 보고 결정하자. 아이가 차라리 일반고에 가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선생님에게 예쁨 받으며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특목고는 학교의 우수한 시설과 교사진, 수준 높은 커리큘럼 덕분에 우수한 학생들이 밀집된 학교이다 보니, 여러 문제가 파생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지나치게 과중한 공부와 수행과제 등 학생활동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점, 내신 경쟁으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 간의 문제, 그리고 내신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선생님과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원하는 대학에 진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등이다.
따라서, 이런 특목고의 문제점을 내 아이가 뛰어넘을 수 있는지 잘 살펴보고 진학을 결정해야 한다. 내 아이가 특목고 정글에서 한 마리 고고한 표범이 될 것인가, 아니면 표범에게 쫓기는 피식 동물처럼 될 것인가? 아이가 특목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대비가 되어 있어서 '표범'이 될 수 있다면, 또는 표범에게 쫓기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보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아이가 위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내성이 전혀 없거나 마음과 몸이 약해 표범에게 쫓길 것이라면 굳이 특목고에 보내지 말자. 차라리 집 근처 일반고에 보내는 것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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