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의 장점과 내 아이 특성을 비교해 보자
앞 글에 이어, 특목고의 장점을 계속 이야기해 보겠다. 지금까지 2023, 2024학년도 입시를 기준으로 자사특목고와 일반고의 서울대 진학 패턴을 파악해 보았다. 자사특목고의 진학률이 우수하며, 소수의 일반고가 약진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 자사특목고의 첫 번째 장점으로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보낸다는 점을 꼽았다.
특목고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치열하게 공부하기 때문이다.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평균 이상의 실적을 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일반고조차도 아이를 보낸 학부모 얘기를 들어보면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우리 아이가 함께 느슨해져서 공부를 게을리하거나 뒤처지지 않을지 걱정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특목고에는 아이들에게 천재라고 인정받는 아이들이 과목별로 존재하여, 과목별 시험범위가 아무리 방대하고, 문제가 아무리 어려워 평균이 40점대에 머물러도 만점자가 꼭 나오는 불변의 법칙(?)이 있다. 그러한 '과목별 공부의 신'들에게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선생님보다 더 뛰어난 학생이 아이 옆에 있다면, 부모가 아이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안심이 되지 않을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받아 우리 아이도 더 열심히 공부하기를 학부모들은 기대한다.
만약 일반고와 자사특목고의 내신 성적표를 비교해 보면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첫째, 특목고에는 고득점자가 많다. 따라서 고득점을 받고도 등급이 낮은 경우가 매년 종종 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원점수가 95점이 넘거나 100점을 맞아도 등급이 3~4등급으로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아이나 학부모 모두 억울하고 속상해진다.
둘째,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에서는 표준편차가 매우 적다. 최상위권 특목고의 경우 과목별 표준편차가 심하면 4~6, 상위권 특목고는 10 내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일반고는 표준편차가 보통 15가 넘는 경우가 많고 심한 경우 20을 넘어가는 과목들도 존재한다. 특히 '수포자'처럼 과목별 포기자가 많을수록 표준편차는 커지게 된다.
그러니, 특목고에 가서 고득점을 받았지만 1등급이 안 나왔다고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수시전형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유형인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등급만을 정량적으로 보지 않고, 정성적으로 등급과 원점수, 표준편차를 함께 분석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수시전형 중 학종이 아닌 교과/추천전형에서는 등급 수치 그 자체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자사특목고에서는 지원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학교장 추천전형은 내신등급을 강점으로 가진 일반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형이며,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의 꿈과 끼, 탐구가 제대로 발휘되는 특목고에게 유리한 전형이다. 2028학년도 입시부터는 서류 평가 시 중요한 지표였던 표준편차가 사라진다.
특목고에서는 수시 전형을 위해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래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관심 있는 진로분야에 대해 심화된 프로젝트를 한다. 또한 수업의 주제나 수행평가 또한 다채롭고 특색이 있어서 생기부를 화려하게 채워준다. 물론 같은 수행주제가 일반고와 특목고에 있거나, 여러 아이들이 동일한 관심주제로 생기부를 채울 수 있지만, 일빈적으로 특목고와 일반고 아이들이 제출하는 보고서에 담긴 생각의 깊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목고에는 학생자치회와 산하 여러 부서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실질적으로 학교생활을 이끌어가는 주체로써 학생회 산하 많은 학생들이 특정 연구주제나 학교의 문제에 대해 발표와 토론을 하는 세미나 같은 학술 행사나 외부 특목고와의 교류를 통한 대내외 행사, 전교 학생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행사 등을 직접 기획하고 주관하며 리더십을 키워나간다.
또한, 수준 높고 활발한 동아리들이 많은데, 보통 학교의 규모에 따라 약 100개~200개 이상의 동아리가 활동을 한다. 오디션을 준비해 원하는 동아리에 들어가 진로와 관련된 깊이 있는 학문 활동을 할 수 있다. 특히 주요 동아리는 연합 세미나를 개최하여 학제적 inter-disciplinary 관점에서 다양한 카테고리의 지식을 융합해 보는 경험의 장을 마련한다. 각종 프로젝트나 대회도 1년 내내 있기에 진로에 맞거나 관심 있는 주제의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게다가, 교내 활동뿐만 아니라 타 특목고와 연합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적, 학문적 교류를 해보며 cross-learning 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아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다양한 활동들을 경험하면서 본인 진로계열을 찾고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충분히, 어쩌면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생기부에 넣을만한 꼭지 내지 주제는 넘쳐난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다. 3년간 이런 활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팀원이나 부원들과 협의하여 진행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다. 보통의 일반고에서는 경험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특목고가 대학 입시 전형 중에서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하는 이유는 이러한 깊이 있으면서 다양하고 우수한 프로그램과 이를 활발히 수행하는 학생들 덕분이다. 따라서 그 활동의 결과물인 생기부가 차별화되고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일반고에서 수시 학종전형으로 명문대학교에 진학하려면 고등학교에서 다양하고 우수한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마련해 운영해야 하는데, 프로그램 세팅 및 운영이 결코 쉽지가 않다. 따라서 일반고에서는 서울대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상당수가 지역균형전형이나 정시 전형을 통하여 가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의 70%는 모두 특목 자사 영재학교 출신임을 밝혔다(일반고가 27.9%).
특목고는 대부분 기숙사가 있어서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물리적으로 독립(?)하여 자율성을 바탕으로 친구들과 사랑과 우정을 진하게 쌓을 수 있는 낭만이 있다. 국제학교와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도 존재한다. 특목고 간에 라크로스 원정 대회가 있으며, 체육대회 때 퍼레이드는 밤늦게까지 다 함께 준비하는 과정도 대단하다. 아이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보다 보면,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또한 또래와 함께하는 해외 체험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대단한 추억과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준다. 아이들은 미친 듯이 공부하며 또 한편으로 미친 듯이 즐긴다.
사회생활을 해 본 부모들은 소위 '좋은 인맥'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부모는 우리 아이가 험난한 세상에서 좀 더 편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인생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가능하다면야, 명문 특목고와 명문대 출신이라는 훌륭한 꼬리표를 아이에게 달아주고 아이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로서 갖는 인지상정이 아닐까?
이제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우리 아이가 수시와 정시 중 어느 전형으로 대학에 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이의 공부 특성에 대한 다음 질문에 답을 내려 보자.
1) 목표를 세우고 공부 계획을 촘촘히 세워 실천하는가, 아니면
계획을 세우지 않고 듬성듬성 공부하는 스타일인가?
2) 책상에 앉아 진득하게 공부하는 스타일인가, 아니면
노는 것을 좋아하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짧은가?
3)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 시험범위를 공부하는가,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적으로 정해 공부하는가?
4) 얌전히 앉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활동적으로 학교 안 또는 학교 밖 행사나 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좋아하는가?
특목고, 참 매력적이다.
그런데 특목고에서 3년을 보내보니, 내가 알고 있던, 그리고 기대했던 장점이 지나칠 경우에는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목고의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우리 아이가 이를 극복할 수 있고, 상처를 받지 않고 멘털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지도 먼저 판단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특목고의 어려운 점과 특목고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들에 대해 하나하나 짚으며 솔직 담백하게 얘기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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