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이 같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
생각의 흐름이 유사하고 가치관의 방향이 흡사한 사람
짧은 문장으로 그 뜻을 완전히 나타낼 순 없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같고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정도가 높을수록 그 결이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관심사가 다른 동료
내가 하나 간과한 것이 있었다.
회사에 입사하면 나와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도 잘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의 인간관계는 좁고 깊은 유형이라
어딘가 통하지 않고 마음이 가지 않는 상대와 관계를 잘 형성하는 법을 알지 못했다.
"좋아하는 게 뭐야? 맛집 다니는 거 좋아해? 술 마시는 거 좋아해?"
말을 처음 섞어보는 동료와 나눈 첫 대화였다.
전형적인 스몰토크의 일종인데 하필이면 당시 나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소재였다.
몇 년간 공부와 취업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오면서
입사 후에도 '빨리 일 경험을 쌓고 자격증을 따서 이직준비를 계속해야지'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걸 물어보는데 자기개발하고 자격증을 따는 것에 관심이 쏠려있다고 말할 순 없었다.
"나 술은 잘 안 마시는데 맛있는 거 먹는 건 좋아해!"
대화는 이어가면서 최대한 솔직하게 답하려고 했다.
"나는 이 동네 가는 거 좋아하는데, 맛있는 거 많잖아! 여기 가봤어?"
그 동네에 맛집, 술집들이 몰려 있는 건 아는데 대학 초반에 몇 번 가본 거 빼고는 최근에 아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묻는 것마다 잘 모른다고 대답하니 대화가 뚝뚝 끊어졌다.
"여기도 몰라? 여긴 진짜 유명한데!"
"어.. 사실 나 잘 몰라. 최근에 많이 안 갔어."를 마지막으로 정적이 흘렀다.
이제 막 들어온 나와 잘 지내보고자 이것저것 물어보며 말을 건 것일 텐데 괜한 어색함만 생겨버렸다.
지금의 나라면 "맛집은 잘 모르지만 맛있는 건 좋아해! 거긴 뭐가 좋아? 왜 유명해? 주말에 한번 가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을 텐데 그때의 나는 좀 미숙했다.
새로 산 향수
입사 후 처음 느낀 건 지점이 시끌벅적하고 동료들끼리 사이가 좋다는 것이었다.
서로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고 업무를 하면서도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나도 그들과 가까워지면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간 그들이 이야기하는 소재를 주워 들었는데
대체로 맛집이나 연애 혹은 최근에 산 향수나 바꾼 네일에 대한 것이었다.
"새 향수 샀는데 지수 언니가 이거 목욕탕 냄새난다고 사무실에서 뿌리지 말라고 하는 거예요!"
막내 선배가 다른 동료들에게 얼마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툴툴거렸다.
"근데 진짜 목욕탕 지나갈 때 나는 냄새 나. 왜 그런 걸 샀어?"
지수 언니가 그 옆을 지나가며 또 그녀를 놀렸다.
"아닌데... 완전 좋은 향긴데.. 하도 그래서 오늘은 안 가져왔어요."
뾰로통한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지는 것을 보며 사무실의 선배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선배들은 막내 선배의 그런 모습을 귀여워했는데 갓 들어온 내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이후에는 향수 종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당시 향수에도 크게 관심이 없던 나에게는 이런 대화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향이라면 그저 올리브영에서 파는 헤어에센스와 핸드크림, 기껏해야 바디미스트 정도 썼던 나는
나열되는 향수 브랜드들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타인과 가까워지려면 공통된 관심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여태까지 나온 대화 주제로는 해당하는 부분이 없어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이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따라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퇴근 후에 향수 공부를 하면서 브랜드들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키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