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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이 찾아온 순간

당연한 일상에서의 틈

by 어스름

이명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귀에 통증이 느껴져서 병원에 방문했을 뿐인데 청신경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두려운 마음으로 다른 병원을 찾았다. 두 번째 병원에서는 통증은 청력과 관계가 없다며 따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일반적인 염증약을 처방해 주었다. 며칠 후 통증이 모두 나아서 마음이 편해졌지만 첫 번째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가 계속 신경 쓰였고, 그곳에서 받은 약을 모두 복용 후 다시 병원을 찾았다.


통증이 다 나았기도 했고 신경 손상이라는 게 와닿지도 않아서 일시적인 증상이었겠거니 생각하며 재검사를 받았다. 불안정하던 청력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중요하게 보는 청신경 수치가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한 번 손상된 청신경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청력이 돌아왔으니 약을 좀 더 먹어보고 검사를 다시 진행해 보자고 했다.


재검에서도 결과가 안 좋으니까 점차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잘 들리고 아프지도 않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신경이 왜 손상된 건지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약을 계속 먹으면 나을 거야, 완전히 안 좋아진 건 아닐 거야. 놀란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처방받은 약이 어떤 약인지 궁금해서 약봉투를 확인하니 이명약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명약? 난 이명이 없는데 왜 이 약을 지어주셨지. 의문이 들었고 좀 더 알아보고자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찾아보니 은행잎 추출물이 들어가서 혈액순환을 잘 되게 하고 기억력을 향상시켜주는 효능이 있었다.

날씨가 추워져서 혈액순환이 안 되는 건가? 혈액순환이랑 이명이랑 관련이 있나? 청신경도 마찬가지인가? 그럼 혈액순환 영양제를 한번 먹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했다.


걱정은 있었지만 평소대로 일상을 보내고 잠을 자기 위해 자리에 누웠다. 큰 소리에 노출되지 말고 이어폰도 끼지 말라는 당부에 오랜만에 핸드폰도 안 보고 정적을 느꼈다.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는데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느낌을 받았고 온몸의 감각이 활성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원래도 청각이 예민한데 가만히 있으니 방 밖의 냉장고의 진동소리,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등이 들려왔다.

그래 이렇게 소리를 잘 듣는데 이명약은 뭐고 신경 손상은 또 뭐야. 나의 상황에 어처구니없어하고 있을 때쯤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귀 안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느껴졌다. 평소 듣는 냉장고나 보일러 소리, 윗 층의 핸드폰 진동소리가 아니라 귀 속에서 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당혹감이 스쳤다.


그때부터 시작된 이명이 한 달을 넘어가고 있다. 한쪽에서 약하게 웅웅거리던 것이 점차 심해져 양 쪽으로 삐 소리를 냈다. 최근에는 귀에서 심장박동 소리도 난다.

의원에서 주던 약을 다 먹고 종합병원을 찾았다. 거기서는 검사를 다 해보더니 이관기관의 문제라며 감기약을 지어주었다. 당시 콧물이 나오긴 했는데 그거 때문에 이명이 생겼다니.. 평소 감기를 달고 살 때도 이명은 없었는데. 의문이 들었다.


병원을 찾아다니면서 한의원도 한 달째 병행하고 있다. 심해지는 듯하면서 또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평소 들리던 삐소리 나는 이명은 많이 사그라들었는데 자기 전에 신경을 쓰면 조금씩 들린다. 옆으로 누워있으면 박동성 이명이 들리는데 이것 때문에 좀 걱정스럽지만 침 치료도 계속하고 약도 먹고 있으니 점차 사라질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몸과 마음을 잘 챙겨서 더욱더 건강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한 몸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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