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마비루 구다사이
나마비루에 처음 빠진 건 약 10년전 여름, 시부야를 걷다가 들어간 오코노미야끼 집에서 였다.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서 무작정 발길 가는 대로 걷다가 밥먹을 타이밍을 놓쳤다.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앉자 마자 내가 외친 한마디는
나마비루 구다사이!
그 후로 도쿄 여행을 가면, 음식점에서 빼놓지 않고 나마비루를 외쳤다.
차가운 맥주잔에 2cm정도 올라온 거품이 덮인 청량한 생맥주를 한잔 들이키고 나면
달고짠 도쿄음식의 느끼함이 싹 씻겨내려갔다.
날生, 날것인 맥주.
생맥주는 말그대로 군더더기 없이 맥주 본연의 깔끔한 맛을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맛이다.
임신 12주차. 아무것도 못먹을 정도의 입덧은 아니만 한달이 넘는 시간 동안
전날 취하도록 술을 마신 것 같은 숙취가득한 몽롱함과 미식거림을 달고 살았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애타게 찾은 것은 바로
생맥주 였다.
어딘지 모르게 좋으면서도 불편함을 느꼈던 도쿄에서 외친 나마비루.
먹는 즐거움을 잃어 버렸던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새로운 생명의 만들어지는 첫번째 단계에서
군더더기 없이 시원하게 본질을 드러낸
순수함 이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