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기울어져 있다

이석증

by 은 선

여느 날과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하려는데 이상하게 바닥이 기울어져 있다. 몇 걸음 떼었는데 바닥이 기울어져 있으니 똑바로 걸을 수가 없다. 어어어 하는 사이 비틀거리던 몸이 벽에 가 쿵 부딪혔다. 딱히 어지러운 것도 아니고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아직 잠이 덜 깬 걸까, 왜 이러지? 평소와는 다른, 뭔가 이상한 느낌에 일단 침대로 다시 가 누웠다.


확실한 것은 예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증상이라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정확하진 않지만 이비인후과 쪽 문제인 것 같았다. 아침 문 여는 시간에 맞추어 이비인후과부터 들렀다. 나의 얘기를 들은 의사 선생님은 이석증일 수 있다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검사실에 가면 무슨 헬멧 같은 것을 씌우는데,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이 내 머리를 막 흔들 것이라고 얘기를 해준다. 어지럼증을 유발하기 위해서라고. 그리고 실제로 자비없이 마구 흔들어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몹시 어지럽고 눈이 팽팽 도는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석증을 진단할 때는 그런 식으로 어지럼을 유발한 뒤 눈의 움직임을 관찰한다고 했다.


검사 결과는 이석증. 아주 심하지는 않아서 별도로 치료하지 않아도 호전되는 수준이라고 했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럼증을 줄이는 약을 쓰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는 굳이 약을 쓰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국 무리하지 말고 잘 쉬라는 소리였다.


실제로 곧바로 다음 날에는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괜찮아졌다. 다만 이것도 일종의 불치병인건지, 재발률이 높은 편이라고 하니 컨디션을 봐 가며 잘 쉬어주고 내 몸을 잘 관리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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