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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clara May 26. 2020

더콘란샵에 다녀왔습니다

진의 질문
Q. 우리 세사람은 지난 토요일,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콘란샵'에 다녀왔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생각한게 다를 것 같은데, 각자의 후기를 남겨보자. (아래 사진은 콘란샵의 모습 일부다.)



윤 says


The Conran Shop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독창적이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제공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The Conran Shop의 에디팅은 세월을 넘나들며 대중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Conran이라는 이름은 5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모든 디자인 영역에 브랜드로써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출처 : https://www.conranshop.kr/mobile/company/aboutUs.lecs

 

콘랍샵 아무런 감흥도 없-


2010년 콘란샵을 경험하기 전, 콘란경의 해비타트 파리지점을 먼저 방문했다. 그 당시 구입한 조명과 트레이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이건 꼭 사야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어디부터 보지? 신나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해 가슴 뛰던 순간이 언제였더라? 4년동안 베를린에 살면서 산책길에 매일 둘러보던 편집숍과 가구점 때문일까? 코펜하겐친구의 다락방에 머물며 질리도록 드나들던 북유럽가구 브랜드 매장 때문일까? 물을 건너야 낯설어서 설레이고, 값어치가 높아 보이는 걸까? 어느덧 해외파들이 고국에 돌아와 해외 유명 디자이너 제품들을 소개하고 들여오는 일이 흔해져, 한국에서도 충분히 구매도 구경도 가능해져서였을까? 연이은 물음표만 계속 달렸다. 희소성도 특별함도 매혹도 그 어느 하나 느끼지 못하여 헛헛하게 헛웃음이 났다.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 하고... 콘란샵이 변화하지 못한걸까? 내가 변화하지 못한 걸까?


편안함과 디테일에 감동하는 나이가 되었다. 시각적으로 새로움과 놀라움에 압도되는 일이 점점 줄었다.  사는 입장과 구경하는 입장차이 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고가의 해외 리빙브랜드를 직접 눈에 담고 탐색하는 것 만으로도 만족감은 매우 컸다. 이제 시각적 수집은 충분히 했고, 오감으로 체험하여 그 제품의 진가를 알아볼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너무 비싸. 그에 걸맞는 공간이 없어 등의 이유로 체감의 경험은 원활히 이루어 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여전히 공간, 제품의 첫인상, 신선함, 견고함, 디테일, 늬앙스만 보일 뿐이다. 혹하게 해주길 바랬고 그러지 아니했네-



콘란경의 콘란블루


코발트 블루의 옷, 패턴, 가방을 많이 구매하던 시절이 있었다. 냉정하지 않고 정열적인 블루여서 좋았다. 강렬하고 심플하고 섹시하고 독특했다. 그러다 어느덧 익숙하고 식상한 색이 되었다. 콘란샵의 콘란 블루가 이제 더이상 독자적인 블루가 아닌 어디서든 본듯한 대중적인 컬러가 되어버렸다. 상징성을 가진 역사와 전통을 가졌으나, 끊임없이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과 구미에 맞추어 변화하는 길이 정답은 아닐테고, 지켜나가야할 기조를 살아 있는 동시대 언어로 풀어내어 주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큐레이션과 콜라보, 해체와 조합, 편집과 보완을 통해 본질을 새롭게 해석하는 힘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진 says


콘란샵, 실속없는 유학파


콘란샵에 다녀온 후기를 비유로 들어볼까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저사람 "서울대 나왔대", "저사람은 유학파래"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런 말을 듣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생기기 마련인데, 기대치를 뛰어넘은 사람도 있었지만 체감상 50%는 학교 타이틀이 무색하게 '일머리'가 부족했다. 학교에서 공부는 잘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고 일을 처리해 나가는 센스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콘란샵은 '일머리 없는 유학파' 같은 곳이었다.


멋진 공간에 가면 그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감과 에너지를 얻곤 한다. 콘랍샵을 갈 때의 나의 기대는 그곳에서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고 위대한 디자인 제품을 통해 영감을 받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곳은 그런 곳이었으니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했던가. 그곳에 갔을 때 제일 먼저 들었던 의문은 이 제품이 이 가격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였다. 대부분의 제품이 그랬다. 조명시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디자인의 조명들이 콘란샵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고, 에코백은 굳이 메어보지 않아도 글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 있는 제품들이 나는 유학파야, 그러니 높은 연봉(가격)을 받는게 당연해를 외치고 있었다.


어쩌면 시중에 디자인 카피 제품이 많이 나와서 일지도 모르겠다. 콘란샵에 있던 것이 오리지널이고 내가 시장에서 보았던 것이 가짜(카피)였을수도. 하지만 시장에서 봤던 제품조차 몇년 전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그동안 그 오리지널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계속 진화하지 않으면 originality역시 바래는게 아닌가 싶다.



문 says


콘란샵에 다녀오자고 한 이유는 전직장 언니들이 회사에서 단체로 관람!후 인스타에 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랜드세터까진 아니여도 대세는 따라줘야한다는 생각에 로쇼쿄를 들쳐업고 콘란샵에 다녀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라가있는 수많은 #콘란샵 피드

나는 9월에 이사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가구와 조명, 텍스타일 위주로 둘러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주미의 눈에 콘란샵은 마치 갤러리와 같았다랄까. 아름답고 정돈되어 있지만 구매할순 없는...구매할수 없는 혹은 구매하기 싫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가격.


예순셋인 우리 엄마도 개인통관부호가 있고 나의 대부분의 신발과 아우터는 육스나 마이테레사로 사는 직구가 이리도 쉬운 이런 세상에 넬슨을 저 가격에 판다구요.?! 물론 통관, 물류, 창고, 임대, 인건비 등등 모든 걸 따졌을때 저 가격이 기업입장에서 굉장히 합리적일지는 모르겠으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글쎄..


해외 오프라인 편집샵은 이제 참 어려운 사업이다.


예전처럼 해외에서 트랜디한 제품들을 모아놓았어요 구경하고 사가세요 하기엔 소비자들은 more 트랜디하고 (난 그리 트랜디한 사람은 아닌데 콘란샵에 있는 브랜드들의 7반이상은 알겠더라... 특히 뷰티랑 리빙은) 심지어 걔네들이 원래 얼마에 팔리는지도 알고 어떻게 살수 있는지도 안다.


너무 흔해진 방법이지만 도버스트릿마켓이 했던 것처럼 브랜드X편집샵의 독자적 콜라보제품같은 새로운 어필포인트, 아니면 핀란드 노송을 일년에 일미리씩 깎아만든 가구라 이건 그냥 작품이야. 이런게 없다면 까다롭고 똑똑해진 소비자를 만족시키는거 너무 힘들지 않을까싶다. 아니면 직구가격이랑 똑같이 하든가.. (근데 그건 수지타산이 안맞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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