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나의 최대 관심사는 '괜찮은 아침 루틴'이었다. 인터넷을 수놓은 수많은 모닝 루틴들 사이에, 나에게 맞는, 나에게 괜찮은 모닝 루틴을 확립하는 것, 바로 이것이다.
2023년 상반기에는 유튜브에 빠져 쇼츠와 릴스 중독에 빠져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 살아갔고, 하반기에는 풀리지 않는 피로에 지쳐 잠에 들거나(사실 아직도 그렇다) 의미 없는 swipe 스와이프만을 반복하며 살았더랬다. 그나마 9월부터 방송통신대학교의 중어중문학 수업을 들으며 그럭저럭 효율적으로 아침 출근시간을 버텼지만, 제대로 된 루틴 없이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로 달리기만을 하니 나는 점점 지쳐갔다.
평일엔 쳐다보기도 싫은 남산타워지만, 휴일엔 조금 감성있다.
해가 짧아 비타민 D가 부족해지는 겨울엔 특히 더 우울해하는 편인데, 12월 말부터 1월까지 매일 아침, 피곤한데도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이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우울한 상태로 회사로 출발하니, 나는 점점 더 지쳐갔고, 더 화가 났고, 더 불만이 쌓여갔다. 그렇다고 일이 안 맞는 건 아니었다. 어느 곳이든 일을 하다 보면 쌓이는 스트레스지만, 해도 뜨지 않은 6시 반에 나와 해가 다 져 밤이 된 10시에 집에 들어가며 해를 쐴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다 보니 자의/타의로 긍정왕이라고 부르는 나 자신도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나의 기분을 환기시키고 상황을 타개할 방책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아침 일기'를 만나게 됐다. 하루의 시작을 일기로 시작해 나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일은 하루의 시작을 짜증으로 시작하는 것을 막아주었고, 널뛰는 감정을 진정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노트를 집어 들면 나의 주변으로 나만의 버블이 생긴 것만 같은 기분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절반만의 성공. 이번엔 감정을 진정시키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환기시킬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다 만난 드로우앤드류와 켈리최의 '5가지 아침 루틴'영상. 켈리최는 4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영상의 주인공으로 7000억 규모의 사업가라고 한다. (말이 좋아 7천억이지 나 같은 개미에게는 이게 과연 어느 정도의 자산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하루를 시작할까.
1. 이상적인 모습 '상상'하기 (망상 아님)
이 방법은 의식적으로 나의 하루를 가장 이상적인 방식, 긍정적인 방향으로 시각화하는 것을 말한다.
2. 확언하기
드로우앤드류가 매일 아침 반복한다는 '확언'은 1번의 연장선상이자, 내가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비전보드'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영상의 게스트인 켈리 최의 아침 확언은 아래 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또한 확언과 연장 선상에 있는 내용. 명언을 필사할지 확언을 필사할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나의 목표를 시각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쨌든 머릿속에 있는 것을 머릿속에만 가지고 있는 것보다 손으로 써 밖으로 표출하는 것에는 어떠한 '행동'과 '의지'가 좀 더 녹아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4. 3분 독서
독서란 차분히 앉아서 몇 장이고 읽어내야 한다는 주의였는데, 과연 3분 동안 어느 정도를 읽을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
아침 출근길에 열어볼 요량으로 큰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자기 계발서 몇 권을 책장에 추가하였다. 이렇게 틈틈이 하는 조각 독서를 어떤 식으로 트랙 할 수 있는지와 병렬 독서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봐야겠다. (듣기로는 매주 반복되는 드라마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5. 마지막으로 20분 운동
겨우 20분? 할 수 있지만 나처럼 잠잘 시간도 없이 집에서 8시간도 채 보내지 않는 사람에게 20분은 또 다른 습관과 생활 방식을 만들어 줄 중요한 첫 단추인 것 같다. 켈리최는 20분씩, 조금씩, 한 걸음씩! 을 100일 동안 반복해 바디프로필을 찍었다고. 20 운동을 80일 정도 반복하고 100일 차에 이뤄냈다고 하니, 나도 짧은 기간에 큰 성취를 바라지 않고 적어도 100일간의 단정한 반복을 시도해 봐야겠다.
매일 피로에 지쳐 버텨내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좀 더 힘차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걸음 내딛는 순간순간을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