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여름방학은 토플과 함께
믿었던 지인과 손절하면서 나는 편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홀로 하기로 했다. 몇 개의 별 것 아니라면 아닌 사건으로 나는 사람에 대한, 그리고 유학원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었고, 또 약 1년 반 동안의 유학생활 동안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커져 ‘니들 도움 없이 나도 할 수 있어’ 같은 약간의 삐뚤어짐과 양아 스러움도 장착하고 있었다. 이런 게 어른의 세상이라면, 나 같은 꼬맹이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리라 이를 악 물었다.
여름방학이 끝나는 8월까지 내가 할 일은 데드라인이 끝나기 전에 원서를 무사히 접수하는 것. 넌덜머리 나는 일리노이는 깔끔하게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영국의 노팅햄과 미국의 플로리다, 그리고 미주리 주립 대학교(University of Missouri - Columbia, 미주리 주립대는 네 개의 캠퍼스가 있고, 같은 미주리 주립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다른 학교’라고 봐야 한다. UCLA와 UC버클리처럼.) 입학처에 연락하여 학교 정보를 요청하고 필요 서류를 물어보았다.
장학금을 받고 다니고자 하는 대학원생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in-state 적용도 안 되는 외국 학생들은 대학의 입장에서 공부만 시켜주면 돈 벌게 해 주겠다고 돈가방 들고 오는 셈이라 메일로 진상을 부리지 않는 한 그 누가 되었든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 줄 것이니까, 긴장하지 말고 차분히 메일을 보내면 된다.
나 말고도 정말 수없이 많은 국제학생들에게 보냈을 안내 메일. 복잡하게 찾아다닐 필요 없이 알고자 하는 것의 링크만 눌러도 어느 정도 편입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편입 신청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바로 Application Fee $60불을 납부하는 것이다. (지금은 더 비싸졌을 수도 있다) 납부를 완료하고 나면 납부 확인 메일이 오는데, 그 메일까지 받고 나면 그래도 첫 번째 process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전까지 이것저것 메일 하면 ‘근데 아직 application fee 안 낸 것 같은데?’ 하고 재차 관련 사항을 주지 시켜주곤 했다. 납부를 한 뒤에야 ‘확인했고, 이제 너의 케이스를 좀 더 집중해서 보겠다’는 뉘앙스의 메일로 일이 진행된다.
두 번째, 가장 중요하고도 스트레스를 받는 필요 서류는 바로 영어 능력 검증을 위한 ‘토플’. 이미 대학교 입학할 때 토플을 공부했었는데 (처참한....) 편입을 위해 또 봐야 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MU는 미국 내에서 편입을 하는 경우 24학점 이상을 이수한 경우 국제학생이라고 할지라도 영어 시험을 면제해주곤 했는데, 나의 경우 중국에 있는 미국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다른 국제학생들과 다름없이 24학점 이상을 이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 성적을 제출해야 했다.
필요한 토플 성적은 가고자 하는 학교 별, 그리고 학과 별로 다른데, MU의 경우 보통 입학을 위해 다소 낮은 점수라고 할 수 있는 61점을 요구했으나 (현재는 79점), 미국 내 최고임을 그들끼리 강조하는(으휴) 저널리즘의 경우 토플 100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내가 전공한 Communication의 경우 모든 입학생들이 Pre-Communication 전공으로 입학 해 일정 수준 (내가 공부했을 때는 4.0 만점에 2.75 gpa 이상) 이상의 성적을 유지한 후 다시 신청서를 제출해 인정받아야 했다. 때문에, 토플 점수를 받는 것이 모든 과정이 끝난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20만 원 가까이 되는 비싼 시험을 치고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서 오는 부담감이 컸다.
곧바로 2010년에 공부하던 토플 책을 펼쳤다. 그때는 학원에 등록하여 따로 교재를 샀었기 때문에 원래 가지고 있던 예의 그 해커스 교재들은 텅텅 빈 채로 남아 있었다 (무려 리스닝 테이프가 진짜 ‘테이프’였다). 학원에 가는 대신 혼자 독학을 하기로 했다. 문제를 풀고, 단어를 외우고, 틀린 문제는 유형별로 나눠 뭘 제일 많이 틀리는지를 분석하고자 했다. 이미 쓸데없는 일로 여름 방학이 많이 지나 있었기 때문에 멍청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토플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이미 60불을 납부한 뒤기 때문에) 또다시 백 몇십 불을 내고 또 봐야 했다. 그럴 수 없다는 굳은 마음으로 벼락 집중(?)을 한 결과...... 81점!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 치고는 나쁘지 않은 점수였다. 필요한 점수를 20점이나 넘긴 점수였다.
토플 점수를 충족시켰으니 다음은 은행 잔고를 증명하고 성적표를 제출할 차례였다. 이 즈음은 2학년 2학기가 시작하고도 벌써 한 달 여가 지난 9월. 최종 단계에서 떨어지면 창피야 하겠지만, 온라인에서 뽑을 수 있는 비공식 성적표 말고, official transcript를 어떻게 발급받아야 하느냐고 학과 사무실도 들락거리고, 주변 사람들도 편입을 준비하는 걸 거의 다 알게 되었던 때였다. 엄마에게 영문 잔액 증명서를 발급받으라고 한 뒤 은행 직원 분들의 도움을 받아 내 메일로 스캔한 서류를 받은 뒤, 담당자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모든 서류를 준비했다. 사실 직장 생활을 그래도 조금 한 현재의 나였다면, 되는 대로 주먹구구식으로 하나하나 주지 않고 1. 신청서, 2. 성적표, 3. 잔고 증명서, 4. 영어 성적 이런 식으로 하나의 메일로 주었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그 직원 분이 참 인내심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맞이 한 10월. 드디어 합격 메일을 받았다. 기존 학교로 그냥 갔다면 성적 장학금을 받아 중고차 한 대는 뺐을 텐데.... 같은 속물적인 생각을 하는 속세에 물든 현재의 나는 없었을 때라서 미국으로 간다는 건 엄마 통장에 씨를 말리겠다는 말이랑 똑같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마냥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