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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an 09. 2022

월급 vs 문화, 치열한 밸런스 게임

월 200 칼퇴 보장 vs 월 500 칼퇴 불가, 주말 출근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종종 ‘월급 vs 야근’ ‘백수 vs 직장인’과 같은 밸런스게임 관련 게시물을 보곤 한다. 월 150만 원을 받는 백수와 월 300만 원을 버는 직장인, 이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월 150만 원은 직장 없이 놀고먹기(?) 적당한 금액인가? 아니면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을 해야 하더라도, 직장인이 더 나은 삶인가? 아니면 애초에 직장인과 백수라는 조건의 차이가 있으니 비교할 수 없다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다음의 질문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월 천만 원, 칼퇴 없음. 주말 출근. 휴가 가서도 전화 옴’ vs ‘월 200, 칼퇴 보장, 휴대전화는 퇴근과 동시에 OFF’


아니면 이건 어떤가


‘월 500, 상명하복. 의견 피력 못함. 전형적인 한국기업 분위기’ vs ‘월 180, 전 직원 영어 이름 사용, 자유로운 의사소통’


이쯤 되면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대충 감이 왔으리라 생각한다. 생계와 직결되어 있는 ‘수입’은 우리를 계속 출근길로 이끄는 원동력이지만, 그것이 회사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래도 월급이 최고지!’라고 생각한다면 이 글을 통해 소개할 몇 가지 지인의 사례를 읽어 보기를 바란다.


직원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첫번째 직장은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나를 위해 퇴근 시간을 조정해주었고, 나는 이를 통해 재직과 동시에 학위과정을 마친 적도 있다.


모 무역회사에서 2년간 일한 A 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두었다. 월급은 적당하지만 거의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심신이 지쳐갔다. 노동법이 바뀌니, 5시에 컴퓨터가 꺼지니 시끌시끌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본인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만 같았다. 새로운 곳으로 이직하며 월급은 적어졌지만, 여섯 시 칼퇴가 가능 해졌다. 가족, 친구, 지인들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B 씨는 모 기업에 재직하는 직장인이다. 누구든 이름을 들으면 아는 굴지의 기업이니만큼 복지도, 월급도 훌륭하지만, 수직적인 분위기가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다. 눈치를 봐야 하는 상사도, 따라야 하는 절차도 많다. 코로나 덕분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며 적어도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대학생 때는 학우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의견 피력도 하고, 이벤트도 주관해보고 했었는데, 이제는 주체적으로 살았던 적이 언제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회사의 ‘문화’라는 것은 언뜻 들으면 추상적이고, 주관적이고, 실체가 없기에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문화라는 ‘뜬구름’을 잡는 것만 같은 개념을 실체화시켜준 것은 바로 대학원에서의 ‘인적자원관리’ 수업이었다. 그 수업에서는 기업의 문화라는 것들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각들로 바꿔주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기업이나 회사의 문화 혹은 가치로 해석될 수 있었고, 그 예는 다음과 같다.


1. 손님은 ‘왕’이지만, 그것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다. 행복한 직원으로부터 최상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 Southwest Airlines


2. 이 회사에는 인사팀이 없다. 대신 People Operation Team 이 있을 뿐이다. - Google


3. 회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능력 있는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게 되자, 회사는 파일럿의 가족 등에게 제공되는 복지 제도를 신설하고, 신입 교육에 참여하는 시니어 직원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근속연수에 따라 연봉이 오르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였다. - Xiamen Airlines


첫 번째 회사는 행복한 직원으로부터 최상의 서비스가 나온다고 믿는다. CEO가 바뀐 후로도 기업의 이런 핵심가치는 변하지 않고 유지되었고, 회사에는 직원 교육을 위한 교육 기관 및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직원 중심의 문화는 비단 직원 교육이나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임금 제도에도 영향을 미쳐 일반 직원들과 임원의 임금차가 크지 않고, 회사의 수익은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회사가 잘 될수록 직원 스스로도 얻는 것이 많아지니 직원들은 그만큼 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됐다. 회사의 직원 중심 문화가 기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 사례다.


두 번째 회사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세계적인 회사 구글의 사례. 흔히 ‘인사과’라고 하는, 직장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조직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Human Resource처럼 사람을 회사의 자원으로써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직원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꾼 것이다. 매니저를 평가하는 기준 또한 성과를 기준으로 회사에서 쫓아내거나 압박을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매니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왜 그 회사를 ‘신의 직장’으로 부르는지, 직원을 어떤 시각으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 번째 회사는 복지 및 임금 제도를 신설하면서 회사의 효율성을 높인 사례다. 회사가 속한 산업 전반으로 비행기 조종사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를 알고, 적극적으로 그들이 오래 회사에 남을 수 있는 제반을 만든 것이다. 대표적으로 장거리 비행에 임하는 조종사들에게 안락하고 편안한 호텔에서 머물 수 있게 해 주고, 가족들에게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직원들에게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과 별개로 마냥 오래 일하기만 하면 연봉이 높아지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신입 조종사 교육에 임하는 시니어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조종사들로 하여금 좀 더 많은 비행에 임하고 신입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불필요하게 (추가로) 채용하는 조종사의 수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비용 절감을 위해 무작위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원들의 기여도를 높이고 효율을 증대시키는 동시에 처우 개선을 통해 인적 자원의 이탈을 막아 똑똑하게 지출을 줄이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을 제도 개선으로 이룩해 낸 결과이다.


재택근무의 낙, 끊기지 않는 간식

필자 또한 월급이 전부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월급이 크지 않고, 경력이 전무한 신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공고에 공시된 월급보다도 적게 제안받고 합류했었고, 이는 (당연히) 향후 4년의 수입 파이프라인에 영향을 주었다. 사람 좋은 원장님과 부장님, 그리고 동료들과 일을 하곤 있었지만, 때때로 지출이 많아서 팍팍하다 싶었을 땐 속상하기도 했다. 내가 열정을 쏟아내는 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더랬다. 동료 선생님들과는 ‘우리 경력이면 다른 회사에서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높은 월급이 다가 아니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월급이 우리보다 더 높은’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였다. 개별적으로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리모컨을 받은 우리와 달리, 아무리 더워도 마음대로 에어컨을 켤 수 없었고, 자율적으로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서 교재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우리와 달리, 본사에서 정한 커리큘럼을 곧이곧대로 따라야 해 선생의 자율적 판단이 불가능했다. 회식이라고 하면, 매 2월, 한 학년도를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아이들의 졸업식 날 먹었던 저녁이 전부였던 우리와 달리 한 쿼터에 한 번씩 주말을 할애해 엠티에 참여해야 했다.


그제야 막내 선생님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주고, 상명하복식 의사결정방식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는 나의 조직, 나의 직장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쏟아내는 노력과 노고를 인정받으니, 나 또한 더 열정적으로 일에 임할 수 있었다. 직원뿐만 아니라 직원의 가족들도 모두 함께였다. 크리스마스에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선생님의 아버지가 산타할아버지가 되어 이벤트를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다양한 문화를 지향하는 조직의 가치는 선생님들의 다양성을 통해 표출되었다. 초록색 옷을 입고, 모자를 만들고, 역사를 공부하며 북아일랜드의 휴일을 챙기기도 하고, 라틴계 미국인 선생님을 따라 쌀로 만든 음료수를 먹어보기도 하고, 김장철에 김장을 하기도 하는 등의 일들 말이다.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고, 시니어와 주니어가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높은 월급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혹자는 자유롭게 의견을 표하는 것보다 상사의 판단을 따라 수동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고, 높은 자율성보다는 절차에 따라 기준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좀 더 성미에 맞을 수도 있다. 마치 친구 같은 시니어와 주니어 사이보다 적당한 거리가 있는 상사와 부하 사이가 더 편할 수도 있다. 월급이 다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월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면, 당장 내 배가 고프면, 내 삶이 팍팍하면 직장으로 향하는 길이 행복할리 없다. 나 또한 더 높은 월급을 찾아 이직을 했고, 그를 바탕으로 학위과정으로 향했고, 또 그에 이어 또다시 취업을 했다.


“이 기업에서 추구하는 가치나 문화가 있나요?”


이번에 취업을 준비하며 인터뷰에 참여한 기업들에게 한 질문이다. 직원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조직인지, 나는 그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 그 안에서 나와, 나의 가족과, 나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를 먼저 따지게 되었다. (물론 비슷한 조건이라면 월급이 더 많은 편을 택하겠지만) 기업의 비전, 가치를 보고, 그것이 말뿐인 비전인지 아니면 기업의 가치와 문화가 그 속에 녹아 있는지를 따져보게 되었다.


그래서, 만약 알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 월급도 좋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기업의 문화를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질문을 할 수 없으면 어떡하냐고? 애초에 질문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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