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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an 18. 2022

입사 후 바로 실무 vs 기나긴 트레이닝

회사의 효율과 수익 창출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직원 교육'의 필요성

인적자원관리 수업을 듣다 보면 성공한 기업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보상과 교육이다. 호봉 제던, 포괄임금 제던, 성과중심 제던 할 것 없이 월급이 산정되는 방식과 무관하게 보상 및 복지(compensation과 reward) 제도가 튼튼하게 마련되어 있는 것. 그런데, 우리가 흔히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물질적 이득 (보너스나 인센티브라고 말하는) 외 ‘교육’이나 ‘트레이닝’까지도 중시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오늘은 보너스나 인센티브와 같은 물질적인 혜택보다는 체계적인 직원 교육의 필수성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2016년 3월 2일, 나는 첫 출근을 했다. 내 첫 직업은 영어 유치원 강사였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꾸려지는 만큼, 입사 1일 차라고 해서 적응 기간 따위가 주어지진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출근 첫날부터 베테랑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수업에 투입되기 전, 이틀간 쉐도잉을 하긴 했지만, 내가 언어를 구사하는 것과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것은 결코 같지 않았다. 


원의 커리큘럼이 일말의 ‘선생 재량’과 변동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조금 쉬웠을 가. 각 레벨의 기본 교재만 정해줄 뿐, 숙제를 내주는 방식, 수업 진행 속도, 학부모 카운슬링의 빈도수 같은 수업 진행의 거의 모든 부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선생님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부여해 스스로의 자율성을 살릴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떤 것이 필수적인지, 어떤 방식이 제일 효율적인지 알고 있는 경력자들에게나 꿀 같은 말이었다.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하는 새내기 선생에게 자율성이란, 더 빨리 갈피를 잃게 만드는 그 무엇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법이다. 결국 나는 내 개인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테솔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포인트 1: 자체 온보딩 프로그램이나 트레이닝 시스템이 있었다면, 직원 개인에게는 그만큼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고, 회사는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직원을 이끌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은 지인 C 씨의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게 서울 소재의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썰’을 정독하고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부푼 마음을 안고 첫 출근을 했다. 하지만 출근을 해서 맞이한 현실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만 개의 썰보다 더 참혹했다. 사수 없이 홀로 업무 파악을 해야 했고 (생각해보라, 갓 대학을 졸업한 새내기가 직장생활의 직은, 하다못해 지읏은 알겠는가), 며칠 만에 만난 대표님은 다짜고짜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꽤나 중요하게 들리는 업무를 지시했다. 깡통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텅 빈 컴퓨터를 아무리 뒤져본 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왔겠는가. 구글과 네이버를 뒤져가며 주먹구구식으로 그럴싸해 보이는 문서 하나를 만들어다 바쳤다. 그렇게 C 씨는 아무것도 없는 들판을 맨 손으로 파고, 제 돈으로 직접 사 온 씨앗을 (ex. 각종 문서 양식이나 그 외 유료 서비스) 심어 나무를 키우고, 토대를 만들고 있다. 


이렇게 회사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거나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문서 양식이 없는 회사 생활은 어떠할 것 같은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것. 참고할 것이 없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가능하고 주체적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 사례 속 지인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이고, 그 신입이 만들어 내는 체계가 얼마나 체계적 일지 의문이 든다. 


포인트 2: 서류나 프로그램을 사용해 일정한 ‘체계’와 ‘형식’을 두는 궁극적인 이유를 생각해보자. 17년에 일했던 사람은 모델명을 abc123으로 적었는데, 19년에 입사한 사람은 abocado123으로 적고, 21년에 입사한 사람은 abocado eye cream 123이라고 적었다고 하자. 만약 회사에 체계가 없고, 일을 하는 사람이 규칙 없이 임의로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실무자 열 명이 있으면 열 개의 서로 스타일이 서로 상충하지 않을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회사. 적어도 일 하기라도 편하면 좋잖아. 


이번에는 지인 H 씨의 사례와 J 씨의 사례를 비교해보자. 


H 씨는 최근 한 대형 마케팅 회사에 입사했다. 자고로 ‘일은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 굵직굵직한 몇몇 고객사의 대형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눈앞에 움직이는 돈의 단위는 크고, 막중한 책임감에 두 어깨가 무겁다. 다뤄야 할 프로그램은 어찌나 많은지 아직도 모든 프로그램을 만져보지 못했다. 그저 일을 하면서 하나씩 필요한 것들을 다뤄보고, 그를 통해서 배우는 중이다. 


급변하는 트렌드 속 대중의 마음을 잡는 일을 하는 홍보/마케터에게는 길고 장황한 트레이닝보다는 바로 시장이라는 바다 안에서 파도도 맞아 보고 흘러도 가 보는 일이 더 적합하고, 알맞은 일인 것 같다. 입사 후 바로 실무에 투입되는 것은 소속 산업군의 특징인 데다, 실무를 맡는 것은 어디까지나 직원의 역량 강화 방안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J씨도 최근 한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다. 통상 3개월여면 끝나는 수습기간이 6개월인 것을 보고 의아해했지만, 입사 후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뤄야 하는 프로그램이 억만 개는 되는 것 같고, 홈페이지 하나를 열어도 도대체 뭘 봐야 할지, 뭘 눌러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J 씨처럼 새로 입사한 직원을 위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고, 직원 교육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있을 정도다. 하나의 액션이 끝날 때마다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제공되고, 모든 것들을 확인받아야 하지만, 이런 마이크로 피드백은 직원으로 하여금 빠르게 조직의 시스템에 적응하고 같은 직무에서 일하는 그 누가 일을 넘겨받아도 즉각적으로 필요한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포인트 3: 속한 산업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실 ’ 실무에 바로 투입되는 것처럼 보이는 전자’ 또한 오롯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청할 ‘팀장’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하나의 시스템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이것을 ‘co-teacher system’이라고 불렀고, 이는 나아가 ‘senior-junior program’으로 변모하였다. 


포인트 4: 여기서 직원 성향에 대한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만약 실무에 바로 투입되어 여러 실수와 시도가 용인되는 분위기에서 본인 스스로가 무엇을 하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끼고 보람을 느낀다면 전자의 회사에서도 버틸 수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매일매일 출근하는 것이 지옥과도 같을 것이다. 같은 점에서 후자의 회사 또한 잦은 피드백을 두려워할 수도 있고 (개인차, 본인은 극호), 너무나도 많은 절차와 확인에 질려 일하기가 싫어질 수도 있다. 조직에 맞는 트레이닝 속도와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직원에 대한 파악 없이 무작정 일괄적인 트레이닝을 밀어붙여서는 안 되며, 어느 회사에서 어떤 걸 해서 성공했다고 해서 내 회사에서 통할 일 없다는 이야기다. 


내가 3년 차에 접어들던 어느 겨울날, 내가 입사할 때 이미 4년 차에 접어들던 동료 선생님이 ‘그렇게 차분하게 3월을 보내는 선생을 처음 봤다’고 말해주었다. 스스로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 적성이 맞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내가 적응을 잘하고 하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타고난 나의 성향과 적성, 그리고 발전하고자 투자한 나의 근무 시간 외의 노력과 열정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나의 열정과 회사의 필요가 맞아떨어졌기에 입사 첫날부터 당장 일을 시작했어도 적당히 잘 해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삐약삐약…)


실무로 입사 후 바로 투입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H 씨의 사례처럼 실무를 담당하며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회사가 어떻게 보면 훨씬 더 많을 것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 존재의 목적 상 회사는 교육이 아닌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직원이 좀 더 편하고 효율적이고 회사가 원하는 방식과 방향으로 일할 수 있게 하길 위해서라면, 어떤 형태로든 충분한 트레이닝이 제공되어야 한다. 


회사를 위해서도, 직원 개인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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