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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an 30. 2022

피드백: 꿀인가 독인가

너 자신을 알라

어느 날 퇴근 무렵, 귀여운 동기님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대뜸 일은 할 만하냐고 묻는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무슨 일이냐 묻자, 즉각적이고 세세한 피드백을 받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말이 돌아왔다. 어린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실수가 습관이 되지 않게 즉각적으로 교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아무런 가이드나 피드백 없이 그저 일을 해야 했던 전 직장이 너무나도 불만이었기에 새로운 곳에서 세세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학교, 직장, 혹은 집에서까지도 많은 사람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은 경험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는 고객이나 상사에게 시안을 보여주고 답변에 따라 수정하는 일 따위를 할 수 있겠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보고서나 과제에 대한 평가를 받아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피드백은 '평가'인 걸까?



피드백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어떤 행위나 결과가 최초의 목적에 부합되는 것인가를 확인하고 그 정보를 행위의 원천이 되는 것에 되돌려 보내어 적절한 상태가 되도록 수정을 가하는 일.

2. 학생들의 학습 결과를 평가하고 그것을 학습 지도 방법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일.

3. 진행된 행동이나 반응의 결과를 본인에게 알려주는 일.


다소 평가 중심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장소나 대상이 어떻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나 행위의 '발전'에 있다. 보통 상사나 선생님으로부터 아랫사람에게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강의 평가나 동료 평가(Peer Review) 등을 통해 다양한 위치에서 상호 간에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 글에서는 1) 피드백을 인적 자원 관리에 활용한 사례 2) 피드백 제공의 주체, 3)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4) 피드백의 종류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1. 피드백을 인적 자원 관리에 활용한 사례 -

구글: 옥시전 프로젝트 (Project Oxgen)


구글은 2009년부터 옥시전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성과가 좋은 직원이 반드시 '좋은 관리자'가 될 수 없음을 일찍이 깨우친 구글은 여덟 가지의 행동 (현재는 10가지)을 기반으로 매니저에게 피드백을 제공한다. 구글의 '산소 프로젝트'가 특별한 점은 회사(매니저의 상사)뿐만 아니라 팀원들 또한 피드백 제공의 주체가 된다는 점이다.


산소 프로젝트의 '좋은 매니저를 평가하는 열 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다.


좋은 코치이다.

간섭은 최소화하고 자율권을 제공한다.

성공과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모두를 아우르는 팀 환경을 조성한다.

생산적이며 결과 중심적이다.

좋은 커뮤니케이터 - 팀원의 말을 경청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팀원의 커리어 개발을 지원하고,  성과에 대해 논의한다.

팀을 위한 명확한 비전과 전략이 있다.

팀을 돕고 조언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다.

구글 전반에 걸쳐 협력한다. (아마도 타 부서 간 협력)

좋은 의사결정 자이다.


평가 항목을 보면 '생산적이며 결과 중심적'이라거나 '명확한 비전 및 전략', 그리고 '핵심적 전문 기술'과 같은 직무역량과 관련 있는 항목도 있지만, '좋은 코치'라거나 '팀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대인관계 역량과 관련한 평가 항목들이 눈에 띈다. 다시 말해, 구글은 높은 수익을 내고 높은 성과를 내는 팀장도 중요하지만, 팀원 개개인의 발전과 행복에 신경을 쓰고, 심리적으로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는 역할 또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드백을 회사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함께 일하는 팀원 및 동료들 또한 줄 수 있도록 하면서 더더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게끔 하였다. 구글은 이를 통해 이직률을 낮추고 성과를 높였다.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회사와 직원 개개인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구글의 옥시전 프로그램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글 하단에 있는 링크 클릭!



2. [누가/누구에게서] 피드백을 줘야/받아야 하는가?


학교에서, 직장에서 연구를/일을 하다 보면 앞이 깜깜한 상황들을 마주하곤 한다. 예를 들어,


ㄱ. 석사 졸업 논문 작업 중의 일이다. 어찌어찌 거의 반년을 헤맨 뒤 주제는 통과됐는데, 거기서 더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ㄴ. 해외 시장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사용하는 문서의 양식도 모르겠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ㄷ. 주간 단어 테스트로 활용하기 위해 Crossword puzzle을 만들었다. 이 정도면 쉽게 할 수 있겠지 했는데, 이게 웬걸, 아이들 얼굴이 사색이 됐다. 뭐가 잘못된 걸까.  


위의 세 가지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겠는가? 교수님? 상사? 보통의 경우 피드백은 상사로부터 부하 직원에게로, 선생으로부터 학생에게로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구글의 사례처럼 사실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체는 바로... '모두'다.


첫 번째 사례에서 나는 같은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있는 동기들의 도움을 받았다. 지난 학기에 예심을 통과한 선배의 논문을 받아 읽고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내 연구에 적합한 방법론은 무엇일까 파악하였다. 동기들에게는 논문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서론을 읽었을 때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자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 사례는 직장 상사의 도움을 받은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직급이 같거나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라면 더 완벽하다) 이 회사에서는 보통 어떤 식으로 보고서를 만드는지, 특별히 사용하는 양식이 있거나, 어떠한 서술 방식을 선호하는지 등등을 물어보거나, 초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세 번째 경우에는 직장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만든 퀴즈의 사본을 보여주고, 고칠 점이 있는지, 학생의 입장에서 이 연습지를 통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안 가는 곳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이처럼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체는 사실 상사나 선생님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 동기, 친구, 가족, (잠재) 고객, 파트너사까지 다양하다. 사실 이미 우리(아랫사람들)는 다양한 입장에서 다수에게 피드백을 주고 있다. 강의 평가를 통해 교수님의 수업을 평가하기도 하고, 내부 직원의 입장에서 제품 출시 전 샘플을 사용해본 뒤 회사에 의견을 제출하기도 한다. 각종 출판사의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다면 고객의 입장에서 신간 표지를 선택해 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 행위, 그리고 사람을 발전시키기 위해 주고받는 것이 '피드백'이라면, 그 누구라도 피드백 제공자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이 부하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할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논문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지도교수님, 학계 선진 연구자, 동기, 등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피드백이 모였다.



3. 피드백을 주고받기 위한 적절한 타이밍


피드백의 중요성도 알겠고, 피드백을 누가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도 알았다면 이제 '언제' 피드백을 줘야 할지 생각해볼 시긴이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주든,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주든 피드백을 주기로 결정했다면, 바로 줄 지, 모아서 줄 지, 나중에 줄 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 때는 피드백을 '주는' 사람보다는 '받는' 사람의 개인적 성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나는 자잘하고 세세한 피드백이 좋았는데, 나의 동기에게는 그렇지 않았을까. 우선 본인이, 또는 본인이 피드백을 주고자 하는 사람의 수용력을 확인해봐야 한다. 한 번에 얼마까지 흡수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이 글을 쓰는 본인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학생들에게 세세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피드백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편이다. 하나의 액션이 끝날 때마다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해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거나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도리어 피드백이 많으면 발전의 여지가 있다는 데에 감사해하기도 하고, '못해서 받는' 피드백의 수를 줄이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높은 피드백 수용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피드백이 반가웠다면 꼰대 짓을 한다거나 선생질을 한다거나 말대꾸를 한다는 류의 말들은 탄생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나를 위한 말이란 건 알겠지만, 너무 자주 듣다 보면 불필요한 참견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또 이다지도 형편없는 사람이었나 하고 무기력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피드백을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행복하게 하려면 주는 사람 쪽에서 세심하게 받는 사람의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 받는 사람의 수용성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간단하다.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 된다. 내가 이렇게 피드백을 주었을 때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더 자주 말해주었으면 좋겠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어떤 형식으로 받기를 선호하는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알려줬으면 좋겠는지, 등 여러 사항에 대한 모든 것을 말이다.



4. 어떤 피드백을 줘야 하는가?


피드백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언제나 반갑지 않다는 걸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피드백을 줘야 잘 줬다고 소문이 날까? 듣기에 좋은 '긍정적 피드백'은 마냥 좋은 것일까?


나는 여덟 살 때 경기민요에 입문했다. 부모님의 돈과 노력이 아깝지 않게 (아주 다행히) 재능도 있었다. 남들은 배우는 데만 삼 년 걸렸다는 노래를 마스터하고 공연까지 설 수 있게 되는 데는 선생님과 밥 먹으러 차를 타고 이동하는 30분이면 충분했다. 재능은 인맥과 기회를 물어다 주었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나가는 모든 경연대회에서 상도 탔다. 시니어는 아니었지만 나름 올포디움을 달성한 셈이었다. 이렇게 몇 년을 하고 나니 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대회에 참가하지 않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렇게 나의 유년 시절은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감탄과 칭찬, 즉 '긍정적 피드백'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과연 좋은 소리꾼으로 성장했을까?


정답은 'No'다. '타고났다' '천재다'와 같은 '긍정적 피드백'의 끝엔 거만과 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나라는 벼는 고개를 숙일 줄 몰랐다. 수십 년 노래해온 선생님들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 정말 내가 뭐라도 된 것 같았다. 어떻게 해도 다들 잘한다고만 하니 연습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꾀만 늘어갔다. 대충 해도 좋다고 하니 점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렇게 좋아하던 노래였는데 더 이상 노래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다. 결국 나의 관심은 도전과, 더 이상 도전에 성공했을 때의 그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노래에서 영어로 옮겨갔다. 단어 시험에서 100점을 받고,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의 입상이 내가 살아있는 이유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부족한 점을 꼽아 주는 건설적인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너는 이런 점은 훌륭하지만 호흡이 짧아'라든지, '기교를 너무 많이 넣으면 자칫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칠 수 있으니 적재적소에만 넣는 연습히 필요해'와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다면 '부정적 피드백'은 어떨까?


석사 논문 본심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다. 연구가 힘이 들었다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그 상황을 맞닥드렸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한 십 년쯤 뒤, 사회 경험이 많아지고 연구 경력이 길어지면 그때는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까기 위한 피드백'들 때문이었다.


한 달간 수정 후 결정하겠다는 차가운 결정을 받아 들고 심사장을 나서는 내 손에는 교수님들의 심사평이 들려 있었다. 자그마치 여섯 분의 (원래 세 분이었어야 하는데) 심사위원들 앞에서 탈곡기처럼 탈탈 털렸던 이유는 바로 '논문체' 때문이었다. 학교 지침 상 학교의 전임교수 외에는 지도교수가 될 수 없어 전공은 다르지만 내가 존경해 마지않는 교수님에게 지도를 부탁드리고, 마찬가지로 내 연구 분야에 대해 하나도 모르시지만 '석사 수준의 논문 정도는 눈 감고도 봐 줄 수 있다는 심사위원님들'에게 내민 나의 첫 논문은 그렇게 '논문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차게 까였다.


차라리 연구 자료가 형편없다거나 연구 방법이 잘못되었다거나 혹은 연구 윤리를 거슬렀다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표절률이 높게 나왔다는 등의 이유라면 납득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논문체'가 아니기 때문에 통과시킬 수 없다는 말은 그저 뭐라도 건수를 잡아 까기 위해 저러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한 달 동안 내가 해야 할 일은 1) 공무원들이 쓰는 보고서 같은 문체를 고치고 2) 논문체로 수정할 것이었다(근데, 논문체라는게 실제로 있는 것이긴 한가.) 내가 까인 데에는 국악인이라는 것도 한몫을 했는지 (아니다, 엄연히 나는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인문대생이다) 아아, 예술하는 사람이었지, 와 같은 첨언을 듣기도 했다. 양적 연구가 아닌 질적 연구를 택한 부분도 문제가 되었다. 그 자리에 계신 많은 교수님들이 양적 연구의 전문가들이셔서 그랬다.


이때의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전과 마찬가지로 '건설적인 피드백'이었을 것이다. 해외 사례에 대한 부분을 결론 부분으로 옮기고 메시지를 강조한다던지, 어느 부분에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므로 자료를 좀 더 추가하는 것이 좋겠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칭찬도, 쓴소리도 좋지만,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고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피드백은 항상 명확하고, 건설적이고, 또한 구체적인 것이 좋다.







구글의 Oxygen

https://rework.withgoogle.com/blog/the-evolution-of-project-oxygen/


https://rework.withgoogle.com/guides/managers-give-feedback-to-managers/steps/try-googles-manager-feedback-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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