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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an 24. 2022

2022년 세 번째 주

세 번째 주를 마치며


1.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도 다 옛말?


2014년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처음으로 여주에 있는 한 아웃렛을 찾았다. 영국의 한 유명 브랜드의 아웃렛 매장이 있는 곳이었다. 엄마는 앞으로 대학 문을 나와 사회에 들어가게 되면 체면 차릴 일도, 차려입고 가야 할 곳도 많아질 것이라며 소위 말하는 명품 트렌치코트와 패딩을 사 주셨다. 경력도 경험도 아무것도 가진 것은 초년생에겐 만 원짜리 값싼 티셔츠와 이 만원 짜리 신발을 신고 다녀도 목도리도마뱀처럼 몸집을 부풀릴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처음엔 너무 비싸다고 거절했지만, 가게 직원이 '5년을 입었는데도 새것이더라' 하는 말에 홀랑 넘어가고 말았다. 관리를 안 하고도 5년을 입었다니, 그저 그런 옷을 매 해 사는 것보다 그게 더 이득 같아서였다. 그 옷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옷장에 걸려 있고 나와 많은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 옷을 볼 때마다 아웃렛에서 그 옷을 사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떤 날씨였는지, 처음 입어 봤을 때의 촉감은 어땠는지.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마치 게임 속 아이템을 장착한 것처럼 '부모의 기대'라는 보호막 한 겹을 둘러싼 느낌. 

2022년 세 번째 주에는 총 두 권의 책을 읽었다. 그중 하나는 대표적인 독일 문학, '삶의 한가운데'이다. 


재취업에 성공한 후 문득 나도 엄마에게 좋은 옷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사면 한 10년은 든든하게 입을 수 있는 곳. 백화점에도 가 보고 대형 쇼핑몰에도 가 봤지만 모두 거절당한 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찰나, 트렌치코트를 샀던 그 아웃렛이 떠올랐다. 그곳이라면 엄마와 내 마음에 쏙 드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14년 이후로도 때때로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일부러 들러서 스카프나 가방 같은 소소한 것들을 샀던 곳이기에 이번에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백화점이 부담스러우면 아웃렛에 가자는 말에 잠깐 고민하던 엄마는 못 이기는 척 함께 길을 나섰다. 


한 시간 반의 운전 끝에 도착해 또다시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입장한 그곳. 부푼 기대를 안고 엄마가 좋아할 만한 스카프 선반과 겉옷을 들춰보았지만 몇 년 동안 물건 보는 눈이 바뀌기라도 한 것처럼 (사실 물건이 많이 없기도 했다) 모두 별로인 게 아닌가. 브랜드의 로고와 주력 디자인이 바뀐 것도 한몫을 하는 듯했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와 이번에는 엄마가 젊었을 때 입었다가 이제는 내가 물려받아 입고 있는 이태리 정장 브랜드에도 가 보고, 취업을 하면 예쁜 블라우스를 잔뜩 사러 오자던 곳도 들려봤지만, 모두 물건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인터넷에는 예쁜 것들이 많던데. 나도 그냥 구매 대행이란 걸 해 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신 좋은 점도 있었다. 집 근처 아웃렛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월등히 비쌀 거라는 오해를 벗은 것이다. 


이렇게 엄마에게 선물하기 프로젝트는 또다시 미완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직도 2021년으로 착각하는 22년이 20일 정도 지난 시점


2.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


사돈 어르신께 귤을 보냈다. 수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전에는 언제고 직장 다니기를 멈추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직장을 '잠시 머물다 갈 곳'으로 치부한 탓이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받기만 했었기 때문에 한우도 홍삼도 아니었지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받는 사람에서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참 묘한 일이었다. 지금껏 내가 받은 것들이 내가 준 것보다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껏 표현한 '감사'보다 훨씬 큰 감사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감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는 하루였다. 


3. 매주, 세 가지의 목표를 이루자. 


https://www.youtube.com/watch?v=g25BV57pAb8


언제나처럼 유튜브를 돌아다니다가 위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마치 영혼의 단짝처럼 처음 만나도 왠지 베프가 될 것 같은 파워 J 신입사원님이 '침대에 눕기'와 '8시에 씻기'를 써 놓은 것을 보고 폭풍 공감하다가 아란 팀장님의 '이게 무슨 소리야' 표정을 본 뒤에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주별 목표를 세우기로 했다.!!


그래서 다음 주 (week 4)의 목표는 

1번, 지금까지 했던 실수 다시 하지 않기 (직장)

2번, 가계부 매일 하루도 빼먹지 말고 쓰기 (개인적)

3번, 1월 결산 


이 세 가지다. 놀랍게도(놀랍지 않게도) 작심삼일의 벽은 넘어섰지만 20일이 넘어가며 느슨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나의 목표를 다시 상기시키고 이룰 수 있도록 작은 세부 목표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큰 목표를 위한 small delta는 참 중요하다. 다음 주부터는 주별 목표를 얼마나 이뤄냈는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국의 모든 J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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