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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Jun 26. 2022

2022년 열아홉 번째 주

구정을 앞두고 시작된 100% 재택근무. 직장을 그만두고 학업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던 2020년 말부터 온보딩 기간 6개월 중 무려 4개월을, 햇수로 장장 3년 동안을 서울 통학/출근 없이 침대에서 한 발자국 떨어진 내 책상에서 해결한지라, 회사로의 복귀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던 5월의 둘째 주였다. 


화면 너머로만 보던 회사 사람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왕복 5시간가량을 대중교통에서 보내야 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 그래서 출근길의 소소한 기쁨 같은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출근길의 기쁨 #1 

시청역 3번 출구로 나와 광화문으로 걸어가다 보면 왼편엔 덕수궁의 돌담이, 오른편엔 색색깔의 꽃들이 출근하는 나를 반겨주곤 한다. 서울 시청 앞이어서 그런 걸까, 대한민국의 중심, 광화문으로 가는 길어서일까. 아니면 단지 서울시의 예산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많아서일까. 우리 동네에서는 본 적 없는 예쁜 꽃들이 이곳저곳에 수놓아져 있는 출근길. 덕분에 예쁜 꽃들을 사진으로 담아가며 경쾌하게 시작하는 하루. 


출근길의 기쁨 #2


자고로 혈관에는 피가 아닌 카페인이 흘러야 진정한 직장인이라고 했다(누가?). 그래도 어차피 커피를 먹어야 한다면 어차피 출근 아니어도 집에서 캡슐까지 사다 먹는 별다방이나, 서울은 물론 인천을 넘어 전국 각지에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보다 작은 그 어디를 찾아가고 싶었는데, 그때 딱 눈에 띈 곳이 바로, '파란 만 잔'. 서울 이곳저곳에 있는 프랜차이즈 같긴 하지만 맛도 괜찮고 적립률도 쏠쏠하고 무엇보다 회사 바로 앞이라 동선도 훌륭하다. 따뜻한 라떼 한 잔. 자고로 커피는 따뜻해야지. 


출근길의 기쁨 #3

사람들에게 나의 고향을 소개할 때마다 하는 말. 'The most beautiful city in Korea, Incheon'. 사실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바다가 있다고 하나 동해나 제주만큼 예쁘지도 않고, '음식은 전라도'라고 부르는 것처럼 화려한 수식어도 없지만 '동북아의 허브, 동북아의 중심도시'라는 인천을 더없이 애정 한다. 


그런 인천이 더없이 좋아지는 순간은 바로 '먼 타지에 있을 때'. 사실 서울과 인천은 가깝지만... 사실 가깝긴 한데... 편도 2시간이면 충분히 먼 타지라고 부를 만 하지. 


평소라면 그저 지나쳤을 장소에 눈이 간 것도 바로 이 '인천'이라는 단어 하나였다. 아침 일찍 지하철에 몸을 싣고 이렇게 멀리 서울의 중심에 왔는데, 익숙한 장소 이름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언젠가 배워야지

영화 '극한직업'에서 제일 멋있었던 장면을 꼽자면 (코미디 영화지만) 바로 이하니의 수식어가 '무에타이 동양 챔피언'이라는 것이었다. 운동도 못하는 주제에 운동 잘하는 사람 보는 건 좋아해서, 월드컵이니 올림픽이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이름도 생소한 스포츠 경기를 찾아보기도 하고 내가 운동을 하면 어떨지 상상해보기도 하는데, 체급 상관없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덕심을 자극하는 일인지. 


태국어 공부를 하면서 태국 음식만큼이나 궁금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무에타이'와 '세팍타크로'다. 선수들이 날아다니는 것만 봐도 아, 저건 다시 태어나도 못하겠구나 싶은 세팍타크로와 달리 뭔가 나 같은 몸치도 도전은 해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무에타이 대회가 강남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엄마와 함께 서울로 향했다. 


힘겹게 강남역 주변의 살인적인 주차비를 감당하며 대회 장소로 가자마자 풍기는..... 태국 음식의 향...! 

대회장에는 태국 마사지 체험도 하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받았던 안마처럼 아프지도 않아서 곧 받으러 갈 예정.

... 엄마는 말하셨지. 진짜 태국 가서 살면 난 뼈다귀 밖에 남지 않을 거라고 (향 나는 음식 싫어함)


아, 강남에서는 운전하지 말기로 ^^



도전, 일몰 보기


서울 출근도 모자라 서울 나들이까지 다녀온 (뭐라고? 서울을 세 번이나 갔다고?) 주제에 집에 박혀있어도 모자랄 판에 또 고새를 못 참고 친구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총총 바깥 마실.


주변 아웃렛 가서 냠냠 짭짭 태국 음식을 먹고 (방금 전까지 태국 음식 못 먹는다던 사람), 아이쇼핑도 하던 중... 갑자기 일몰을 봐야 된다는 친구 말에 전력 질주해서 바닷가로. 


일몰 하나 담아보겠다고 얼마나 뛰었는지 숨이 차는 와중에도 인생 샷을 담아주겠다고 자세 잡는 친구 앞에서 열심히 뚝딱이 질. 


때때로 이렇게 여유로운 일요일 저녁을 보낼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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