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 Mar 22. 2022

니모의 명상 일기

꽤 자주 생각한다. 모든 말을 다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내가 한 명 더 있으면 좋겠다고. 1월의 어느날이었나. 이런 생각을 적었다. 


혼자 있을 때 자꾸만 뭘 먹게 되는 이유는 뭘까. 무의식적으로 내 안의 꼬마가 또 외롭고 슬프다는 그 감각으로 다시 돌아가나봐. 

'통증은 신경계의 기억이다.' 

그래 맞아. 신경계의 회로를 바꾸는 것만이 통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야. 

결국 이것도, 마음을 다루는 일이다. 


연애를 하면서 자아의 경계가 마구마구 허물어진다. 가만히 있어도 자꾸만 눈물이 나. '나'라는 경계가 흩어지는 경험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면서도 내 안에 있던 슬픔과, 외로움, 두려움 같은 것들과 마주하게 한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의존적인 사람인걸까.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만 물어보게 된다. 

2020년대의 10년이 나를 발견하게 할 거라는 도전님 말씀이 떠오른다. 언젠가 나는 하늘 앞에 서게 될까. 하늘의 문을 여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는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게으름뱅이는 안 될 거란 생각도. 


나는 세속적인 사람이다. 


슬프고 슬프고 슬프고. 자꾸만 가슴 한 구석이 무너진다. 


이것이 슬픈 것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상담을 신청했는데도, 이 부분은 일반적인 상담으로 가능한 부분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영성 상담.. 내가 가입한 학회. 나는 이 분야의 상담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 


사람들에게는 가슴 안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을 끌어내는, 함께 답을 찾아가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함께 그려나가는, 그런 상담자가 되고 싶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위해 살다가, 어디로 가는가.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일을 하고, 목숨을 유지하는 모든 이유가 저 질문에 있다. 그냥 그것을 생각하면 자꾸만 눈물이 난다.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내 안에서 정리하고 싶은 질문.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끝끝내 이 삶을 사랑하고 말 것이라고.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에게는 세계를 사랑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너라는 우주를 통해 나는 세계를 만나. 

그래서 자꾸 내 마음이 무너지나봐. 


와르르와르르. 

전부다 무너지고 나면 그 자리엔 아마 말갛고 밝은 빛만이 있을 것 같아. 


내가 온 곳, 네가 온 곳. 

그리고 

우리가 다시 가야할 곳. 


이 모든 것들을 그냥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되는 나라는 사람. 

태양인의 기질은 이런 것 같다.

모든 디테일은 날려버리고 

단 한가지의 핵심을 파악하는 사람. 


이런 성향이 너무 괴로운 순간이 많아. 

나와 참 다른 너는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 갈까. 


내가 너무 못하고, 모르는 것이 많다고 느껴질 때 

왠지 작아진다. 

세상 안에서 나는 너무 무력한 존재인 것만 같아서. 그치만 또 그렇지만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서 나는 우리가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봐. 

아니, 이건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야. 

아무런 근거도 없지만.. 그냥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확신. 


다 모르겠어. 

그치만 사랑해. 


나는 사랑이 뭔지도 잘 모르지만

그냥 이런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사랑밖에 없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매거진의 이전글 니모의 명상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