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 Mar 25. 2022

니모의 상담 일기

불안 애착 

오늘 회기에서 상담하고 싶은 내용.  


언제든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싫어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지난 애인은 나를 정말 끝까지 사랑할 것만 같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별을 맞이했다. 타이밍도 있고 그 사람 삶에 중요한 순간이어서 그랬겠지만 나에겐 너무너무 상처였다. 지금 애인이 떠날까봐 두렵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하고, 그런 것들이 누적되어서 또 완전히 망가질까봐. 


사랑에 대한 부담감을 가진 애인에게 내가 힘들어하고, 필요한 것들을 말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치만 그래도 정말 잘 해보고 싶다. 이번엔 정말로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헤어진다는 게 너무너무 괴롭고, 그래서 사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진다. 


언제 엄마가 나를 안아줄지, 나를 사랑해줄지 모르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애인을 기다리게 된다. 안정적이 되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너무너무 사랑받고 싶고, 예쁨 받고 싶고, 절대 떠나지 않을거란 그런 약속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은 매일 갱신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자꾸만 두려워지고 확인하고 싶어진다. 


떠나지 않기 위해 더 잘 사랑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게 내 삶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나는 원래 사랑이 중요한 사람인건지 아니면 나의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건 정말로 이것 밖에 없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사랑 때문에 필요한 거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잘 해주기 위해 필요한거지 그 자체로는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애인은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하는데, 나는 정말 이대로 충분한건지, 늘 나는 최선을 다해도 사랑받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도 그럴까봐, 그걸 생각하면 발밑이 다 무너져내리는 느낌이 든다.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몸에서 느끼는 것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내 몸에서 불안함이 먼저 반응한다. 이 불안함을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릴 수 있을지 혼자 있을 땐 꽤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새로운 애착 대상이 생기니 다시 당황스러운 감정과 컨디션을 마주하게 된다. 나한테는 너무나 압도적이다. 



아래는 아빠의 피드백.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단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불안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상대방도 그래야 한다. 

나를 불안하게 만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때 그게 내 문재인지 상대방 문제인지 구분을 해야한다. 그러려면 ㅇㅇ이와도 시행착오를 겪어야겠지. 처음부터 완벽한 만남은 아니잖니.


ㅇㅇ이랑 당장 헤어지면 유경이 자신을 비춰줄 거울이 없어지는 거란다. 마음의 거울이 있어야 훈련을 하지. 문제가 생겨서 헤어지게 되더라도 지난 연인에게서 네 자신을 깨달은게 있듯이 

ㅇㅇ이 에게서도 네가 너를 더 잘 알게되고 성장할거다. 성장의 측면에서 어떤 관계라도 얻을게 있단다. 


구원자 환상이 아니라 당장 너의 심리적  현실이 외롭고 공허한 감정이 더 크게 작용하는거 아닐까. 그래서 모든걸 쏟아붓는 조급함으로 내몰리는거 아닐까 생각한다. 불안에 쫒기니까 파국으로 내몰리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다. 설사 이번에도 반복되더라도 실망할 필요 없다. 아직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니까


성인기에 훈련 없이는 아동기 상처를 치유할수 없다. 과정이 괴롭지 않다는게 아니라 너라는 생명의 씨앗이 싹을 틔울거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건 불변의 진리이니까.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연락이 닿지 않는 시간에도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라는 말을 기억하려고 애쓰는데 순간순간 확인하지 않으면 자꾸만 불안해져요. 그게 너무 괴로워요.'

이 부분이 너에게 가장 중요한 핵심 문제이긴하지. 


'ㅇㅇ이한테도 이런 얘기를 여러번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이런 구멍뚫린 것 같은 마음을 수연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고..'

맞아.


'ㅁㅁ이도 엄청 최선을 다했지만 ㅁㅁ이가 다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헤어진 것 같다고.' 

그 말도 맞고. 


너와 마음과 잘 맞는 사람은 얼마든지 찾을수 있다. 다만 좀더 덜 병적인 대상일 수록 관계가 덜 힘든게 당연하지 않겠니. 


그리고 엄마에 대해서. 엄마에게 커밍아웃 하는 문제에 대해서. 


엄마에게  너를 감추고 하고 싶은말도 못 하는 것이 너를 존중하는 방법은 아니란다. 지금은 엄마 비위를 맞추면서 그런 엄마라도 붙들고 있는게 너에게 나을 수도 있고. 너의 선택이긴 하지만. 엄마는 네가 상처 받든 말든 자기 하고싶은말 다하잖니. 


엄마가 너를 만나는 것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서인지 동생을 위해서인지 아님 진심으로 유경이를 위해서인지. 성인대 성인으로 투명한 관계를 만들어 보는걸 권하고 싶구나. 



와 진짜 어렵다. 그치만 정말 잘 하고 싶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온 우주야 도와줘! 

매거진의 이전글 니모의 상담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