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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Apr 05. 2018

약간의 거리를 둔다 1

너무 가까운 것도, 너무 먼것도 아닌 

떨어져 있을 때 상처받지 않는다


"..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 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내게는 늘 거리라는 것이 어려웠다. 내게 허용되는 거리의 적정함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한계를 알아차리는 것 역시 지쳐서 쓰러지거나 아프고 난 후였다. 힘듦이 도를 넘어선 후에야 그때 너무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바보짓을 수없이 해대고 난 지금에야, 드디어 아주 조금이나마 나의 경계를 발견하게 된 것 같다.


20대 초반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여자는 서른 초반이 가장 행복하다고. 지금의 나는 이십대의 후반에 서 있는데도, 왠지 이해가 된다.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 너그러워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닮기 위해 애쓰는 일이 줄어들었고 그 변화가 내 마음에 주는 위안은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2015년 즈음, 나는 처음 명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전부터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것이긴 했는데 혼자서 알게되기는 너무 모호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책에 쓰여있는 명상은 무언가 손에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나는 LA Wilshire에서 Body and Brain Dahn Yoga라는 곳을 소개 받았고 도대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부여잡아야 평온한 마음으로 일생을 견뎌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그 어떤 위안보다 큰 위로를 그곳에서 받았던 것 같다.


여전히 기억하고, 또 영원히 잊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인데 내가 명상센터에 처음 갔을 때 그곳 원장님이 내게 해주신 이야기가 있었다. 첫번째는 '모든 일은 내가 선택했기 때문에 일어난다'였고, 두번째는 '내 영혼은 단 한번도 상처 준 적도, 상처 받은 적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 두 문장이 내 일생에 들은 그 어떤 말보다 충격적이었고 신선했다. 모태 카톨릭인 나는 성당을 비롯해 교회나 절에도 드문드문 갔었는데 그 모든 종교에서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인간이 너무나 무기력한 존재라는 사실이었다.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어떤 부모를 만나는 것도 다 내가 선택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신의 뜻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을 원망하는 것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니. 충격이 아닐 수가 있을까. 이 모든 환경과 조건이 내가 간절하게 원해서 일어난 것이라니. 원장님은 그랬다. 내가 알던 모르던 내 영혼은 알고 있다고.


영혼..? ? 그게 뭔데요?



(다음 편에 계속..)



글쓴이는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명상의 뿌리는 한국 선도문화와 뇌과학을 기반으로한 명상기업 단월드에 있었어요. 인상깊었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는 이야기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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