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 Apr 11. 2018

약간의 거리를 둔다 3

너무 먼 것도, 너무 가까운 것도 아닌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 내 영혼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절대적인 가치를 늘 손에 닿는 거리에서 확인하기 위해 명상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하루라는 시간 안에서 나 자신의 존재를 그저 받아들이고 느끼는 시간. 따로 마음을 내지 않으면 사실 1초도 그 시간을 갖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수없이 스쳐가는 사람들 속에, 수많은 언어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상처받은 내 마음을 가볍게 훌훌 털어내는 시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가 명상이라는 통로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이유는 그 시간이 오롯이 나만을 위한. 내 마음과 영혼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의 평가도 존재하지 않는 시간. 나를 정의하던 수많은 수식어와 기호들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워지는 시간. 


숨을 들이 쉬고 내쉬는 그 행위 너머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명상은 안내를 해주는 이의 역할이 크고,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찰나에 느낄 수 있는 깊이가 정말, 다르다. 


처음 이 글의 시리즈를 시작할 때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발췌한 이유는 명상이 그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그리고 나를 둘러싼 여러가지의 것들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둘때 내 마음과 영혼이 들어설 공간이 비로소 생겨나기 때문이다. 


숨이라는 것을 인식할 틈 조차 없는 갑갑함으로부터 약간의 거리를 둘 때, 그 자리에 쉼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바쁜 일상 속에서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과 분리되지 못해 자주 가쁜 숨을 몰아쉬지만 언제고 돌아갈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고요한 순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를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지 모른다. 


한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그런 것. ㅎㅎ 

오늘 저녁엔 명상을 하러 가야되겠다. 




글쓴이는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명상의 뿌리는 한국 선도문화와 뇌과학을 기반으로한 명상기업 단월드에 있었어요. 인상깊었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는 이야기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작가의 이전글 What is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