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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Apr 24. 2018

사심없이 누군가를 대하는 것

감정을 너머 

"수행의 요점은 삶에서 달아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직면하려고 애쓰는 것이다 - 

정확히, 그리고 온전히"

<깨달음 이후 빨랫감> 중에서 


사심없이 누군가를 대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너무 집착하지도, 또 너무 멀어지지도 않은 딱 적당한 거리에서 상대방을 마주해야 하니까요. 사심이 없다는 건 달리 말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봐 주는 것이기도 하겠죠. 


저 역시 누군가를 사심없이 대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씁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갈구하게 되기도 하고 또 누군가와는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도 하니까요. 이따금씩 어떤 순간에, 내가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모두 접어두고 아주 투명하고도 순수하게 그를 마주할 때가 있는데요. 그 순간을 느껴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정말 사심없이, 상대방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그런 순간을 깊은 명상 이후에 느끼고 있습니다. 명상의 본질이 '나를 사심없이 보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잘하는 것, 못하는 것, 슬픈 것, 화나는 것, 그런 사심들을 모두 다 내려놓고 그냥 나라는 존재를 텅 빈 마음으로 마주할 때 진정한 위로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명상을 고요하고, 정적이고,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나를 사심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그 모든 과정들이 명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울어도 좋고, 춤을 춰도 좋고, 소리를 질러도 좋아요. 감정이라는 파도 아래 진짜 큰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그 어떤 것이라도 허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가 명상을 시작하고 가장 좋았던 게 바로 이 때문이였습니다. 마음껏 표현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도 평가 하지도 않는 것. 그런데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제 마음 속에서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스스로 저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있더군요. 이렇게 습관처럼 나에게 들어온 기준들이 나와 타인을 사심없이 대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보고싶지 않은 내 모습이 보여도, 스스로가 너무 싫은 순간이 와도, 도망치지 않고 직면하려고 애쓸 때 진짜 텅빈 자리에 충만하고 멋진 나를 발견하는 것처럼, 명상은 나와 마주하기 위한 정말 좋은 도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수행이라고도 부르는 것이겠지요. 


사심이 사라진 자리에 가장 기쁜 내가 있는 만큼, 그리고 가장 기쁘게 누군가를 마주할 수 있는 만큼, 여러분에게도 명상이 좋은 습관이 되면 좋겠습니다. 



글쓴이는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명상의 뿌리는 한국 선도문화와 뇌과학을 기반으로한 명상기업 단월드에 있었어요. 인상깊었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는 이야기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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