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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Jun 16. 2018

이혼 후의 치유, 자녀의 입장

3년 만의 저녁식사

안녕하세요, 명상 읽어주는 물고기 니모입니다. 오늘은 이혼과 이혼 후에 오는 것들 그리고 치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가족은 이제 이혼 만 3년차입니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요. 한편으론 아주 오랫동안 가정 내의 불화가 지속되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저는 4인 가구 이혼 가정의 첫째 딸로서의 입장과 또 제가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7살 어린 여동생이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불화는 제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절부터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어린 시절의 제가 기억하는 엄마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유는 잘 몰랐습니다. 다만 엄마는 언제 화를 낼 지 모르고, 그렇게 되면 나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 그래서 저는 늘 노심초사하며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위협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지금에서야 조금 이해가 되는 것은 엄마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신을 돕는 이도 없었고, 견디는 방법도 몰랐기에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저에게 쏟아부었던 것이었습니다. 물론 어린 저는 말로 다 할 수 없이 무서웠고 고통스러웠지요.


더 안타까운 것은 제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을때 제 곁에도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지요. 모두가 고통 속에 있을 때 그 누구도 자신을 치유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도 보호할 수 없었기에 결국 이혼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혼의 사유에 대해 쓰는 글은 아니니 그 이후의 삶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어려웠던 저는 아버지와,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고 여동생은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이혼의 과정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먼저 감정적으로 당사자를 비롯한 모두가 고통스럽고, 재산 분할을 비롯한 각종 법적인 문제에서 합의도 봐야 합니다. 그게 힘들다면 소송까지도 가겠지요. 어쨌든 각자의 상처가 너무 아픈 상황에서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주 예민하고 다치기 쉬우며 상처가 더 생기기도 합니다.


이혼 후에 저는 따로 사는 가족들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시간이 필요했어요. 사실 이따금씩 연락이 오고가기도 했지만 자꾸 어긋나는 말들에 오히려 더 고통스러워지기만 했습니다.


그런 날들을 지나 오늘, 저는 3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져 살던 엄마와 동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되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사실 만나기 전까지 걱정도 많이 되고 엄청 두근거리고, 면접보러 가는 기분이었거든요. 막상 만나니 그냥 좋고, 과거의 상처들 보다는 '아 그때 엄마와 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지금은 잘 살고 있구나 정말 다행이다' 라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가슴 조여오던 서로의 존재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요? 부모님이 갈등이 자녀들에게도 투사되어 모두가 적이 되어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냈던 것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었을까요?


답은 하나 뿐입니다. 내가 치유되어야 합니다.

저는 부모님의 이혼 후 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가장 힘든 시기에 만나게 되었지요. 사실 저는 제가 몇개월 만에 명상으로 치유될 거라, 그리고 되었다고 착각했었습니다. 그만큼 시작부터 효과를 많이 느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5년의 세월이 어떻게 단 몇개월 만에 치유가 되겠습니까. 사람의 습관이 변하는 데도 최소 100일은 정성을 들여야 하는 걸요. 아이를 낳고 상처가 아물때까지 적어도 3개월은 기다려야 하고, 1년은 꼬박 가녀린 생명을 지켜줘야 하는걸요. 그렇게 3년이 지나면 그때서야 조금 안심이 되는 것을 뭐든 빨리 변하고 만들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탓에 그리 될 줄 알았던 것입니다.


3년 동안 저는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제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요. 치유의 눈물은 누군가를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를 위로하고 힘들었던 시간들을 오롯이 인정해주는 통로입니다.


명상을 통해 나의 내면과 만나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힘드니까 힘든 건 알고 있지만 많은 때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깟 걸로 왜그렇게 힘들어해?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등떠밀기에 자신을 깊게 만나는 시간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아버지가 저나 다른 가족들을 외면한 것도, 어머니가 저에게 화풀이를 했던 것도 다 스스로의 상처를 충분히 보듬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상처는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지만 결국 치유는 내 몫입니다.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진짜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가족 내에서 누가 상처를 더 많이 받았냐를 경쟁하는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서로가 힘들어지기만 합니다. 대신 우리는 누가 더 스스로의 상처를 빨리 치유하느냐를 겨루어야 합니다. 우주의 섭리는 정말 재미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상처를 통해 성장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명상은 그 치유의 힘이 결국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고 익힐때 진짜 상처가 치유됩니다. 그때 마음을 열고 가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서로를 욕하고 있다면 그건 아직 내 마음이 아프다는 신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나를 지키지 못하고 알아주지 못했던 나를 용서해야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 재생산해 나에게 쏘는 것을 멈추고, 나에게 미안하다 말해야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합니다, 용서합니다. 이것은 나에게 해야하는 말입니다. 나에게 충분히 해주었을 때 그 말이 비로소 타인에게 전해질 수 있습니다. 충분히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주면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타인에게로 퍼져나갑니다.


명상은 그런 것입니다. 나를 알아주는 것. 나를 사랑해주는 것.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느끼고 기뻐해주는 것 말입니다. 나의 소중함을 몰라줬기에 미안하고, 미안하기에 과거의 혹독했던 나를 용서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내주었음에 감사하고, 이제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미, 용, 감, 사. 미안하고 용서하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 마음이 내 안에서 충만해졌을 때 이혼 후의 치유가 완성되고 가족의 치유가 일어납니다. 이 말을 나에게 끊임없이 해주는 것 자체가 명상입니다. 마음에 깊이 와닿고, 눈물로 치유가 되고, 때론 통곡도 해보고 소리도 질러보며 나를 위한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올릴 때 비로소 우리는 한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이혼 그 자체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입니다. 선악을 구분해놓고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모든 상황과 현상을 어떻게 승화해 낼 것이냐가 문제입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임을 알 때 모든 일들은 축복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치유의 시작은 나이며 그 끝도 나입니다. 나를 통해 나오는 그 측은지심의 마음이 모두를 자연스럽게 치유합니다.


누구도 아닌 당신의 치유를 우선하기를, 그럴 때 온 우주가 당신의 치유를 돕는다는 사실을, 이를 직접 체험해보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합니다.


세상은 당신을 위해 존재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미용감사로 세상을 당신 것으로 만드세요.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글쓴이는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명상의 뿌리는 한국 선도문화와 뇌과학을 기반으로한 명상기업 단월드에 있었어요. 인상깊었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는 이야기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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