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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모 Jul 13. 2018

퀴어 퍼레이드, 정체성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19번째 축제를 기념하며

내일이면 서울 시청 광장에서 올해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립니다. 벌써 19번째를 맞았네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해 반대하기도 하고, 서울 시청에서, 서울의 한복판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에 대해 거북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성 정체성이라는 것, 젠더규범이라는 것, 성별 이분법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성과 남성으로 성별이 구분되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면 '퀴어'한 정체성에 대해 당황스럽게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퀴어문화축제처럼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규범과 사고의 틀을 깨는 행사들에 매우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명상 수행자로서 명상을 하고 그동안 이곳에 글을 쓰면서 명상이란 곧 우리 자신이 '나'라고 생각하고 정의되는 것들에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져서 '참나', '실체로서의 나'를 만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명상의 관점에서 본다면, 여러분이 스스로에 대한 관념, 타인에 대한 관념을 깨고 나와 우리에 대해 새롭게 그리고 더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상 수행을 깊게 하게 되면 성별도, 성 정체성도, 젠더 규범을 비롯한 그 어떤 정의 내림과 규범도 '나'의 실존과 실체를 억누르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그런데 '퀴어'라는 범주 역시도 그 경계가 어디까지이고 또 얼마나 세분화 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진보적인 이야기, 정책, 담론들 모두가 기존의 규범에서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아우르고 함께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범주들을 만들어 내지만 사실 우리는 어떤 범주 아래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경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는 어떤 범주나 정의 내림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이 명상의 시작이기도 하지요. '나는 나다' 라는 생각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워지기 시작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퀴어함이나 동성애에 대해 극심한 거부감이 든다면 혹시라도 스스로에 대해 철저한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는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해보셔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애자이든, 동성애자이든, 무성애자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둘다이거나 또 모두 아니든, 그 모든 카테고리를 초월해 우리는 생명이라는 하나의 실체로 연결돼 있습니다. 퀴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내가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풀어내는 또 하나의 경계일 뿐입니다.


스스로 퀴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또 그 안에서 힘들어 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퀴어라는 것 만으로 여러분의 존재가치가 훼손되지도, 그것에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생명의 실체는 모든 것을 아우르며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사실 그 큰 사랑은 여러분 자체이자 우리 모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게 되는 모든 분들이 어떤 카테고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괴로워하지 않고 경계를 허무는 그 모든 경험의 장들을 마음껏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서울 시청에는 경계를 초월한 자유로움에 행복해 하는 사람들과, 또 경계지음 속에서 성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여러분이 어느 쪽에서든 자유로움으로 한발짝 내딜 수 있기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글쓴이 니모는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미국에서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명상의 뿌리는 한국 선도문화와 뇌과학을 기반으로한 명상기업 단월드에 있었어요. 인상깊었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수련을 이어가고 있으며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겪는 이야기와 명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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