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유학 제 2막
올해는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연재해서 책까지 써봐야지, 하고 새해가 시작할 때
분명 목표를 잡았는데 3월 중순이 되도록 시작을 못했다.
자괴감에 휩싸여서 뭐하고 있었느냐, 자책하는데
돌아보니 2월 초에 한국에서 돌아온 뒤로 한 달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수업 따라가면서 졸업논문 시작하는 것도 벅찬데
팀 프로젝트도 두 개나 했다.
미루고 미루던 네덜란드어 수업까지 시작했다. 진도가 왜 이렇게 빠른거야…
거의 매일 2시간 넘게 공부해야 하는 수준이다.
네덜란드 수업을 시작한 게
결국 네덜란드에서 취업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기 때문인데,
여름 인턴십들이 벌써부터 지원서를 받기 시작해서 자소서를 엄청 썼다.
결국 재정적인 문제로 온라인 과외까지 시작했다
그 와중에 네덜란드 남부에서는 카니발 위크가 있었고,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방문했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고,
한국에서도, 네덜란드에서도 투표를 했고,
또 결국 코로나도 걸려서 앓고 넘어갔다.
써 놓고 보니 바쁠만 했구만.
어찌보면 나는 루즈한 것보다 바쁠 때 더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야심차게 브런치 연재를 시작해 봐야지.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일주일에 두세편 쓴다는 생각으로.
상황은 그렇게 사실 최고의 상황이 아니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간 참으로 뜬금없는 행복감을 많이 느꼈다.
온전히 하루를, 이틀을, 일주일을 ‘나’만의 시간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고,
내가 해야 하는 것들만 생각하고,
내가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만 생각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들.
어딘가에도 누군가에도 얽매이지 않고
나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내 마음대로 채울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뼛속까지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 이 자유는 내가 쟁취한 것이기에,
나는 내가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누리련다.
또 다른 가치를 위해 나의 자유를 어느정도 기꺼이 포기할,
그 날이 오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