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순간부터 나는 네일 관리도 받지 않고, 손톱을 기르지도 않는다.
길어서 때가 낄수 있게 되기 전에 짧게 깎아 버린다.
짧은 손톱으로는 마음껏 악기 연주도 할 수 있고, 타자도 마음껏 칠 수 있다.
손톱 깎은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어느새 내 손톱은 또 깎을 때가 되었다.
깎아도 깎아도 다시 자라는 손톱.
내가 죽을 때까지 내 손톱은 계속 자라고
나는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깎고 깎고 또 깎을 것이다.
살아 있으면 손톱을 깎아야 한다.
손톱을 깎고, 발톱을 깎고,
남보기 멀끔하게 나를 빗질하는 일은
살아가면서 얽매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굴레인 것 같다.
굴레를 의식으로 바꾼다.
해야만 하는 숙제같았던 일을,
일상의 쉬어가는 순간으로.
목욕을 하고 나와 향기로운 바디로션을 바르고
콧노래를 부르며
천천히 또각또각 손톱을 깎는다.
그러고보면 뭐든지 빨리 해치워야 할 필요는 없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다 빨리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네.
지난번 손톱을 깎고 나서
나도 모르게 너무 급히 짧게 깎아버렸는지
오른손 엄지 손톱 밑 연약한 살이 드러나서
며칠간 아팠던 것 같은데
어느새 아픔은 사라지고 손톱은 또 자라있다.
그렇게 미미한 통증조차
며칠간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데
내가 죽을 때까지 얽매여 있어야 하는
이 몸뚱아리는
참으로 연약하고도 연약한 존재다.
이 비루한 몸뚱아리를 다독이면서
어떻게든 인생 살아야 한다는 거지.
누가 그랬는데.
몸은 정신이 깃들어있는 사원이라고.
그래서 그 사원을 끊임없이 돌봐야 한다고.
한때 이 사원을 심히 원망한적이있다.
미워하고 내팽겨쳤었다.
남들보기 멀쩡한데도 그랬다.
나한테만 크게보이는 단점들.
그러다 알았다
잘나고 예뻐보여도
다들 자기 사원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멋진 사원도
결국에는 조금씩 낡아간다는 것을.
그러니 완벽한 아름다움에 그리 집착할것도 없다.
서서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
눈이 오면 쓸고, 구멍나면 보수하고...
누가 보기에도 멋진 사원까지는 아닐지라도
나의 손길과 정성이 깃들었다는 것이 느껴지는
사원으로 가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