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개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예전에 시골에 살 때, 개 농장 근처를 지나간 적이 있다. 시골 한적한 저수지 근처에 있었는데 지나갈 때 요란스러운 개짖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보기에도 뜬 장들이 모여있었고, 굳이 가서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소리로 유추해보기엔 꽤 많은 것 같았고, 그래서 개를 많이 키우는 농장인가 보다 싶었다.
저수지로 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동행이 생겼다. 작은 강아지가 내 뒤를 쫄래쫄래 쫓아오고 있었다. 갈색 검은색이 섞인 그 강아지는 소위 말하는 잡종견이었다. 아마 그 개 농장에서부터 나를 쫓아온 것 같았다. 너무 해맑고 귀여운 모습에 덜컥 주워다가 집에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개를 키운다는 건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강아지는 한동안 내 뒤를 쫓다가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해맑게 웃는 강아지를 보며 '다 크면 잡아먹히겠지'라고 생각했다. 누가 봐도 경비견이나 가족으로 맞이해 키우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소나 돼지, 닭처럼 개도 음식으로 소비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강아지는 너무 귀여웠지만 강아지의 미래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졌다. 그 후로 가끔 그 근처를 지나갔지만 그 강아지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사실들이 있다. 누군가 나 몰래 나의 나쁜 소문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던가, 푸아그라는 거위에게 강제로 음식을 잔뜩 먹여 간을 비대하게 만들어서 나오는 음식이라던가.
이 책도 그렇다.
모른 채로 살아도 아무 문제없었던 일들을 알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이 서술하는 대상은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존재인 "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대상으로 개를 소비한다. 물론 가끔 크고 무섭게 생긴 아이들도 있지만 그 역시 여타 개들과 다를 바 없이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소비된다. 누군가의 반려견으로, 가족으로, 삶의 동반자로.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 책은 번식장부터 도살장까지 수많은 개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그 많은 개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강아지 공장"이나 "개 농장"이라는 말은 가끔 뉴스로 접해봤을 것이다. 그야말로 공장처럼 개를 번식시키는 곳이다. 사방이 훤히 뚫린 철장에 갇혀 어떤 개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한다. 생이 다한 개들은 도살장으로 팔려나가거나 폐기처분 당한다. 게다가 끔찍했던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은 "음식물 쓰레기"로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어디를 가도 도심의 어디 한 군데는 펫숍이 모여있는 골목이 있고, 거기엔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어린 강아지들이 항상 있었던 것이다. 그 많은 강아지들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리고 팔리지 않은 강아지들은 어디로 갈까. 그건 참 궁금하면서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나는 식용견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소나 돼지를 먹듯 먹을 수 있는 개도 있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한국 특유의 문화라고도 생각했다. 먹기 위해 키우는 개는 먹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먹기 위한 개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개를 먹지 않는 것을 존중받듯 개를 먹는 사람들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들을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소비하고 있는 이 개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한 번쯤은 관심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