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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e Kang Jul 06. 2018

품종에 대한 단상

품종[race, 品種]
재배식물이나 사육동물에서, 분류학상 동일종에 속하면서 형태적 또는 생리적으로 다른 많은 개체군 또는 계통이 분리 육성된 것으로 인간이 이용하기 위하여 오랫동안 재배 ·사육하는 동안에 생긴 것인데, 그것들을 분리하여 고정시키고, 목적에 따라 더 새로운 계통을 육성시킨 것은 인간의 노력의 결과이다.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고 개량하는 것을 육종(育種)이라 하며 순계분리(純系分離) ·계통분리 ·교잡(交雜) ·돌연변이(突然變異)의 이용 등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품종 [race, 品種] (두산백과)


킬트, 킨카로우, 제네타, 래가퍼... 이 단어들을 들어본 적 있는가? 먼치킨 고양이의 이종교배로 태어난 품종을 이르는 말이다. 정식으로 고양이협회에 등록된 품종은 아니지만 이미 시중에는 널리 쓰이고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물론 미뉴엣(나폴레옹)처럼 정식으로 등록된 명칭도 있으나, 대부분은 비공식적으로 쓰이고 있다.


먼치킨 고양이 중 숏 레그 고양이들은 자연발생적인 불완전 우성이며 웰시코기, 닥스훈트와 같은 짧은 다리가 특징인 고양이들이다. 다른 고양이 종에 비해 짧은 다리로 인해 비교적 작은 몸집이고 다 자란 성묘일 경우 3~4kg 정도이다.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짧은 다리와 동글동글한 외모로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유명 연예인이 키우는 모습이 방송되는 등 점점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로 인해 먼치킨 고양이의 공급도 꾸준히 늘어났으며 가격도 제법 저렴해진 편이다.


먼치킨 고양이의 비공식 품종은 사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잡종", 그러니까 믹스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고양이들에게 "품종"처럼 보이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뭘까? 이건 동물을 유통하는 업자들이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붙인 이름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품종"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보더콜리 중 국내에 인기가 많은 블루멀. 출처: pixabay

양치기 개로 유명한 보더콜리의 경우 국내에서는 특히 늑대를 닮은 외모에 특유의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블루 멀"과 같은 종이 인기가 많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수요가 많다는 것 또한 의미한다. 그로 인해 보더콜리의 견종 중 멀(merle)은 임의로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근친교배 등으로 그 수를 불렸다. 유전학적으로 멀과 멀을 교배하면 난청, 저시력, 눈의 기형, 전염병 등의 유전적 질병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멀과 멀의 교배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지만, 이 사실을 몰라서, 혹은 알면서도 여전히 멀과 멀의 교배로 태어나 장애를 안고 가는 보더콜리들이 많다.



일명 "슈렉고양이"로도 알려진 스코티시폴드를 보자. 스코티시폴드의 동글동글한 얼굴과 작고 구부러진 귀가 대표적인 특징인 고양이 품종이다. 특히 스코티시폴드의 접힌 귀는 고양이의 연골이 약하게 태어나도록 임의적인 품종개량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연골이라는 것은 뼈와 뼈 사이에 있는 부드러운 부분으로 대부분의 뼈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스코티시폴드 특유의 귀여운 외모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형 교배나 근친교배가 필수적인데, 이는 단순히 유전병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폴드와 폴드의 교배는 "골연골 이형성증"이라는 유전병에 걸릴 확률이 대단히 높아진다. 이는 연골이 녹아내리는 병으로 사람으로 따지면 무릎과 무릎 사이의 연골이 닳아 잘 걷지 못하게 되는 퇴행성 관절염 같은 증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유전병이 발병한 고양이는 걷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힘들어하게 되고, 심지어 이 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고양이는 병이 발병한 이후로 죽을 때까지 평생 고통받아야 한다. 




예쁜 외모보다 중요한 것은 동물들이 아프지 않게 잘 자라는 것이다. "품종"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번식 업자들의 무분별한 교배로 인해 잠재적인 유전병을 가진 동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채로 분양받았다가 뒤늦게 어마어마한 병원비와 마음의 상처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에 있어 품종을 따지는 것은 꼭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품종에 대한 욕심이 수많은 동물들을 유전병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공인되지 않은 품종의 경우 어떤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특성이 있는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자연발생의 도메스틱 종들은 근친교배 등의 문제와는 큰 상관이 없을 것이다.)


어떤 품종의 동물이 인기를 얻으면, 그다음 해에는 같은 종의 동물들이 상당히 유기된다고 한다. 유행에 발맞추기 위해 업자들은 개체수 증식을 위해 무분별한 교배를 이어갈 것이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1년을 채 못 채우고 길가에 유기된다. 그저 예쁜 외모와 유행을 좇기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어떤 유명 연예인은 킬트 고양이를 분양받아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가 수많은 반려인으로부터 뭇매를 맞아야 했다. 킬트 먼치킨과 스코티시폴드의 교배로 태어나 폴드의 유전병의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종이다. 물론 그는 이미 고양이를 여럿 키우는 사람이기에 잘 키우고 보살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유명해진 그 품종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동물 분양업체들은 "연예인 ㅇㅇㅇ의 고양이"와 같은 태그로 자신들의 고양이를 홍보하고 있다. 다음 해에는 혹은 그다음 해에는 그 품종의 고양이가 길가에 유기되는 사례가 늘지 않을까 조심스럽고, 걱정이 된다.


반려동물을 들임에 있어 품종을 따지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외모나 개체가 있기 마련이다.

다만 자신이 어떤 동물을 반려할 것이라면 그 종의 특성 및 유전병들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이어야 한다.

또한, 부모나 그 부모 등에 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야 하고, 경매장 등을 통해 수급이 이루어지는 펫숍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캐터리 등을 통해 분양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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