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05(목) 코르도바-세비야
코르도바 숙소에서 만난 브라질 친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에 온 뒤 공유 숙박 서비스를 론다에서 처음 이용했고, 코르도바에서 쓴 방이 두 번째였다. 밥을 밖에서 사 먹었던 론다에서와 달리 코르도바에서는 주방에서 음식을 해 먹기로 해 공용공간을 사용하게 됐는데, 저녁을 먹으면서 브라질에서 온 친구와 3시간이 넘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낮에도 잠깐 봤지만 그땐 호스트와 대화하던 중이라 인사를 하지 못했다. 아시아인 같은 얼굴이 보여서 혹시 한국사람 아닐까 생각도 했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인데, 일본계 3세였다. 그래서 집에서 쓰는 일본 이름도 있었다. 일본어도 모르고 일본에 가본 적도 없다고 했지만 일본인이라 해도 믿을 만큼 얼굴은 확실히 전형적인 브라질 사람(이라는 말도 요즘은 잘 가려서 써야 하지만 어쨌든) 같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늦은 저녁 시간부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한국과 일본, 브라질의 여러 가지 문화에 대한 지식과 의견을 나눴다. 이 친구는 코르도바에서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공부를 하러 와서 집을 구하고 있던 중이라 며칠째 이 숙소에 머물고 있었다. 자고 일어나 아침부터 두 집을 방문해서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까지 하고 싶다던 그 친구를 보내고, 나도 세비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쌌다.
다사다난했지만 따뜻한 기억으로 마무리된 코르도바에서의 24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버스로 2시간을 가 도착한 세비야에서는 한인민박에서 2박을 하기로 예약해뒀다. 외국인과 함께 쓰는 호스텔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 도난이 일어날 확률이 낮고, 분위기도 더 친근하다. 한인민박에서 지내면 밥을 혼자 먹을 일이 거의 없다는 점도 혼자서 장기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큰 장점이 된다.
세비야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밖에서 돌아다니기엔 너무 더운 때였다. 세비야는 더위로 악명이 높은 스페인에서도 가장 더운 도시로 첫 손에 꼽힌다. 기사를 찾아보니 2018년 유럽에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세비야는 42도까지 올라간 적 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오랜 시간을 들여 자세히 찾지는 않았으니 이후에 더 높은 온도를 찍은 날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에겐 태어나 경험한 가장 뜨거운 태양으로 기억되고 있던 말라가의 태양마저 잊게 할 세비야의 더위. 씻고 숙소에서 쉬다가 나가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한인민박이라 로비에서 지나가는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질 기회가 많았고, 숙소 스태프의 제안으로 3명이서 라면 내기 보드게임도 했다.
스페인까지 와서 보드게임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보름 넘게 한식은 구경도 못했던 터라 썩 마음에 드는 제안이었다. 끝내고 라면 한 젓가락씩 하며 식욕을 끌어올렸고, 조금 더 앉아 있자 저녁때가 왔다. 보드게임을 했던 멤버에 한 명을 더해 숙소 근처에 있는 수제버거 맛집도 같이 갔다. 바쁘게 여행하느라 며칠 동안 잠이 부족했는데 모처럼 모자란 수면시간도 보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