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특별하게 만드는 골목 나들이

190907(토) 세비야-마드리드

by 여행일기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어디든 여행을 하면 종목을 막론하고 그 지역의 경기장을 가보려고 하는 편이다. 기회가 되면 경기도 본다. 이미 스페인에서 FC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CF, 말라가 CF의 홈구장을 방문했다. 세비야는 대도시답게 두 팀(세비야 FC, 레알 베티스)이 있어 두 팀의 홈구장 중 적어도 한 곳은 방문해야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1.jpg 세비야에 머문 기간 들른 마리아 루이사 공원.

하지만 오전에 일찍 일어나지 못한 탓에 축구장을 가지 못했다. 오후엔 마드리드행 비행기를 타야 했고, 어느 도시든 경기장은 도심이 아닌 외곽에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중심에서는 꽤 먼 상암동에 있지 않은가. 이동거리와 관람시간, 식사 등을 고려하면 축구장을 여유 있게 둘러볼 수는 없을 것 같아 아쉽지만 포기했다. 가지 못한 장소는 같은 지역을 다시 여행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딘가에 갈 수 없음을 알게 됐을 때, 연이 닿지 않았던 곳은 다음에 다시 와서 들르자고 다짐한다. 무엇이든 다음이 없다고 가정하면 슬퍼진다.


공항에 가기 전까지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번화가는 다 돌아봤으니 남은 시간엔 작지만 아름답다는 골목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들은 테라스가 남다르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쪽 벽에 있는 작은 테라스가 닿을 듯 말 듯 펼쳐져 있다. 양쪽 집 창에서 손을 뻗으면 악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두 집이 가까운 건 틈을 막아 햇빛이 데려오는 더위를 차단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스페인 남부 날씨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면, 그때가 바로 세비야의 골목을 구경해야 할 때다.


골목에는 도시가 드러내고는 있지만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 것들이 녹아 있다. 그래서 어느 도시를 가든 마무리하는 곳은 좁은 골목일 때가 많다. 좁은 길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이란 게 있다. 머리 위로 예쁜 테라스가 펼쳐진 세비야에서는 그 효과가 더 커진다.


골목을 벗어나 다시 태양 아래로 들어가야만 하는 거리 초입에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 아이스크림이 맛있을 수밖에 없는 곳에서 맛보는 아이스크림은 다른 도시에서 먹는 것보다 배는 더 훌륭했다. 다시 숙소로 가 맡겨둔 가방을 찾고 난 뒤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 라운지에서 여유를 부리다 탑승시간이 임박해 게이트에 도착했으나 지장은 없었다. 1시간쯤 낮잠을 자고 나니 마드리드였다.


공항에서 나와 숙소까지 가던 중에 놀라운 일도 있었다. 학교 후배가 마드리드에 왔다는 걸 알게 된 거다. 스페인 여행 계획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같은 날짜에 같은 도시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마침 숙소가 가까워 급히 연락해 시내에서 같이 저녁을 먹었다.


같은 학과 후배는 아닌데 공통적으로 아는 친구가 꽤 많아서 알게 된 케이스다. 학과 후배, 같은 과는 아니지만 외부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된 학교 후배, 일하면서 만난 업계 사람들까지 여러 곳에 걸쳐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많은 사이라 옛날부터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난 곳이 스페인이었다.


안달루시아에 있는 동안 너무 더워서 마드리드 공항에 내렸을 때 불어오던 쌀쌀한 바람이 반가웠다. 먼 곳에서 처음 본 후배는 바람보다도 반가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콜럼버스가 세비야에서 던져준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