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육아 그게 뭔가요?
책육아, 뭐 그런 말에 대해 관심도 없고 그런 육아법? 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는 것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하게 되었다. 그 책육아라는 것을.
우리 엄마, 나의 모친께서 50일 된 애한테 책 보여주며 혼자 허공에 대고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딸내미를 보며 아이고 가지가지하고 앉아있다, 그러셨다. 뭔 애한테 벌써부터 책을 보여주고 읽어주냐고, 애가 그거 보기나 하겠냐고. (네 어머니,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애가 모르는 것 같아도 엄마 목소리 듣고 있지 않습니꽈?)
사실, 저질체력이라 몸으로 아이와 놀아줄 자신도 없고 게으르고 어지럽히는 거 싫어해서 촉감놀이 이런 건 집에서 할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그렇다고 경제력이 빵빵해 비싼 교구 쫙 들여가며 애한테 선생님 붙여주지도 못하니 그저 바운서에 앉아 애미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애한테 이것저것 보여줬더랬다.
나를 아는 지인들은, 아이가 엄마 닮아 책을 좋아하나 보다, 엄마가 아이 앞에서 책 보는 모습을 많이 봐서 책 보는 게 익숙한가 보다 그러지만 설마요...?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 똥도 내 맘대로 못 싸는 시기에 책을 내 맘대로 볼 수 있었을까? 아이가 자는 다리 밑에서 몰래 읽은 책이 전부다. 아이는 내가 책 읽는 모습을 오직 본인 그림책 읽어주는 장면만 봤다.
물론 아이의 성향은 확실히 있다고 본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 활동적인 아이,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 분명 아이마다 본인의 기본적인 성향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시기, 좋아하게 되는 시기, 멀어지는 시기, 다시 관심이 생기는 시기, 그런 시기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때 엄마가 어떻게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핵심 키가 될 듯!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책을 봐서 그런지 책 보는 걸 좋아하고 엄마 껌딱지라 엄마 품에 엉덩이 들이밀고 함께 책 보는 시간을 즐겨한다. 그래서 아이가 노는 시간은 거의 책으로 놀았고 그러면서 아이가 원하는 스타일, 좋아하는 그림체, 관심 있어하는 분야를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에게 전집은 절대 사주지 않을 거야!
했던 엄마였다. 이 생각은 너무나 확고했고 임신 중에도 남편에게 몇 번이나 내 생각을 어필했다.
전집은 아이에게 책에 대한 흥미도를 떨어뜨린다. 다 갖춰진 책장보다 본인이 원하는 취향으로 채워진 책장이 더욱 즐겁다.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강요하면 오히려 책과 멀어질 뿐이며 전집은 사실상 엄마 아빠의 욕심일 뿐이다.
네, 저랬던 제가요. ^^^^^^
그림책 전집, 자연관찰 책 전집, 수학동화 전집, 다시 그림책 전집, 전래동화 전집 등등을 들입니다.
육아뿐만 아니라 살면서 절대! 네버! 는 항상 입에 올리기 전에 조심 명심해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느끼며! 모든 일에 절대란 없고, 모든 육아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사실 아이가 돌이 될 무렵까지도 전집을 들인다는 생각에는 전혀 흔들림 없이 노! 였지만 문득 들었던 생각.
나의 이 확고한 고집이 아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막아버리는 건 아닐까,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아이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 또한 내 잘못 아닐까.
이런 분야의 육아 고민은 아마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아이에게 내가 선택한 것들로 제한된 세상보다 더 많은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리고 아주 적절한 시기에 잘 한 고민과 결정과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이 돌 때 까진 단행권 도서를 선택해서 보여줬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 보여줬는데 그게 참 점점 한계가 느껴졌다. 아이는 내게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주는 존재가 아니었고, 나는 시간을 내 도서관을 가 아이에게 맡는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고, 행여 그 책을 빌려와 본다고 해도 길어야 보름 정도만 볼 수 있었으며 행여 아이가 책을 찢을까 읽는 행위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중고서점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너무나 다양한 종류의 책이 다양한 가격대에 올라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감사하게 이용했다. 나는 아이 전집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그쪽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라 지인들에게 책 추천을 받아 구매해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육아를 하면서 참 다양한 분야를 새로이 알게 되는데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아이에 관련된 일에서는 특히나 더욱! '절대'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어떤 책에서는 전집을 한 달에 한 질씩 들여 꾸준히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전집은 쓰레기 책을 모아놓은 것이니 그런 상술에 넘어가지 마라고 하기도 한다.
정답은? 본인들이 판단할 것. 알아서 거를 건 거르고 취할 건 취하라는 것.
나 역시 전집을 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아이에게 행복한 건 무엇인지, 그걸 먼저 생각하고 갈피를 정확하게 잡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큰맘 먹고 할부 10개월에 들인 책이니까 1번부터 50번까지 싹 다 보는 거야! 이런 마음이라면... 오, 그러지 마세요, 제발.
책을 재밌는 것, 책은 즐거운 것, 그걸 알게 해주고 싶다.
심심할 때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책이라고.
아이의 영유아기를 지나면 아이의 책 선택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저 내가 가장 잘 해줄 수 있는 걸 해줄 뿐이고 그게 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