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Jan 11. 2022

아이와 하는 시합!
누가 더 사랑할까?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눈에 눈물이 가득해 양손을 번쩍 들고 벌을 서는 아이 사진을 봤다. 그 사진을 찍을 때 사진을 남길 수 있을 만큼의 가벼운 분위기였고, 처음 엄마한테 벌을 받고 혼나는 아이 모습이 귀여운 마음에 찰칵 찍어 뒀던 사진이다.

그게 아이 세 살이었다.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다가 다시 우연히 본 그 사진은 그런데 그때와는 다르게 내 마음을 주저앉혀버렸다. 분명 너무 귀여워서 찍고 하트까지 꾹 눌러 즐겨 찾는 항목으로 간직해 둔 다시 본 사진 속 아이 표정은 슬프기만 했다. 그땐 몰랐다. 

아이는 겨우 세 살이었다.


가벼운 분위기? 귀여운 모습? 과연 정말 아이에게도 그랬을까. 세 살 아이가 무얼 잘못했다고 나는 손을 들게 하고 벌을 세웠을까. 엄마 엄마 그렇게 부르면서 울었을 텐데 그 짧은 팔을 내리지도 못하게 하고 무서운 표정을 부러 지어가며 아이 버릇을 고치려고 했을까.

그 생각에 마음이 쓰려 사진 속으로 들어가 아이 팔을 내려주고 눈물을 닦아주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싶다.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자기 전 엄마한테 사랑고백 인심이 후한 아이는 자기가 엄마를 더 사랑한다며 꼭 그것만큼은 지지 않고 이기려고 한다.

엄마는 정우 사랑해
정우는 엄마보다 더 사랑해
아니야 엄마가 정우를 더 사랑해
아닌데 정우가 엄마를 이--만큼 더 사랑하는데~

그렇게 시합에 불이 붙는다.


정우야, 지금은 모를 거야. 네가 나중에 크면 알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자식이 부모를 더 사랑할 순 없는 거야.

그렇게 말해주고 사실 잘 모르겠는 마음이다.


아이가 어쩌면 날 더 사랑하는 게 아닐까. 내가 아이한테 주는 사랑은 가끔은 너무 엄격하고 매섭고 차갑지만 아이는 늘 언제나 엄마 사랑해 엄마가 제일 좋아 그러는 걸 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알게 된 건 세상엔 정말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는 것.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아니라

어쩌면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마음이 그것 아닐까.



 

까막눈이 글자 몇 개 알고 난 후 온통 엄마, 사랑을 써준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이에게 전집은 절대 사주지 않을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