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May 03. 2022

필라테스 예찬

코로나 시국으로 들어선 그 해에 내 허리는 망가져버렸다.

이제 어린이집 좀 보내 놓고, 이제 이사 좀 하고, 이제 나도 하루 중 몇 시간은 여유 있게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을 때 가정보육이 시작되었고, 버티고 버티던 체력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눈앞에 번개가 치는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방금까지 괜찮았던 허리 어딘가가 팍 하고 터져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난 걷지도 눕지도 못하고 기어서 침대로 올라가 누웠다.




워낙 운동신경이 없는 몸이기도 했고 활동적인 걸 즐기지 않아 꾸준히 하는 운동은 요가뿐이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멈추었더니 체력은 물론 몸 구석구석이 좋지 않음이 느껴졌다. 건강검진을 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이 체력으로 하루 종일 애를 보는 게 가능해요? 근력이 너무 없어요. 이 체력으로는 아무것도 못해요.' 충고했었는데 그냥 지나쳤던 게 허리에 무리로 온 것이다.


다시 요가를 시작할까 싶었는데  허리에 무리를 주는 동작이 꽤 있어서 동생의 권유로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아... 정말 하기 싫었는데 살아야 하기에 시작했다. 선생님께 저 허리만 안 아프게 도와주세요. 전 허리만 안 아프면 돼요. 그렇게 말하고 시작한 필라테스다.




티브이 속 연예인들이 몸에 딱 달라붙은 레깅스를 입고 우아하게 몸을 굽혔다 펴고 버티는 동작들이 내가 아는 필라테스였다면, 실제로 경험한 필라테스는 마치 재활치료를 받는 느낌에 가까웠다. 선생님이 시범을 보이면 어김없이 '저게 내 몸뚱이로 가능한 동작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호흡과 자세, 어깨, 목, 아랫배, 겨드랑이 등등 온갖 곳을 신경 쓰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하다 보면 땀이 없는 내가 땀 한 바가지를 쏟고 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허리가 바로 좋아졌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5개월 정도는 집안일을 무리하게 하고 싱크대 앞에 오래 서서 일하고 나면 허리가 묵직해 누워야만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짓말처럼 하루 일과를 다 끝낼 때까지 허리 묵직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누워서 쉬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게 됐다.


그 뒤로 난 필라테스를 예찬하며 주변 지인들에게 필라테스를 권유했다. 해봐, 해봐, 해봐.




자기 몸에 맞는 운동은 따로 있겠지만 나이 마흔이 넘어가면 살기 위해 적당한 운동은 필수라고 하니까 나는 필라테스를 꾸준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 그런데 지난겨울 코로나가 정말 심할 때 4개월 정도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더니 몸은 역시나 많이 되돌아와 있었다. 몸의 균형을 잡는데 1년이 넘게 걸렸는데 한 달, 아니 일주일만 쉬어도 몸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걸 보면 좀 너무한다 싶다.


어쩌겠는가, 더 열심히, 다시 꾸준히 하는 수밖에.



작가의 이전글 친구 없어도 괜찮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