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May 10. 2022

주제 파악이 되는 나이

속도 없이 작은 액정 속 사람들이 먹고 걸치고 가는 모든 것들을 나도 다 따라 해보고 싶던 때가 있었다.

나만 보면 정신 차리고 돈 모으라는 엄마의 말에 그렇게 살기엔 내가 너무 젊다고 대꾸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남들 다 하는 것, 나라고 왜 못 하나.
남들 다 갖는 것, 나라고 왜 못 갖나.
남들 다 가는 곳, 나라고 왜 못 가나.


물론 정말 따라 할 수 없는 것, 내가 살 수 없는 것, 갈 수 없는 곳은 애당초 넘보지도 않았을 나였지만, 대세를 따르고 유행을 좇는 그런 일들이 재미있었다. 삶에 즐거움을 줬고 활력을 줬다.




불혹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불과 1-2년 사이에 사람이 이렇게도 변한다.


지금은 좀 간결하게 살고 싶다.

가끔 내가 이고 지고 사는 모든 것들이 너무나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고 너무 많은 것들을 곁에 두고 사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물질적인 것만 말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넘어선 모든 것들에게서 좀 간결해지고 싶다.




젊은 청춘일 땐 주제 파악이 좀 서러운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쿨하게 주제 파악이 되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감이 온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이제야.


즐거움,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외부에서 오는 경험과 자극이었다면 앞으로 삶에서 얻는 기쁨은 점점 안에서 오는 것 같다.


중년의 나와 잘 지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스스로와 친해지고 돌봐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필라테스 예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